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원 공간에서 산란 렌즈를 통과한 빛이 서로 다른 초점 거리에서 동시에 광 패턴을 형성한 모습.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한미 공동 연구진이 몸 속 특정 부위에만 레이저 빛을 쪼여 피부 손상 없이 암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광(光) 치료’의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정의헌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팀은 GIST 고등광기술연구소,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와 공동으로 ‘홀로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3차원 공간에서 레이저 빛의 초점 위치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산란 렌즈’를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기존 레이저광 치료는 빛이 피부를 뚫고 지나가면서 손상을 입혔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피부를 절개해야 했다. 또 빛이 조직의 표면에만 쌓이고 정작 치료가 필요한 안쪽 부위에는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는 한계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체 조직 같은 불투명한 매질을 통과할 때 빛이 흩어지는 ‘산란 현상’을 역이용했다. 빛이 흩어진 경로와 같은 경로로 빛을 돌려보내 렌즈를 통과한 빛이 특정 지점에 모이게 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빛은 주변으로 산란된 빛보다 최대 8000배 밝았다. 또 연구진은 빛의 초점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해 22~51㎜ 떨어진 평면 위 원하는 위치에 빛을 정확히 쪼이는 데 성공했다. 동시에 2개 이상의 평면에 여러 개의 초점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정 교수는 “이를 활용하면 정상 조직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생체 깊숙한 곳의 여러 부위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며 “기존 레이저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고 뇌를 절개하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수년 내에 실제 의료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네이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 4월 7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