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자 향한 끝없는 도전… 패배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소룡. 《정무문》 《용쟁호투》 등 불과 다섯 편의 영화로 신화와 전설이 된 인물. "아비요~"라는 괴성을 지르며 쌍절곤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에 반한 코흘리개들은 지금은 40대 중년층이 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이가 어린 시절의 영웅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런 독자들에게 반가운 책이 나왔다. 저자는 방대한 인터뷰와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섬광처럼 빛났던 삶을 산 '인간 이소룡'을 그려내고 있다.

이소룡은 평생을 싸웠다. 그의 본명은 이진번(李振藩)으로, '이소룡'은 아역 배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출연한 작품에서 쓴 이름이다. 그는 유년 시절에는 불우한 환경과 싸웠고, 무술에 푹 빠졌던 10대 때엔 길거리에 나가 싸웠다. 덩치 큰 영국 학생들에게 얻어맞은 것은 인정해도 패배는 절대 인정하지 않았던 "싸움에 환장한 놈"이었다. 그는 홍콩에서 5년 동안 소림무술의 일종인 영춘권(詠春拳)을 익혔고, 열아홉 살에 미국으로 가서 12년 동안 무술과 영화에 투혼을 불사른다.

이소룡의 가장 큰 싸움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는 간혹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데 곤란을 겪을 정도로 감정의 기복이 큰 사람이었다. 급하고 뒤틀린, 과격한 성격 때문에 스스로 괴로워했다.

"쓸모 없는 것은 내버려라." 이소룡은 이 말을 되풀이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였다. 전통적인 수련법 대신 헤드기어와 글러브를 착용한 대련을 즐긴 그는 길거리 싸움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들을 중시하여 절권도(截拳道)라는 자신의 유파를 만든다. 그는 동양 무술에 서양의 격투기를 접목시킨 '창조적인 무인'이자 할리우드의 인종주의적 편견을 허물고 정상에 우뚝 선 스타배우였다. 그는 모든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고자 했다. "절대 난 스스로 세계 최강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계 2인자인 것도 아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이소룡은 뇌부종으로 인한 돌연사로 사망하기 전 마지막 2년 동안 과도한 중압감에 시달렸다. 그는 배우이자 각본가, 감독으로서 숨 막힐 듯한 무더위와 씨름하며 너무 많은 체력을 소모했다. 갑작스러운 유명세와 그에 따른 언론의 집중 조명도 견뎌내야 했다. 그는 무술 수련도 중단해야 했으며, 결국 웃음을 잃고 말았다.

저자는 이소룡의 삶을 꼼꼼히 추적하면서 독자들에게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하기도 한다. 10대 때에는 여자애들을 사귀기 위해 한때 춤을 배워, 홍콩에서 개최된 차차차 경연 대회에 나가 우승하기도 했다.

베이스 기타 연주자 겸 저술가인 저자는 이소룡을 당대 최고의 무인으로 섣불리 단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파링을 중시한 이소룡의 단련법은 단기간에 근육과 스피드를 키워주지만 이는 한계가 있다. 외적인 단련은 되지만 무술에서 말하는 내적인 공력은 키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소룡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팬이라면 그를 무림의 절대 강자로 묘사하는 저자의 입장에 흔쾌히 동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