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천국, 고용주의 지옥 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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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더크 쿠이퍼스 보건부 장관은 요즘 ‘병가(Sick Leave)’로 아프다. 아파서 병가를 냈다는 뜻이 아니라 병가 때문에 골치가 아픈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이 그러하듯 벨기에는 직장인의 천국이다. 적어도 병가 규정만 보면 그렇다. 아프면 기한을 무한정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병가를 신청하고 술먹고 숙취가 남아도 병가를 낸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A섹션 1면에 병가를 남용하는 벨기에 직장인들의 풍경과 문제점을 조명했다. 병가를 툭하면 쓰는 이들은 공무원들로 연평균 병가일이 35일이나 된다. 이는 벨기에 전체 평균의 2배이고 미국과 비교하면 7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쿠이퍼스 장관은 의사와 조사관을 연계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꾀병을 부리는 이들을 적발하는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매일 12명의 조사관들이 병가를 낸 공무원들의 집을 무작위로 방문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병가를 내고 암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도 있었고 또 어떤 남성은 여성과 동침하고 있다가 적발됐다.

병가문제는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에게도 골칫거리다. 2005년 유럽 직장인들의 평균 결근일은 연간 11.3일로 미국의 4.5일의 3배에 가깝다. 이로 인한 GDP의 손실은 연간 1.3%에 이른다.

그러나 개선이 쉽지가 않다. 병가를 쓰는 벨기에인의 절반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벨기에는 서유럽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다. 병가자들을 정기적으로 접촉하는 정신과 의사 빈센트 쿼이드바흐 씨는 “우울증 환자가 아닌데도 속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한다.

컨설팅회사인 SD웍스의 병가 전문가 프랑코 롬바드(48) 씨는 “꾀병을 부리는 이들은 혼낼게 아니라 살살 달래주는 게 좋다”고 말한다. 그는 병가를 내는 사람들의 65%는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지만 실제로 속이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와 조사관 등 전문가들을 동원하는 것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면서 “이들이 격려해서 일터로 복귀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패브리스 벤더벨펜(36)은 벨기에 남부의 야채공장 매니저다. 여자친구와 이별의 아픔을 겪은지 6개월뒤인 지난해 9월 그는 우울증을 이유로 병가를 냈다.

공장의 쟝 듀브이송 사장은 그에게 “집에만 있지말고 나와서 운동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라”고 권했다. 벤더벨펜은 첫 2주간은 부모 집에서 시를 쓰는 것으로 소일하다 동네 클럽에서 축구를 시작했고 바넥스에 있는 성당도 다니게 됐다.

11월에 들어 그는 3만달러 짜리 알파 로메오 차량을 구입해서 드라이브를 즐겼다. 전 여자친구도 만나고 파티에도 갔다는 벤더벨펜은 “만일 병가 관련 법이 없었다면 진작에 일하러 돌아가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직장에 복귀한 것은 병가를 낸지 석달만인 12월22일이었다. 쉬는 동안에도 그는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첫달은 회사로부터 봉급 전액을 받았고 둘째달부터는 정부가 지급하는 80%의 급여를 받았다. 그가 복귀하자 회사는 그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일이 편한 좀더 높은 자리를 배정했다.

일부 회사들은 꾀병을 부리는 직원들을 혼내려다 되레 손해를 보기도 한다. 2007년 에릭 디레이브 씨는 버트란드 윌렌브로액이라는 직원을 4개월 단기계약을 했다. 첫 5주간 윌렌브로액은 근무중 자주 조는가하면 우울증을 핑계로 병가도 냈다. 사장은 “대체 내가 왜 자리 하나를 위해 두사람의 월급을 줘야 하느냐?”며 해고해 버렸다.

그러나 윌렌브로액은 전국카톨릭노조를 통해 사장을 고소했다. “사장이 충분한 휴식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해고는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장은 게을러서 해고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 케이스는 오는 3월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지만 노조는 웰렌브로액이 이길 확률이 70% 이상이며 1만 달러의 미지급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이퍼스 보건부 장관의 정책덕분에 정신과 의사 쿼이드바흐 씨는 즐거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보건부에서 보내준 병가자 정보를 컴퓨터로 내려받고 5분 간격으로 14명을 접속한다. 그는 한번 접속할 때마다 46달러를 받는다. 집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는 그는 “일이 너무 즐겁다”며 콧노래를 부른다.

나탈리 디로이사트(34) 씨는 연금공단 사무실에서 일하는 회계보조원이다. 스트레스와 고혈압을 이유로 병가만 매년 20회 정도 내는 그녀는 의사 및 조사관들과 정기적으로 접촉을 한다.

지난해 모두 6차례 조사관들을 만났다는 그녀는 “사람들이 친절하고 나를 환자로 대접해 준다”고 만족해 했다. 그녀의 동료인 알레산드로 스칼조 씨는 “아이 때문에 휴가가 필요할 때는 병가를 신청한다”고 말한다. 또다른 동료인 에벌린 보흐 씨는 “아침에 일어날 때 조금 피곤하다 싶으면 병가를 신청한다”고 말했다.

고용주가 병가를 낸다면 아마도 홧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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