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꼭대기의 꼭대기가
몸이다, 신전이다, 제단이다
세상의 죽음을 대신 죽어주는
속죄 제물이다 제사장이다
초고압전류로 혼신을 씻느라고
혼절했다 깨어나는 죽음의 반복 끝에서
마침내 강림하는 천상의 전류
가 통과한다, 응답(應答)이다
어떤 외로움에도 더 외로운 외로움이 있느니라
가장 외롭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고
가장 어리석지 않으면 얻어낼 수 없는
그 높이 그 깊이는
기다리며 갈망해야 차지하는 죽음뿐이니라
삶이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것
죽음보다 더 죽음 되는 것이 살아내는 것이니라
죽음 이상의 고독과 고통의 절정만이
부활의 희열을 안겨주느니라
싸잡아 죽음이라 해버리면 억울하지 않느냐
삶이 아닌 삶도
죽음보다 더한 죽음 이상도
또한 삶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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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걸어서 에덴까지’(문예중앙刊)에서
- 약력 : 1941년 경북 안동 생,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