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초 히스패닉계 대법관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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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소토마요르 대법관 인준현장

철저 검증-격렬 반대-깨끗한 표결
후보이념 강도 높은 토론

유권자 의식않고 소신투표
또 하나의 ‘유리천장’ 깨

“먼저 의원 여러분께 주지시킵니다. (투표 결과에 대한) 승복, 불승복 의사표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찬성 68, 반대 31표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인준이 통과됐습니다.”

6일 오후 미국 상원. 대법관후보 인준투표 사회를 맡은 앨 프랭컨 의원이 담담하게 결과를 발표했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인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을 제외한 전원이 참석한 99명의 상원의원석은 침묵으로 투표 결과를 받아들였다. 미국사회에서 또 하나의 유리천장이 깨지는 순간은 이렇듯 차분하고 조용히 다가왔다. 미 역사상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 세 번째 여성 대법관이 탄생한 것이다.

○ 깨끗한 표결

이날 투표는 의원 1명씩 일어나 “찬성” “반대”를 외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91세인 로버트 바이드 의원도 휠체어를 타고 참여했다.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2명은 모두 찬성했고 공화당은 총 40명 가운데 9명만 찬성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하나의 장벽을 깨고 완벽한 합중국을 향해 한걸음 더 다가섰다”고 환영했다. 8일 선서식을 가질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111번째 미국 대법관으로 최초의 히스패닉계이며 여성으로선 세 번째다. 여성 대법관은 1981년 취임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가 처음이며 1993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두 번째다. 오코너 대법관은 남편의 병 간호를 위해 사임해 9명의 현직 대법관 가운데 여성은 2명이 된다.

○ 강도 높은 반대, 진지한 검증

여름철 워싱턴을 뜨겁게 달궜던 소토마요르 인준청문회는 ‘법과 이념’을 주제로 한 진지한 법철학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소토마요르 후보를 ‘운동권 성향 판사(judicial activist)’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 온 공화당 의원들은 “법관이 자신의 이념, 도덕적 가치관을 판결에 이입(empathy)시켜도 되느냐”면서 집중적으로 따졌다. 소토마요르 후보는 “법관은 오로지 법 조항만을 따라야 한다. 주관이나 이념은 개입시키면 안 된다”고 거듭 다짐했다. 판사 재직 때 “현명한 라티노 판사가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을 철저히 반성한 셈이다.

그럼에도 공화당 지도부는 “다음 선거에서 히스패닉 유권자 표는 기대하지 말라”는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지로 돌아서지 않았다. 강력한 이익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도 총력적으로 반대운동을 펼쳤다. 공화당은 가능한 한 인준을 늦추기를 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자금 사건에 대한 대법원 심리가 시작되는 9월 이전에 소토마요르 대법관이 정착하기를 원해 인준투표를 밀어붙였다. 소토마요르 대법관 취임으로 대법원의 이념적 역학구도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향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종신직을 박찬 데이비드 수터 전임 대법관 역시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이었기 때문이다.
 
○ 인종, 성()차별의 장벽 넘은 아메리칸 드림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1954년 뉴욕 브롱크스 빈민가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이 학력의 전부인 염색공 아버지를 9세 때 여의었고 사는 동네는 마약과 갱 범죄가 득실댔다. 하지만 어머니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사주는 등 교육열이 대단했다. 8세 때 당뇨에 걸려 매일 인슐린 주사를 맞고 소매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중고교를 우등으로 졸업한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프린스턴대와 예일대 법학대학원이라는 최고의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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