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철기 시대가 아니었던 고대 이집트 시대에 철로 만들어져 미스터리로 남았던 '소년왕' 투탕카멘의 단검이 외계에서 온 운석에 든 철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와 이집트 과학자들은 최근 이런 내용을 운석·행성 학회지에 발표했다.
투탕카멘은 10대 시절 왕위에 있다가 어린 나이에 의문의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1925년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는 3천300여년 전에 조성된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각각 철과 금으로 된 칼날이 있는 단검 2개를 발견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철기가 드물었던 데다 이 철로 된 단검은 녹이 슬지 않아 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연구진이 형광 X선 분석장치로 이 단검의 철 성분을 분석한 결과, 외계 물질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코발트와 함께 고농축 니켈 등이 발견됐다.
이에 연구진은 이집트 홍해 인근 2천㎞ 내에서 발견된 운석들의 성분과 대조해 단검의 철이 '카르가'라는 운석과 유사한 성분임을 알아냈다.
인류는 기원전 4천년 이래 구리, 금, 동 등을 이용해 생활을 영위했지만, 제철 기술은 훨씬 뒤에 나왔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 발견으로 청동기 시대에 살았던 투탕카멘이 철광석 물질이 진귀했음에도 숙련된 제철 기술자들을 부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이집트 북부 나일 인근의 묘지에서 발굴된 9개의 검은 철 구슬에서도 운석 성분이 발견된 바 있다.
연구진은 "고대 이집트인들은 훌륭한 장식품이나 의례품 생산을 위해 운석 철에 큰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런 진귀한 철 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진다는 것을 기원전 13세기부터 알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대학의 이집트학 연구자인 조이스 틀슬리도 고대 이집트인들이 지구로 떨어지는 천체 물질을 숭배해왔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그는 "하늘은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매우 중요했다"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들은 신의 선물로 간주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