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너 때문에…눈물 쏟는 사양 업종들

관리자 0 6,211
MP3·전자수첩·시계… ‘만능’ 휴대폰에 밀려 생존 고민
휴대폰 소액결제 1조7000억원… 신용카드에도 여파
‘1인 1휴대폰 시대’를 맞아 휴대폰으로 인한 사양 업종들이 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우리나라 휴대폰 사용 인구는 4473만명, 보급률은 92.2%에 달한다. 휴대폰이 남녀노소가 다 갖고 다니는 필수품이 되면서 휴대폰의 위력에 밀려 생존력을 잃고 시들어버리는 업종이 한둘이 아니다.

 
전자수첩·사전-수요 감소로 생산 중단
종이수첩·사전-휴대폰과의 제휴 모색

 
영어수업이 한창인 한 대학 강의실. 몇몇 학생이 버젓이 휴대폰을 꺼내 액정을 들여다보고 있지만 교수들은 아무렇지 않은 눈치다. 학생들이 보는 것은 휴대폰 안에 수록된 영한사전. 대학생 문보름(22·성신여대 3년)씨는 “깜박 잊고 전자사전을 갖고 오지 않은 날이면 휴대폰부터 꺼낸다”며 “즉석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휴대폰에 있는 전자사전 기능이 유용하다”고 말했다. 단어의 정확한 발음까지 들려주는 휴대폰이 등장한 마당에 굳이 전자사전을 꼭 챙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던 전자수첩도 휴대폰에 밀려나고 있다. 전화번호부, 일정관리, 메모, 계산기 등 전자수첩이 담당하던 기능을 휴대폰이 흡수하면서 이제는 전자수첩을 판매하는 곳조차 찾기 힘들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홍성택(33)씨는 “전자수첩은 휴대폰에 밀려 몇 년 전부터 아예 신제품도 나오지 않는다”며 “현재는 남아있는 물품만 처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판매상뿐 아니라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10년 전까지 전자수첩을 취급하던 샤프전자 홍보팀의 김국현(39) 과장은 “IMF 사태로 전자수첩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생산을 중단한 이후 전자수첩의 빈자리를 휴대폰이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수첩과 종이사전은 생사의 기로에 섰다. 전자수첩의 등장에 이어 두 번째 맞이하는 위기다. 다이어리와 전화번호부·수첩 등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양지사(社)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브랜드 가치와 품질 향상으로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와 경쟁하려 하지만 4~5년 전부터 매출액은 정체 상태에 있다”고 털어 놓았다. 시사영어사의 박정의(67) 편집위원장은 “학습효과는 종이사전이 제일이겠지만 길거리에서 갑자기 모르는 단어를 찾거나 급할 때 사용하기에는 휴대폰의 전자사전 기능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시사영어사전은 삼성 애니콜 휴대폰에 내장된 사전 콘텐츠를 공급하는 것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알람시계-휴대폰 알람 기능으로 완전 몰락
손목시계-패션으로 승부… 액세서리로 재탄생

 
알람시계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침에 눈뜨자마자 제일 먼저 누르는 것은 알람시계 버튼이 아닌 휴대폰 ‘종료’ 버튼이다. 특히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여행객의 가방에서도 알람시계가 사라진 지 오래다. 지난 6월 여름방학을 맞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대학생 이혜민(22·이화여대 3년)씨는 “로밍 휴대폰을 쓰면 한국에서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알람도 제 시간에 울려 국경이 바뀔 때마다 시간을 바꿔야 하는 알람시계보다 훨씬 편리하다”며 “한 번에 하나의 시간밖에 지정할 수 없는 알람시계와 달리 휴대폰은 여러 시간을 동시에 지정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손목을 들추기보다 휴대폰 액정을 확인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이 같은 흐름 때문에 유명 시계 제조사에서도 시계 고유의 시간 알림 기능보다는 액세서리로서의 패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캘빈클라인, 오메가, 스와치 등의 유명 브랜드 시계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스와치그룹 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시간을 보는 장치의 주류가 시계에서 휴대폰으로 넘어갔다”며 “최근에는 디자인을 강조한 팔찌형 시계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요즘은 액세서리 개념으로 시계를 고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심지어 건전지가 떨어진 시계를 팔찌 대용으로 하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김대붕(52) 전무도 “부모님 세대에는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구매했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다르다”며 “시계도 패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시계 스타일도 유행에 따라 변화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모바일 음원시장 2200억… 일반 음반시장 추월
MP3 플레이어-기능 추가 등 대책 마련 부심

 
휴대폰으로 인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대표적 상품은 MP3 플레이어. 전용 MP3 플레이어를 사용하기보다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박지훈(27)씨는 “MP3 플레이어가 따로 있지만 휴대폰과 MP3플레이어를 둘 다 가지고 다니는 것이 귀찮아 그냥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다”며 “외장형 메모리칩을 구입하면 전용 MP3 플레이어 못지않게 곡을 많이 담을 수 있다”고 했다. 박씨는 또 “요즘 대부분 휴대폰은 음악을 들으면서도 문자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2008112900270_1.jpg

 
이동통신 3사에서도 MP3 플레이어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휴대폰 제조사와 협력해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휴대폰을 생산함은 물론 최신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포털사이트도 만들었다. SK텔레콤 ‘멜론’, KTF ‘도시락’, LG텔레콤 ‘뮤직온’이 현재 자사 고객의 휴대폰에 최신곡을 비롯한 각종 음원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에서 발표한 휴대폰 관련 모바일 음원시장 규모는 2200억원가량. 일반 음반판매 650억원과 인터넷을 통한 디지털 음원시장 1500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음원제작자협회의 김재환 팀장은 “특정 매니아 계층은 PMP나 MP3 플레이어를 계속 이용하겠지만 휴대폰을 이용해 음악을 듣는 인구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때문에 MP3 플레이어 업계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를 제조하는 레인콤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아이폰과 같이 휴대폰 기능이 있는 MP3 플레이어를 개발 중에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MP3 플레이어만이 아닌 전자사전, PMP, 내비게이션 등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 : 2008.11.25 14:51 / 수정 : 2008.11.29 15:11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Hot
눈부신 한예슬, 파리서 `찰칵`
관리자 7003회    0
Hot
모델 기죽이는 디자이너
관리자 7617회    0
2024년 06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06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00 35,0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