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칼, 한 손엔 쿠란 ? 한국 와서 처음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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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회신학대에서 채플 시간에 이슬람 여성을 초청했다. 터키인인 하바 건은 22일 신학대학원생들 앞에서 이슬람 문화와 신앙을 주제로 강연했다. 학생들은 “그동안 이슬람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다”며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알라신’이란 말은 없어요. 그건 ‘하나님신’이란 말과 같은 거죠.”

22일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학교 대학성당. 히잡을 둘러쓴 젊은 무슬림(이슬람 신자) 여성 하바 건(29)이 강단에 섰다. 그는 이슬람 건축과 신앙을 주제로 강연했다. 파격이었다.
 
우리 사회에는 ‘이슬람=신앙의 적’으로 여기는 기독교인이 많다. 그런데 개신교 교회에서, 그것도 채플 시간에, 더구나 무슬림 여성을 초청해 ‘이슬람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150여 신학생들 눈은 말똥말똥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하자 “우~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하바 건은 “고려대학교 영어교육과 석사 과정에 있는 터키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이슬람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오해=그는 먼저 프로젝트빔을 통해 이슬람 사원의 예배 장면부터 보여줬다. “이슬람 사원에서 왜 남자는 1층, 여자는 2층에서 예배를 보는지 아세요?” 학생들이 고개를 쭉 내밀었다. “그건 남녀차별이 아닙니다. 이슬람에선 예배를 볼 때 옆사람과 어깨가 닿게 다닥다닥 앉아야 합니다. 모든 이가 동등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죠. 설사 대통령이라 해도 특별 예배석은 없습니다. 지각을 하는 이는 누구라도 뒤쪽에 앉아야 합니다.”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모르는 남녀가 어깨가 닿으면 불편하니까 1층과 2층으로 구분한 겁니다. ‘쿠란’에는 따로따로 예배를 보라는 얘기가 없어요. 단지 불편을 줄이려고 그럴 뿐이죠. 예배가 끝나면 1층에 있든, 2층에 있든 상관이 없어요.”

하바 건은 ‘한국인의 오해’도 지적했다. “친구들로부터 ‘당신은 알라신을 믿으세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아요. 그런데 ‘알라신’이란 말은 없어요. 하나님(하느님)은 영어로 ‘더 가드(THE GOD)’죠. 마찬가지예요. 아랍어에서 ‘알(AL)’은 영어의 ‘더(THE)’에 해당하죠. 그래서 아랍어로 ‘하나님’이 바로 ‘알라(AL+ILAH=ALLAH)’예요. 기독교의 하나님과 이슬람의 하나님은 하나입니다.”

이슬람 사원 안에 어떠한 상징이나 동상이 없는 이유도 설명했다. “우상을 섬기지 않기 위해서죠. 상(像)이나 그림을 세워놓으면 사람들이 기도할 때 상(像)과 그림에 집중을 하게 되니까요.”

◆신앙은 자신의 길 찾는 것=강연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졌다. “‘쿠란’에는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쿠란’이란 구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왜 그렇죠?” 하바 건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저도 한국에 와서 그 말을 처음 들었어요. ‘쿠란’에는 어디에도 그런 구절이 없어요. 무슬림은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종교에서 ‘믿음’이란 마음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칼을 들고선 절대 사람 마음에 들어갈 수가 없잖아요.” 동·서양 종교학자들은 그 말이 십자군 전쟁 때 유럽인들이 만든 말이라고 한다.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왔다. “9·11 사태나 자살 테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요?” 하바 건은 “이슬람교에선 자살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기 몸을 죽일 수도 없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죽일 수가 있겠어요? 오사마 빈 라덴은 이슬람 사람들도 가장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한국에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잖아요. 무슬림에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있는 겁니다.” 그는 ‘지하드(성전·聖戰)’의 의미도 풀었다. ‘지하드’는 하나님을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라고 했다. 내 안의 나쁜 생각(사탄)을 이겨내려는 자신과의 싸움이 바로 ‘지하드’라고 설명했다.

한 여학생이 물었다. “이슬람 여성은 왜 히잡을 쓰죠?” “이슬람 여성만 썼던 건 아닙니다. 성모 마리아도 썼어요. 가톨릭 수녀님도 하죠. 유대인도 사원에 들어갈 때 해요. 그렇다고 히잡을 쓰는 게 ‘믿음의 조건’이나 ‘믿음의 척도’는 아닙니다. 히잡을 쓴다고 신앙이 깊은 건 아니죠. 신앙은 마음으로 하나님을 믿는 거니까요.”

“아랍 지역의 기독교 선교 활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도 나왔다. 하바 건은 웃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하나님은 ‘쿠란’에서 ‘사람은 자기에게 맞는 길을 찾아 가라’고 하셨죠. 기독교 선교사 분들도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라 봅니다. 저는 이슬람을 사랑하듯이, 기독교를 사랑합니다. 문제가 없어요. 그분들이 성공하길 바랍니다.”

채플이 끝나고 참석자에게 소감을 물었다. 신학대학원 2학년생 김지호(29)씨는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이슬람과 많이 달랐다. 유대교와 이슬람교, 기독교가 서로 소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성공회대 신학과 김은규 교수는 “한국에 이슬람 신자가 많진 않다. 그러나 인천공항만 떠나면 이슬람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웃 종교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추고자 강연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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