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거목' 故 구봉서, 영면…송해 추도사 눈물 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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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미디의 거목으로 불렸던 구봉서 옹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

구 옹의 발인식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발인식에는 송해·이홍렬·엄용수·김미화·김학래 등 후배 희극인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고인이 운구차에 안치된 후 송해가 후배 코미디언들을 대표해 작별 인사를 전했고, 유족과 희극인들, 지인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고인을 배웅했다. 구 옹이 세상을 떠나면서 최고령 방송인이 된 송해는 발인에 앞서 후배들과 함께 고인의 생전 활동을 회상하며 "형님"이라며 먼저 떠난 선배를 목놓아 부르기도 했다. 다른 후배 코미디언들도 "선생님"이라고 외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유족과 지인들은 장지로 향하기 전 서울 종로구 한 교회에서 영결예배를 진행한 뒤 장지인 경기 남양주 모란공원으로 향했다.

구 옹은 지난 27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

1926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5년 악극단에 들어가면서 희극배우의 삶을 시작했다. 각종 TV 코미디 프로그램은 물론 400여편의 영화, 980여편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그는 1958년 영화 '오부자'에서 막내 역을 맡으며 인기를 끌어 '막둥이'란 별명을 갖기도 했다. 또 라디오 프로그램 '홀쭉이와 길쭉이', '노래하는 유람선' 등에서 승승장구하며 옥관문화훈장·문화포장을 받았다.

특히 1969년부터 '웃으면 복이와요'를 비롯한 TV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배삼룡·곽규석·서영춘·김희갑 등과 함께 1960~70년대 코미디 황금기를 이끌었다. 유행어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의 주인공도 고인이다.

2000년에는 MBC코미디언부문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2006년 제13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을 받았다.



 

 

 

 

 

 

기자는 TV의 '웃으면 복이 와요'를 보며 자란 세대다. 다른 건 몰라도 이 프로는 봐야 다음 날 학교에서 친구들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구봉서가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라고 하거나 '비실이' 배삼룡과 함께 '양반 인사법' 같은 코미디를 하면 동네 부잣집 TV 앞에 모인 사람들은 배꼽 잡기 바빴다. 1969년 MBC 개국과 함께 시작한 '웃으면 복이 와요'는 1985년까지 16년간 국민을 웃겼다. 1970년대 '후라이보이' 곽규석과 콤비로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라면 광고를 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원로 코미디언 구봉서씨가 그제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서영춘, 곽규석 그리고 배삼룡까지 한국의 제1세대 코미디언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2010년 배삼룡 부음을 듣고 구봉서는 "이제 내 차례인가 싶다"고 했다. 구봉서는 1960~80년대 코미디 황금기를 이끌었다. 모두가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절 웃음으로 고단한 서민들 삶을 위로했다.

 

▶요즘으로 치면 그는 개그맨, 가수, 프로그램 진행자, 예능 기획자를 겸했다. 1956년 데뷔해 영화 400여 편에 출연한 연기자이기도 했다. 평생 그를 따라다닌 '막둥이'라는 별명도 영화에서 얻은 것이다. 1958년 히트작인 '오부자'에서 막둥이로 출연한 것이 계기였다. '오부자'는 당시 관객이 몰려 상영 극장이 부서질까 걱정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1965년엔 영화 '광야의 결사대'를 찍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져 왼쪽 다리가 부러진 적도 있다.

▶구봉서는 바보스럽고 망가지는 연기를 해야 하는 코미디언이었지만 그 스스로 "무식하다는 소리는 들은 적 없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웃으면 복이 와요'에서 구봉서는 작가 역할까지 맡았다. '김~수한무' 같은 코미디 소재도 책을 읽다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1997년엔 '코미디 위의 인생'이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웃음이 깔려 있는데, 그걸 딱 제치면 거기서 슬픔이 나와야 해요. 코미디가 그런 거야." 구봉서가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코미디는 잘못된 정치와 사회를 은연중 비꼬고 비판하는 풍자여야 한다고도 했다. 구봉서는 1990년대 한 후배 개그맨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 코미디언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을 연장시키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시원한 한 방 웃음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것은 여러 의학 연구의 공통적 결론이다. 그가 1945년 악극단 생활을 시작으로 70여 년 국민에게 선사한 웃음은 국민 수명을 늘려주었을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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