["공짜로 보호해 줄 수 없다"는 트럼프… 韓美동맹 앞날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 정책 두 축(軸)은 신(新)고립주의와 '미국 이익 최우선'이다. 둘 다 우리 외교 안보의 근간인 한·미 동맹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주의는 국제 문제 개입이 미국에 이익보다는 부담이 된다면 피하겠다는 것이다. 2차 대전 후 전통적인 미국의 대외 정책과는 다른 방향이다. 지난 8년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펴온 아시아 중시 전략과도 배치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반도 문제에서 득보다 부담이 크다고 판단하면 한·미 동맹이 흔들려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는 1953년부터 60년이 넘도록 성공적으로 작동해 온 한·미 동맹을 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바라보고 있다. 1990년대 사업차 두 차례 방한(訪韓)한 경험이 전부인 그는 대선 유세 당시 한·미 동맹을 부정적인 측면에서만 언급했다. "주한미군 2만8000 명 주둔은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비용"이라고 했다. 한국이 매년 약 1조원에 가까운 분담금을 내고 있지만, '푼돈'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주한미군 감축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
돈만이 문제라면 조정이 가능하다. 한반도 정세 전반에 대한 인식 부족이나 민감한 안보 이슈에 대한 투기적 판단, 한국 입장에 대한 경시(輕視) 등은 자칫 대형 사태를 부를 수 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고 비난하고, "중국으로 하여금 (그를)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다가 최근엔 "김정은이 미국에 오면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취임 후, 북핵 시설을 선제공격하거나, 갑자기 정반대로 미·북 양국이 단독으로 '핵 동결' 협상할 가능성까지 모두 열려 있다"고 분석한다. 심각한 불확실성이다.
앞으로 두 달여 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국방장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핵심 진용이 짜인다. 이들과 긴밀한 대화 채널을 신속하게 구축해야 한다. 트럼프의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에서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총력을 다해야 한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아직 백지상태나 마찬가지이기에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가 외교부와 주미 대사관을 중심으로 최선을 다한다면 의외로 더 쉽게 한·미 양국 간 좋은 관계가 조기에 형성될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은 우리에게 '대한민국은 누가 지키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다시 던지게 한다. 우리는 국방을 사실상 미국에 맡기고 우리끼리 싸우는 데 더 열중해왔다. 심지어 나라 지키는 일을 남의 일처럼 여기는 풍조까지 만연하고 있다. 제 집값 땅값 떨어진다고 북핵 미사일 막는 사드 배치까지 반대하는 지경이다. 이러다 어느 날 미국이 '다른 미국'으로 바뀔 때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는가. 모든 국민이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