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분 내내 대단한 볼거리… 그러나 그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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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핵이 뜨거워지면서 엄청난 지진이 전 세계를 덮친다. 이 영화의 적어도 초반 50분은 대단한 볼거리를 선사한다./소니픽쳐스 제공

12일 전 세계 개봉 '2012'
히말라야 가라앉고 아프리카 치솟는 장관
인류 멸망 다루면서도 휴머니즘 연출은 '빈약'

주인공 존 쿠잭(왼쪽)은 산속에서 인류 종말을 예고하는 남자(우디 해럴슨)를 만난다.
12일 전 세계 동시 개봉하는 미국 영화 '2012'는 얼마 전 홍보차 내한했던 주연배우 존 쿠잭의 말마따나 "대단한 오락영화(great popcorn movie)"다. 2억6000만달러(약 3100억원)를 들여 만든 이 2시간37분짜리 공룡같은 영화는 그 규모에서 가히 압도적이다. 건물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수준이 아니다. 히말라야가 가라앉고 아프리카가 치솟아 세계 지도가 바뀐다. 그러나 그뿐이다. 세기(細技)에 영 재능 없는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은 영상의 덩치를 어마어마하게 키우고 난 뒤 인간을 어떻게 묘사할지 몰라 허둥댄다. 장 클로드 반담과 돌프 룬드그렌(감독의 92년작 '유니버설 솔저'의 두 주인공)의 이미지를 벗으려고 애쓴 그의 휴머니즘 연출은 권투 글러브 끼고 단추 끼우려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고 둔하다.

2009년 인도의 한 과학자가 지구 핵 온도가 이상하게 높아지는 것을 발견한다. 2010년 G8 회담에서 미국 대통령이 지구 종말이 가까웠음을 선언한다. 2011년엔 히말라야 고산 중턱에서 대형 발파작업이 이뤄지고 드디어 2012년 잭슨(존 쿠잭)은 두 아이와 함께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캠핑 갔다가 이상한 광경을 목격한다. 호수가 바싹 마른 곳에서 군인들이 뭔가 일을 벌이고 있으며 "곧 지구가 멸망한다"는 무선방송을 하고 있는 이상한 남자(우디 해럴슨)를 만난다. 세계 정부가 종말에 대비하고 있음을 알게 된 잭슨은 가족들을 경비행기에 태워 아비규환을 빠져나간다.
몇몇 복선을 짧게 보여주고 바로 재난 장면으로 돌입하는 이 영화의 초반 50여분은 정말 휘황한 볼거리다. LA 전체가 나무판자 부서지듯 쪼개져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재앙 속을 주인공 일행을 태운 경비행기가 뚫고 지나가는 장면은 모든 재난영화들의 무릎을 꿇릴 만큼 인상적이다(초반 50분 동안 이 영화에 실망하는 관객은 아마 찾기 어려울 것이다).

생삼겹살 굽기 전에 돼지갈비 먹지 말라고 했다. 이미 포만 상태에 가까운 관객은 이후 화산이 불을 뿜고 대륙이 가라앉고 쓰나미가 산맥을 덮쳐도 점점 '그러려니' 하게 된다. 물에 빠졌다 나온 관객에게 비를 뿌리며 젖기를 기대하는 이 영화는 그래서 중반 이후 '너무 화려해서 시시한', 매우 이상한 상태가 된다.

감독의 전작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사실상 람보 역할을 했던 미국 대통령은 이 영화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명예를 지킨다. 이를 비롯해 이 영화는 인간 존엄성과 가족애를 강조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러다 보니 인류 멸망 15분 전에 지질학자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일장 설교를 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 영화의 몇 장면은 '해운대'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존 쿠잭은 박중훈처럼 일밖에 몰라 이혼당하고, 거대한 파도를 앞에 두고 가족이 끌어안은 채 최후를 맞는 장면도 나온다. 아들과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냈던 남자가 죽음을 앞두고 손녀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네 할아버지다"라고 말할 땐 이것을 '해운대 오마주'로 봐야할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누구나 압도적 비주얼의 영화를 보고플 때가 있고, 그럴 때 이 영화의 만족도는 높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 멸망을 가정하고 둔중한 질문을 던질 것이란 기대는 접는 게 좋다. 실제로 에머리히 감독은 지난 9월 내한 행사에서 "이 영화는 몇 가지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고 말했다. 영화를 보고나니 과연 물음 하나가 떠올랐다. "정말 이 영화가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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