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 음색(音色)은 바래도 울림은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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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내 리사이틀 갖는 '3대 테너'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3대 테너'로 불리는 호세 카레라스(63)는 1986년 파리에서 오페라 《라 보엠》 촬영 도중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당시 백혈병의 생존율은 10% 남짓이었고, 모두들 그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겼다. 그는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 시애틀에서 방사선 요법과 골수 이식 등 치료에 전념했다. 그의 투병 소식에 전 세계에서 팬레터가 쏟아졌다.

12일 경기도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을 위해 내한한 카레라스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내겐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그저 병이 지나가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과 끝까지 싸워서 이겨내는 것이었다. 100만분의 1이라도 생존 확률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후자를 택했다"고 말했다.

2년여의 치료 뒤 1988년 수척해진 모습으로 오페라 무대에 복귀했을 때, 카레라스는 단지 성악가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호세 카레라스 국제 백혈병 재단'을 설립하고 같은 병으로 투병하는 환자들을 위한 기금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카레라스는 "투병하는 동안 세상이 내게 보여준 사랑과 관대함을 갚을 수 있는 길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싸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여년이 흐른 현재, 그의 고향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뿐 아니라 미국·독일·스위스에도 지부가 생겼으며, 매년 백혈병 퇴치 기금 마련을 위해 20여 차례의 자선 콘서트를 열고 있다.

'스리 테너' 가운데 플라시도 도밍고는 여전히 오페라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지만,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2007년 타계했다. 카레라스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테너, 아니 성악가 가운데 한명을 잃었다. 파바로티는 카리스마 넘치는 성악가였을 뿐 아니라 다정다감한 친구이자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남자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130개에 이르는 배역을 맡으며 지금도 오페라 무대에 서고 있는 도밍고와는 달리, 카레라스는 개인 콘서트나 리사이틀에 치중하는 편이다. 그는 "선택의 문제이며 적절한 작품과 극장, 적절한 지휘자·연출가와 오케스트라만 마련된다면 오페라 출연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1979년 처음 내한했던 카레라스는 "당시 한국 관객의 높은 수준과 뜨거운 호응은 지금도 여전히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베르디 성악 콩쿠르에 심사위원으로 갔을 당시 참가자의 70%가 한국 성악가였을 정도로 빼어난 수준과 기량을 갖추고 있었다"고 전했다. 예순을 넘긴 그는 "세월이 흐르면 카랑카랑한 목소리나 선명함은 잃을지 몰라도, 대신 풍부하고 깊은 해석이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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