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덕분에 아메리칸 드림 일군 필리핀 소녀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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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프로스포츠는 경기에 앞서 꼭 국가를 부른다. 메이저리그는 거의 매일 게임이 있는 탓인지 국가를 따라 부르거나 엄숙한 표정을 짓는 선수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거나 다리를 비비 꼬는 등 보기에도 민망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해 4월 열린 LA 다저스의 홈 개막전. 아시아계 소녀가 마이크를 잡았다. 얼핏봐선 5피트(약 152cm) 남짓. 그러나 작은 몸집에서 폭죽 터지듯 뿜어져나오는 볼륨에 관중들은 마치 감전된 듯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드넓은 다저스타디움이 소녀의 노래로 꽉찬 느낌을 줘 5만7,000 명이 넘는 관중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선수들의 모습도 여늬 때와는 달랐다. '야생마' 매니 라미레스 조차 가슴에 손을 얹고 지긋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날 다저스는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11대 1 대승을 거뒀다. 포수인 러셀 마틴은 경기 내용을 요약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엉뚱한 답변을 했다. "오늘 국가는 내가 지금까지 지켜 본 것 중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의 노래를 듣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게임보다 몇배나 멋지고 훌륭했다." 

홈리스의 아들이었지만 이젠 당당히 메이저리거가 돼 아메리칸 드림을 일군 마틴. 자신의 과거가 소녀 가수의 삶과 오버랩 돼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7순을 앞둔 조 토리 감독도 "내 생애 최고의 국가를 들었다"며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소녀의 이름은 '샤리스'(Charice) 펨핀코. 필리핀 출신으로 올해 나이 17살이다. 세 살때 아버지가 집을 나가 생계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래를 불러야 했다는 샤리스. 동네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 우승하면 그 상금으로 세 식구가 끼니를 때웠다. 돈이 없어 맨발로 학교를 다니기도 했지만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샤리스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강호동의 '스타 킹' 탤런트 쇼 출연이 계기가 됐다. 뮤지컬 영화 '드림걸스'의 주제곡을 거의 완벽하게 불러 한국에선 혹시 입만 벙긋하는 '립싱크' 가수가 아닐까 의혹이 일기도 했다. 

그의 공연장면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려져 단숨에 지구촌 네티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인간승리의 대명사라는 찬사와 함께. 

샤리스가 신데렐라의 성공신화를 쓰게 된 건 오프라 윈프리를 만나고나서부터다. 오프라는 자신의 토크쇼에서 샤리스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노래와 함께 들려주며 몇차례나 울먹였다. 샤리스는 오프라의 주선으로 꿈의 무대인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그것도 자신의 어렸을 적 우상인 셀린 디온과 공연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오프라쇼의 마지막 멘트다. "내가 진정으로 샤리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노래 재능 때문만은 아닙니다. 숱한 시련의 세월을 살아왔지만 그 애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지요. 보다 더 나은 꿈을 이루려는 열정, 그런 노력이 오늘의 샤리스를 있게 한 겁니다."

짧지만 길고 험난한 삶의 터널을 지나 온 샤리스. 음반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데이비드 포스터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앨범도 내놨다.

샤리스는 빌보드 온라인판이 23일 발표한 '21세 이하 최고의 팝스타 21인'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저스틴 비버, 셀레나 고메즈에 이어 4위로 랭크됐다. 

솔자 보이, 조나스 브라더스의 막내 닉 조나스, 윌 스미스의 딸 윌로우 스미스, 마일리 사이러스, 한국의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16위) 등을 모조리 제치고 세계 정상으로 우뚝 선 것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삶의 무게가 버겁게만 느껴지는 요즘. 미국인들이 왜 필리핀의 가난한 시골소녀에 열광하고 환호하는지 한번쯤 곱씹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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