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부추기는 집단 토크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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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동₩이승기의 공동 진행으로 연예인 20명을 초대해 토 크배틀을 구사하는 SBS 집단토크쇼‘강심장’. / SBS 제공
 

밤 11시대 TV 점령… 출연 연예인 폭로 경쟁
"이혼 직전까지 갔다", "넌 참 이상하다"…
"전문진행자 부족과 1대1 대화 익숙지 못한 한국인 '집단 문화' 탓"

"첫째, 폭로는 필수. 둘째, 연예계 인맥 총동원. 셋째, 개인기 선보이기."

지난달 22일 MBC '기분 좋은 날'에서 공개한 토크쇼 출연 연예인들의 '통편집(출연 분량이 모두 삭제편집돼 방영되지 않는 것)' 당하지 않기 위한 3대 생존법칙이다. 방송에서는 또 "토크쇼가 정글을 방불케 하는 출연자들의 치열한 생존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요즘 지상파 방송사의 밤 11시대는 '토크쇼 벨트'다. 거의 매일 밤 11시대에 서로 다른 간판의 토크쇼가 편성된다. 월요일과 화요일 밤 11시엔 두 개의 토크쇼가 경쟁 구도를 이루고, 주말엔 오후 시간대까지 토크쇼 형식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점령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거의 '집단 토크쇼'라는 점이다. 메인 진행자 1~2명에 적게는 수명, 많게는 십수 명의 게스트(초대 손님)들이 출연해 집단 토론 프로그램 구도를 만든다. 미국 등 토크쇼가 먼저 발달한 나라에선 찾아보기 힘든 형태다.

막말 부추기는 '집단' 토크쇼

현재 지상파에서 방송되고 있는 토크쇼 프로그램은 모두 15개. 이 중 KBS '이야기 쇼 락'과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을 제외하면 모두 집단 토크쇼다. 과거 '자니윤 쇼', '주병진 쇼'처럼 메인 진행자 1명에 출연자 1명인 1인 토크쇼 형식은 찾아볼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집단 토크쇼가 폭로와 막말, 독설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출연자의 사연을 담아내야 하는 방송 포맷 때문에 그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재민 KAIST(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는 "집단 토크쇼는 출연자들 간 경쟁을 부추겨 더 돌출 발언과 폭로성 발언을 낳는다"며 "토크쇼는 드라마와 달리, '공적인 공간'이 '사적인 공간'으로 변환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시청자의 의식과 언어습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실제 집단 토크쇼에서 쏟아지는 막말과 폭로는 증권가 정보지(찌라시)를 방불케 한다. 성형수술이나 과거 이성친구에 대한 고백은 이제 평범한 수준. 부부 토크쇼를 표방하는 한 프로그램에선 "남편이 가슴 성형수술을 강요한다" "남편이 룸살롱에 다녀와 이혼 직전까지 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에게 대시한 연예인이 ○명", "백지수표와 스폰서 제의를 받아봤다"는 고백도 단골 메뉴다.

 KBS 2TV 토크쇼‘김승우의 승승장구’. 메인 진행자(김승우) 1명과 보조 진행자 4명이 진행하는 토크쇼다. / KBS 제공
SBS '강심장'은 아예 '심장을 뒤흔드는 강한 이야기만이 살아남는다'는 콘셉트로 20여명의 초대 연예인을 내세워 '토크 배틀(토크 전쟁)' 포맷을 구사한다. "성형수술 실패 후 대인기피증에 걸렸다"는 스타의 눈물, "넌 참 이상하다"는 출연진 간 막말 공방이 주를 이룬다. 토크쇼 형식이지만, 섹시 댄스와 출연진 간 장기자랑 대결도 빠지지 않는다.

집단 토크쇼는 한국적 집단 문화의 산물

집단 토크쇼의 홍수는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 문화'가 반영된 측면이 크다. 1대 1 대화를 어색해하는 한국인들은 '집단에 묻혀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더 과감하고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 윤현준 PD는 "개별 대화에 익숙지 못한 한국 문화에서 1인 토크쇼의 침묵과 여백은 아직 부담스럽다"라며 "1인쇼의 경우, 출연자와의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덜 자극적인 질문을 주로 던지기 때문에 결국 시청자들은 '재미없다'고 외면한다"고 말했다.

토크쇼를 이끌 전문 진행자의 부족도 한 원인이다. 주창윤 서울여대 교수는 "집단 토크쇼의 유행은 결국 힘있는 진행자의 부재(不在)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집단 토크쇼는 출연 연예인들의 개성에 그때 그때 기댈 수 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덜하다"고 말했다.

집단 토크쇼를 한국적 토크쇼 장르로 인정하되, 변화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지난해 '박중훈 쇼'의 실패로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집단'을 맹신(盲信)하는 경향이 커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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