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전 고고학자들이 이스라엘 사해의 서쪽 해안에 있는 한 유대교 회당의 궤짝에서 시커멓게 삭아버린 고대의 두루마리 문서를 발견했다. 양피지로 만들어진 두루마리는 오랜 세월에 탄화되어 가루로 부스러지기 직전이었다. 손을 대면 금방 부서져 내릴 정도로 삭아 있는 상태였다.
고고학자들은 손도 대지 못한 채 고스란히 모셔둘 수밖에 없었다. 두루마기를 훼손하지 않고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의 등장을 기다린 것이었다. 마침내 이를 풀 수 있는 첨단 컴퓨터 기술이 개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켄터키대학의 컴퓨터 과학자들이 1970년 사해 근처 엔게디에 있는 고대 유대교 회당의 성궤(聖櫃)에서 발견된 2000년 전의 두루마기 경전을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예루살렘의 성서학자들과 함께 첨단 컴퓨터 스캔 장비를 이용해 두루마리를 디지털 영상으로 펼치는 작업을 하는 데 성공했다.
컴퓨터 판독 결과 두루마리는 2000여 년 전 만들어진 것이며, 마소라 성경(Masoretic Text) 구절과 동일한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마소라 성경은 히브리어로 된 유대교 경전으로 구약성경의 바탕을 이루는 기독교의 초기 경전 중 하나이다.
디지털 영상으로 풀어낸 두루마리의 글자들은 까맣게 탄화되고 부서진 겉모습과는 달리 놀랄 만큼 깨끗하고 판독 가능한 형태들이었다. 이스라엘 문화재국의 ‘사해 두루마기 프로젝트(the Dead Sea Scrolls Project)’ 총책임자인 프니나 쇼어는 “꿈에서라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두루마리의 내용은 레위기의 첫 두 장(chapter)인 것으로 판명됐다. 자음만을 이용한 히브리어로 적은 것이었다. 고대 유대인들은 모음 없이 자음만으로 이루어진 히브리어 문자를 사용했다. 마소릭 성경 역시 모음 없이 자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개신교에서는 마소릭 성경을 구약 번역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고대 유대교 경전을 필사한 두루마리들은 사해의 북서쪽 지방인 쿰란(Qumran) 등지에 많이 발견 돼 사해문서(The Dead Sea scrolls)로 불린다. 사해문서는 1947년 양치기 소년이 쿰란 인근사막의 한 동굴에서 처음 발견했다. 사해문서는 기원전 2세기 경 유대인들이 제작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해문서들은 마소릭 성경과 지엽적인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의 사해문서 전문가인 엠마누엘 토브는 그동안 발견된 사해문서에서는 별다른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의 경우처럼 놀라운 발견을 한 적이 일찍이 없었다”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첨단 컴퓨터 스캔을 이용한 사해문서 판독의 성공은 앞으로 다른 고대문서의 비밀을 푸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컴퓨터 스캔 기술은 이탈리아 남부 헤르쿨라네움(Herculaneum, 에르콜라노) 지방에서 발굴된 300 여종의 고문서들의 내용을 읽어내는 데도 크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헤르쿨라네움 고문서들은 서기 79년 베스비오 화산 폭발 당시 불출한 화산재로 인해 튼 손상을 입은 것들이다.
엔게디 지역에서 출토된 사해문서의 연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사성동위원소 측정에 따르면 엔게디 사해문서는 서기 300년 무렵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엔게디 사해문서에서 사용된 문자를 분석하면 서기 100년 전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히브리 고문서 전문가인 아다 야르데니는 “고문서학에 따르면 이 문서들은 서기 50~100년 쯤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켄터키대학의 컴퓨터 과학자인 W. 브렌트 실즈는 고문서 내용을 복원시키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탈리아 폼페이와 헤르쿨라네움 지방에서 발굴된 고문서들을 복원하겠다는 염원으로 지난 13년 동안 매달린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