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디 그로브 전(前) 인텔 CEO. /블룸버그 제공
인텔 전(前) 최고경영자(CEO) 앤디 그로브(Andy Grove)가 21일(현지시각) 79세의 나이로 타계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로브 전 CEO의 사망원인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그는 수년간 파킨슨병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36년 헝가리에서 중산층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나 홀로코스트와 공산당 독재를 거치며 힘겨운 성장기를 보냈다. 그로브는 1957년 20달러를 들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뉴욕시립대학에서 화학공학을 공부한 그로브는 1963년 UC버클리 대학에서 화학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반도체회사 페어차일드에 입사했다. 1968년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가 인텔을 창업할 때 창업 멤버로 합류한 그로브는 인텔이 IT업계의 공룡으로 성장할 때까지 인텔과 함께 했다.
그로브는 1979년 인텔 사장으로 승진했고, 1987년에는 인텔 CEO, 1997년에는 인텔 회장직까지 올랐다. 그로브는 1998년 인텔 CEO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2005년까지 인텔 회장으로 일했다.
그로브의 주 업적은 인텔 사장으로 일하던 1980년대 중반 회사의 주력 사업을 메모리칩에서 컴퓨터용 마이크로프로세서로 변경한 것이다. 이 판단이 개인용 컴퓨터 보급이 확대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인텔은 빠르게 성장했다. 그로브가 재직하는 동안 인텔의 매출 규모는 19억달러(약 2조 1935억원)에서 260억달러(약 30조원)로 성장해 실리콘밸리 신화의 산증인이 됐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우리는 앤디 그로브의 타계 소식을 듣고 큰 슬픔에 빠졌다"면서 "앤디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여러 번 실현했고, 여러 세대의 엔지니어들과 기업인, 비즈니스 리더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로브의 타계 소식이 알려지자 실리콘밸리 인사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추모글을 남겼다. 팀 쿡 애플 CEO는 트위터에 “앤디 그로브는 전세계 테크놀로지 업계의 거인 중 하나였고, 미국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애도를 표했다.
마크 안드레센 페이스북 이사도 페이스북에 “앤디 그로브는 실리콘밸리 최고의 회사를 키워낸 사람”이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