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줄 아는 남자가 강한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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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눈물' 고민을 심심찮게 듣는다. 내용이 비슷한데 예를 들면 이렇다. "전 상남자입니다. 친구와 화끈하게 한잔하는 것 좋아합니다. 조기축구회장 할 정도로 축구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어제 꼭 볼 경기가 있어 집에 들어갔더니 아내가 드라마를 보고 있더군요. 전 같으면 채널을 확 돌렸겠지만 요즘 아내가 무서워져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조용히 뒤에 앉아 드라마를 같이 보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흘러내리지 뭡니까. 누가 볼까 창피해 아들 방에 들어가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데 더 터져 나와 배우 조인성씨처럼 주먹으로 입을 막고 울었습니다." 당황했다며 자신에게 우울증이 찾아온 것이 아니냐며 궁금해한다. 우울증이 아니다. 그간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을 뿐이다.

남성이 위기다. 우울증 발병률은 여성이 높지만 자살률은 남성이 2배 이상 높다. 남자들이 우울을 표현도 못 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눈물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면, 상식대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자주, 더 강하게 우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그런데 남성이 여성보다 덜 울어야 하는 특별한 생리적 특징을 갖고 있지는 않다. 눈물이 없어서 울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는 울면 안 된다. 우는 남자는 약한 남자다'라는 프레임에 갇혀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것이다. '남자는 원래 눈물 없는 무뚝뚝한 존재'라는 생각은 편견이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수많은 아티스트의 상당수가 남자다. 남자가 눈물도 없는 무감정의 존재라면 창조적 예술 활동이 가능하겠는가. 중년 이후 쏟는 남성의 눈물은 남자가 여성화되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강한 남자'로 밀어붙이는 힘이 옅어지면서 원래 가진 섬세한 감성이 외부로 표현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DB

중년 이후 쏟는 남성의 눈물은
남성이 여성화된 게 아니라 
'강한 남자' 밀어붙이던 힘 옅어져
원래 가진 섬세함이 표현되는 것 
내 약점 인정하는 용기 갖고
마음 열어 어려움 꺼내놓아야

많은 남편이 아내를 수다가 많다며 흉보는데 그럴 일이 아니다. 쓸데없이 말이 많은 것을 수다라 하지만 말이 많은 것이 쓸 데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 출연 때 만난 한 심장내과 교수가 수다를 관상동맥질환 예방책의 하나로 소개해 흥미로웠다. 심장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 급사까지 올 수 있는 무서운 병 예방에 엉뚱하게 수다가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인데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다. 혈관 건강과 마음 건강은 형제 사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마음이 지치게 되면 혈관도 망가지는 것은 연구로 입증돼 있다. 따라서 수다가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혈관의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셈이다.

쉬워 보이는 수다이지만 수다를 떨려면 의외로 용기가 필요하다. 수다 내용엔 자기 자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속상한 내 삶의 이야기가 더 많을 때도 있다. 그래서 수다엔 마음을 솔직히 열어 보일 심리학적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강하다'란 용기가 아니라 내 약점과 고민을 털어놓을 용기다. 그렇게 용기 있게 내 삶의 어려움을 꺼내 놓아야 다른 사람의 위로와 공감을 제대로 받을 수 있고 지친 마음도 힘을 얻게 된다. 힘을 얻은 마음은 혈관과 심장도 지켜준다.

수다와 눈물이 어색하다는 것은 따라서 내 마음을 열어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거나 그럴 용기가 없다는 뜻이다. "애들이 엄마랑만 친하고 나와는 이야기도 잘 안 한다"며 섭섭해하는 아빠가 많다. 자녀와 공감 소통을 하지 못한 결과다. 공감 소통을 위해서는 억지스러움을 풀어야 한다. 우리는 억지로 완벽함을 유지하려는 사람에게 불통 이미지를 갖게 된다. 내 약점을 인정하는 용기를 가지고 내 마음을 열어 소통할 때 공감이 상대방과 이루어지며 심장도 튼튼해지고 자녀의 사랑도 느끼고 다른 인간관계도 감성적으로 더 풍성해질 수 있다.

이번 어린이날에는 아들 녀석과 한잔하며 '아빠 인생 힘들다'고 어리광을 부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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