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세포로 만들어 헤엄치는 '가오리 로봇'...한미 공동연구진, 세계 첫 개발

▲ 실제 가오리(오른쪽)와 연구진이 개발한 가오리 로봇(왼쪽)의 비교 모습. 가오리 로봇 크기는 동전만한 크기다./사이언스 제공 

로봇은 일반적으로 기계와 동력의 결합으로 움직인다.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기계 설계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전력 등 동력원을 공급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동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되는 로봇을 개발하기 위해 생체 조직을 모사한 다양한 로봇 연구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 생체 조직을 적용해 동력이 없어도 움직이는 로봇은 개발되지 않았다.

한국 과학자가 포함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생체 세포를 적용해 동력원이 없어도 움직일 수 있는 ‘가오리 로봇’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고 학술지 사이언스 7일자(현지시각)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인간처럼 세포로 구성된 이른바 ‘바이오 로봇’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획기적인 연구 성과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박성진 하버드대 박사(사진)와 최정우 서강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케빈 키트 파커 하버드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서강-하버드 질병 바이오물리 연구센터’ 국제공동 연구진이 수행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바이오 로봇은 생체 세포로 형상을 만드는 데 그쳤다. 동물이나 물고기, 곤충 등의 골격과 운동 메커니즘을 모방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내부 전기 동력 없이 움직이지 못한다. 사람처럼 세포 조직으로 만들어져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은 아직 없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바이오 로봇은 실제 가오리처럼 헤엄칠 수 있는 가오리 로봇이다. 길이 16.3mm인 동전만한 크기에 지느러미를 팔랑거리는 가오리 모습이다. 무게는 10mg에 불과하며 속도는 최대 초당 2.5mm를 움직이는 수준이다. 매우 느려 보이지만 로봇 가오리를 실제 가오리 크기로 환산한 뒤 움직이는 동력을 계산하면 실제 가오리 속도의 약 60%에 달한다. 실제 가오리의 속도는 약 시속 14km로 로봇 가오리가 실제 가오리 크기로 만들어진다면 약 8.4km의 속도로 헤엄칠 수 있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 쥐의 심장근육 세포에 유전자 조작 기술을 적용해 빛을 받으면 줄어들었다 펴지는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근육 세포를 고분자 물질(PDMS)에 금을 붙여 만든 뼈대 위에 정교하게 결합했다.

연구진이 만든 가오리 로봇은 빛을 받으면 유전자 조작된 근육세포의 수축-이완 운동에 따라 가오리처럼 물 속에서 헤엄친다. 가오리 로봇의 한 쪽에만 강한 빛을 주면 빛을 받은 쪽의 근육이 더 강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방향을 전환할 수도 있다.

최정우 서강대 교수 연구팀은 가오리 로봇이 부력을 조절하는 부분을 제작해 로봇이 앞쪽으로 헤엄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최 교수는 “그동안 세포를 이용해 로봇의 형상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실제 구동하는 로봇을 만든 것은 세계 처음”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생체 조직과 기계가 결합한 바이오 로봇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해 인간이나 동물 등을 닮은 로봇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