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공화, 자동차 격돌…유럽도 ‘자동차 살리기’ 시동

미국 자동차 업계의 명줄이 달린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임기말 회기(레임덕 회기)가 17일(현지시간) 시작됐다. 구제금융을 통해 제너럴모터스(GM) 등 자동차 빅3를 살리려는 민주당과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공화당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총력전, 표대결은 19일쯤
민주당은 레임덕 회기에서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지난달 초 의회를 통과한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250억달러를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에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 민주당 지도부는 자동차 빅3가 몰락할 경우 3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16일 방송된 CBS의 ‘60분’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에서 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이르면 19일 의회에서 표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이 연봉 20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의 보너스 금지, 이사회에 대한 정부의 거부권 행사, 주주 배당 금지 등 각종 조건들을 추가해 공화당과 납세자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반대가 거세다. 리처드 셸비 상원 금융주택도시문제위원장은 “자동차 업계는 경영과 혁신에 실패했다”며 “그들은 일종의 (멸종을 앞둔) 공룡”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민주당의 ‘빅3 구하기’는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높다.

현재 표결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당 상원의원은 49명(민주당 교섭단체 소속의 무소속 2명 포함)으로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명에 못 미친다. 당초 51명에서 오바마가 16일자로 상원의원직을 공식 사임한데다 상원의원인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당선자도 이번 회기에 불참하기 때문이다.

유럽도 자동차 살리기(?)
미국의 자동차 산업 지원이 부당한 보조금에 해당할 수 있다며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유럽도 미국의 구제 조치가 점점 가시화되자 역내 자동차 업계를 위한 본격적 행보를 취하기 시작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이 이르면 다음주쯤 미국의 자동차 업계 지원에 대한 대응책을 내놓을 전망”이라며 “유럽 자동차 업계는 최대 400억유로(약 500억달러)의 금융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당장 무너질 듯한 미국처럼 심각하진 않지만 감원과 공장가동 중단이 속출하는 등 1990년대 초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 지원 방안은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EU 집행위원회의 지원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동차 산업 비중이 높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는 자동차 업계 지원 방안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일괄적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특정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이는 데다 자동차 산업 비중이 작은 EU 회원국들은 이 같은 조치가 경제위기를 빙자한 각종 보호무역 조치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