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삼성' 선장 이재용의 숨가쁜 2년…몸집 줄이기 성공, 책임경영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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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건강을 회복하셔서 저희 곁으로 다시 돌아오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5월 10일 삼성 인트라넷 ‘싱글’과 온라인 사보 ‘미디어삼성’에는 이건희(74) 회장의 쾌유를 기원하는 삼성 임직원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만 2년이 되는 날, 삼성맨들의 염원은 내리는 빗줄기 만큼이나 심금을 울렸다.

이 회장이 서울 강남구 일원로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삼성그룹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 회장의 장남이자 직무대행인 이재용(48)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끄는 ‘뉴 삼성’은 ‘1등 삼성의 자존심’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 실리 추구라는 키워드를 앞세워 숨가쁘게 달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보여준 변화는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 우리 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기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선제적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이라고 해석도 나온다. ‘이재용의 뉴 삼성’은 어떤 길을 걸어왔으며, 앞으로 여정은 어떨까?

◆ 계열사 74개서 59개로 ‘다이어트’…삼성전자, 컬처혁신 선언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뉴 삼성’의 특징은 과감한 사업 재편과 기업 문화 혁신으로 요약된다. 

삼성은 비주력에 해당하는 방산·화학 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팔았다. 2014년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는 한화로, 작년에는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삼성SDI 케미칼부문이 롯데의 품에 들어갔다.

지금은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금융 계열사인 카드와 증권의 매각 가능성은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삼성중공업, 제일기획 등도 상황에 따라 사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있다.

삼성은 2014년 74개 계열사를 올해 4월 59개까지 줄였다. 대신 해외 유망기업들을 잇따라 사들이는 소규모 인수합병(M&A)에 집중했다. 2014년 8월 사물인터넷(IoT) 회사 스마트싱스, 작년 2월 모바일결제 회사 루프 페이, 작년 6월 스마트카 회사 빈리 인수가 대표적이다.
 

불필요한 자산도 대거 정리했다. 서울 세종대로 삼성생명 본사 사옥을 5800억원을 받고 부영그룹에 매각키로 했다. 삼성생명 본사 사옥 인근의 태평로 빌딩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사옥 재배치를 통해 서초타운은 금융 중심으로, 전자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과 수원으로 일터를 옮겼다. 경기도 성남시 판교,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 잠실 등 소속 회사에 따라 근무지가 달라졌다.

이 부회장은 그룹의 기둥인 삼성전자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 사고방식과 관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듯 하다. 

실리콘밸리 기업처럼 기업 문화를 바꾸자는 ‘스타트업 삼성 컬처 혁신’을 선언했다. 불필요한 회의는 줄이고 스피드 보고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직급 단순화, 수평적 호칭, 성과형 보상 등을 추진하고 있다. 관료적 틀에서 벗어나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조직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 물산·전자·금융 삼각편대 구축…금융지주사 전환 고민

삼성가 삼남매(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는 작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시켜 탄생한 통합 삼성물산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그룹의 두 축인 전자와 금융을 아우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승계하지 않아도 오너 역할이 가능한 발판이 마련됐다. 이재용(17.2%), 이부진(5.47%), 이서현(5.47%) 세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28%가 넘는다.

삼성물산의 사업영역은 패션, 상사, 건설, 리조트, 바이오(자회사) 등 이른바 의식주휴(衣食住休)를 망라한다. 시가총액이 23조9000억원이다. 삼성전자,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아모레퍼시픽에 이은 국내 6위 대기업이 됐다.
 

삼성 서초사옥 /허욱 기자
 삼성 서초사옥 /허욱 기자

하지만 삼성물산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통합 후 첫 분기인 작년 4분기에 890억원 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에는 434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사와 패션에서 소폭의 이익을 냈지만, 건설에서 대규모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삼성 삼각편대(물산, 전자, 금융)의 한 축인 금융 사업의 향배도 고민거리다. 올해 1월 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37.45%)을 사들이자 ‘삼성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본격화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금융 계열사 지분 확보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55%) 정리도 삼성 입장에선 고민거리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문제는 법적인 부분이 해결되어야 진행할 수 있는 것이 있어 차근차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금융지주사는 회사 입장에서 더 고민을 할 거 같다. 삼성중공업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설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부의 구조조정과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미래 먹거리 발굴 시급…책임경영 강화는 숙제

이재용 부회장은 작년 5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공석인 이사장직을 수행하는 동시에 삼성그룹의 사회공헌의지를 계승한다는 목적이 컸다. 작년 6월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운영책임을 지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사태 해결을 위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

삼성의 황태자는 고개 숙여 용서를 빌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교육 사회공헌 프로그램 ‘드림클래스’ 현장을 작년과 올해 연이어 찾는 등 삼성의 사회적 역할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아직 미등기임원 신분이다. 계열사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삼성물산(17.2%), 삼성SDS(9.2%), 삼성전자(0.57%) 등 삼성 계열사의 주식은 갖고 있으면서도 회사의 중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멤버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스마트폰·반도체 사업의 선전으로 매출 49조7800억원, 영업이익 6조6800억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성숙 단계에 도달한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을 대신할 뚜렷한 미래 먹거리를 아직 찾지 못했다. 삼성전자 매출은 2013년 228조원을 정점으로 2014년 206조원, 2015년 200조원으로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작년 말 전장 사업팀을 신설했지만,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도 숙제로 꼽힌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의 지분 3.38%를 갖고 있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실적이 나빠지면 외국인 주주들이 지분이 적은 오너의 독단적인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다”며 “앞으로는 엘리엇 사태(미국 헤지펀드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처럼 애국심에 의존해 위기를 탈출할 수 없다. 시스템에 따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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