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셰프'의 사랑타고… '코리안 식기' 해외서 활기

전통 도자기 그릇 업체 광주요는 작년 레스토랑용 전용 식기를 개발하고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프랑스 식당 '베누' 등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 "그릇을 납품해 달라"는 요청도 늘고 있다. 베누는 프랑스의 식당 등급 부여 서비스 '미쉐린 가이드'에서 최고 등급인 '별 셋(3 star)'을 받은 레스토랑이다. 광주요 이화미 부장은 "해외 유명 레스토랑에서는 고객들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그릇에도 관심과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도자기 그릇 업계가 해외 수출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국내 도자기 시장은 해외 유명 업체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성장 정체 상태를 빚고 있다. 작년엔 한국도자기가 창립 72년 만에 처음으로 7월 한 달간 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행남자기는 73년 만에 매각될 정도로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는 국내 도자기 업체들이 해외 호텔과 레스토랑 등 전문 식당을 공략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유명 셰프 식당으로 수출 늘어

아웃렛 'W몰'의 이윤신 회장이 창업한 이도는 프랑스 파리의 '마켓' 등에 그릇을 납품하고 있다. 마켓은 미쉐린 가이드로부터 '세계 3대 셰프'로 선정된 장 조지가 운영하는 식당이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수공예품 전문 온라인몰인 '다라 아티산즈'에도 입점했다. 이도 민상희 팀장은 "작년 5월부터 10월까지 이탈리아에서 열린 밀라노 엑스포에서 한식을 담는 그릇으로 선정돼 현지인들에게 우리 그릇을 알렸다"고 했다.

국내 도자기 1위 업체 한국도자기는 최근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100만달러(약 12억원)어치를 이란에 수출하기로 했다. 지난 3월에는 영국 도자기업체 스틸라이트 그룹에도 36억원어치를 수출했다. 한국도자기는 작년에도 미국·영국·터키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 덕분에 수출 규모가 2014년 대비 15％ 증가했었다. 한국도자기 이범석 차장은 "이란의 경우 대가족이 이웃을 초대해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 번에 그릇을 120개씩 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류 붐에 FTA로 가격 경쟁력도 갖춰

젠한국은 750억원의 연 매출 가운데 80％ 정도를 ODM(제조자 개발 생산)을 통한 수출로 올리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10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 도자기 그릇 생산 공장을 운영하며 미국 레녹스, 독일 블레로이앤보흐 등 유명 업체에 납품하고 있다. 젠한국 김은진 과장은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150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세계 유행에 맞춰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며 "한 공장에서 모든 공정을 처리해 납기일을 잘 맞추는 것도 해외 업체들에 호평을 받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해외 유명 셰프들은 무늬와 색상이 화려한 서양 그릇보다 광이 없고 은은한 멋을 지닌 한국산 그릇이 음식을 더 빛나게 해준다고 평가한다. 손으로 만들 때 그릇에 생기는 결과 나무·돌과 비슷한 질감 등이 자연스러운 멋을 살려 '자연에서 얻은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것. K팝 등의 한류 붐에 FTA로 35％ 정도의 관세가 없어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수출이 활기를 띠는 이유다. 한국도자기 이범석 차장은 "글로벌 가구 업체와 패션 업체들이 최근 인테리어 사업을 강화하면서 침구나 식탁과 어울리는 그릇을 많이 구매해 간다"며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은 물론 중동,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도 우리나라 그릇을 좋아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