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무하는 욕설과 폭력… 그 지독한 직설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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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 희생자이면서 용역깡패가 되어 사회에 폭력을 휘두르는 상훈(오른쪽)은 역시 가정폭력을 겪고 있는 고교생 연희를 만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몰필름 제공

똥파리

이 영화를 글로 설명하기란 난감한 일이다. 그만큼 영화 '똥파리(16일 개봉)'에서 욕설과 폭력은 없어서는 안 될 소재다. 이것들을 빼거나 순화했다면 이 영화는 데친 깻잎으로 쌈 싸먹는 격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폭력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관객은 영화 말미 뺨을 적실 가능성이 높다.

아버지의 폭력에 엄마와 여동생을 잃은 상훈(양익준)은 용역 깡패짓을 하며 산다. 욕하고 사람 때리는 게 그의 직업이다. 그는 15년 복역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버지도 두들겨 팬다. 어느 날 길에서 시비 붙은 여고생 연희(김꽃비)는 상훈에게 "양아치 새끼"라며 대든다.

연희는 용역 깡패들에게 노점을 하던 엄마를 잃었고, 아빠는 반 미친 상태다. 연희 남동생(이환)은 엄마가 남긴 통장에서 돈을 빼 쓰며 밖으로 나돈다. 상훈은 그런 연희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며 아주 조금씩 변해간다. 어느 날 연희 남동생이 상훈네 사무실에 취직한다.
첫 장면에 이미 비등점(沸騰點)에 도달해 있는 이 영화는 내내 아슬아슬 끓는다. 언제 끓어 넘쳐 아수라장이 될지 관객은 조마조마하다. 아들이 아버지를 때리고, 동생이 누나를 '××년'이라고 몰아붙이는 장면들은 인두가 코끝에 온 듯 불편하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이 쓰는 호칭이나 말투로 가족 관계도를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관객의 불편함은 무력감에 가깝다. 상훈이 밀린 빚 받으러 간 집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때리고 있다. 상훈이 들이닥쳐 남편을 냅다 패니까 아내가 상훈에게 매달려 때리지 말라고 빈다.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관객이 욕을 뱉고 싶은 심정이다.

가정 폭력이 대물림되고 그 폭력이 토사물처럼 사회로 분출되는 메커니즘을 확인할 때 관객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다. 영화 속 그들에겐 영원히 탈출구가 없어 보인다. 늘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상훈에게 어서 무슨 계기가 와서 그가 좀 웃었으면 좋겠다. 그런 관객의 숨통이 트이게 하는 존재는 연희다. 상훈도 연희 덕에 비로소 웃는다(비록 욕을 생각해내다가 웃지만). 해피엔딩을 바라게 되는 것도 이 시점이다.

이 영화가 지독한 리얼리티를 갖게 된 건 상징이나 암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화가 잔뜩 난 상훈은 눈 마주친 낯선 사람을 때리며 화풀이한다.

다른 영화였다면 빈 깡통을 차거나 주먹으로 벽을 쳤을 것이다. 상훈이 쓰는 욕설은 크게 두 종류밖에 없다. 그에게 욕설은 남도 사투리의 '거시기'와 유사하다. 하고픈 말은 많지만 표현할 길이 없다. 못 배워서 그런 것이 아니다. 들어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매정하게도 영화는 해피엔딩 기대를 저버린다. 그제야 비로소 상훈은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구에게나 기다리는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다. 그 사실을 망각할 때 우리는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펄펄 끓던 영화는 마지막에 결국 넘친다. 넘쳐 흐른 물이 불도 꺼버리지만 가스는 여전히 새고 있다. 극장을 나서고도 한참이나 가스 냄새가 비릿하게 맴도는 느낌이다.

모든 배우의 연기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똥파리'는 한국 독립영화의 좌표를 크게 끌어올렸다. '워낭소리' 돌풍을 능가할 것이라는 쪽에 한 표.

▶전문가 별점

·배우이자 감독인 양익준의 감정화법. 세상의 분노에 대한 젊은 영화의 외침. ★★★☆ 이상용·영화평론가

·전형적이지만 뚝심 있는 질주. 새로운 연기파 감독의 탄생. ★★★ 황희연·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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