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신년 인터뷰 - 다시 태어나도 김연아는 피겨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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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축년 새해가 밝았다. 희망을 이야기하는 새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은, 역시 지난 2008년 우리 모두의 '행복 바이러스'였던 김연아(19·군포 수리고)다.

미국·일본의 부잣집 딸들은 집안의 든든한 지원 속에서도 신통찮은 성적을 냈지만, 김연아는 과외 한 번 못 시켰는데 당당하게 1등 상장을 내밀어 온국민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굳은 믿음을 주는 까닭에, 경기 침체와 사회 갈등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그는 '희망의 아이콘'이다. 2010년 밴쿠버 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올 한해는 하루도 그냥 넘기기 아까운 중요한 해다. 대학생이 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연예인 대시는 한 번도 없어요. 잘 하라고 격려만 해주던데요."
 
그랑프리 파이널이 열린 지난 12월, 김연아는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인기를 실감했다. 늘 100여명이 넘는 취재진 을 몰고 다녔고 발 디디는 모든 곳에서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지난 5월만해도 모자도 쓰지 않은 맨얼굴로 신사동 가로수길 커피숍을 맘껏 드나들었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횡단보도에 서 있어도 "김연아랑 아주 똑같이 생겼다"면서 쑥덕일뿐이었다.

7개월만에 상황은 달라졌다. 그는 "그럴 시간도 없긴 했지만 이제는 혼자 외출해서 친구 만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밥먹으러 가서도 조용히 밥 한 술 뜨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예상했던 것보다도 인기가 훨씬 더 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도 있다"는 그는 "이렇게 된 이상 운동선수로서 기본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는 인기를 즐기는 법을 익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몇 차례 TV와 CF 촬영 때문에 연예인들도 많이 만났다. 그는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을 실제로 봐 신기했는데, 그분들이 오히려 나한테 사인을 요청했다. 근데 다들 조심스러워 하셨고, 남자로서 대시한 분이나 받은 적은 없다. 그저 열심히 잘 해달라고 응원해주셨다"면서 깔깔댔다.

이어 "이 인기가 계속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와 나를 둘러싼 상황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아직까지 유명인으로서의 삶에 대해서는 크게 고민한 적도 없지만, 어떻게 변하든 나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성숙한 대답도 한다.

▲"겨울 올림픽 끝나면, 기대가 많아요."
 
오는 2월, 교복이 잘 어울렸던 여고생 김연아는 정든 수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학생이 된다.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에게 대학 입학은 억압의 나날에서 풀려나 끝없이 펼쳐진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대학만 가면"이라는 수식어를 습관처럼 되뇌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김연아는 다르다. 목표가 다른 까닭이다. 그가 입에 달고 사는 말은 "겨울올림픽만 끝나면"이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성인이 됐다는 사실도 실감이 안난다. 그저 책임감이 좀 더 생겼다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한다"고 했다.

"대학에 입학은 하지만, 정상적으로 수업을 듣기 힘든 처지인 것을 알고 있다"는 그는 "남들은 대학에 가면 미팅을 하거나 남자친구를 사귀는 꿈을 꾸지만, 내가 꿈꾸는 대학생활은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의 일상이다"라는 희망사항을 밝혔다.

중고등학교 생활을 남들처럼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배어 있다. 그는 "이 모든 것을, 최소한 겨울올림픽까지는 '꿈'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그에게 평범함을 앗아가버린 피겨스케이팅이 밉지는 않을까. "만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평범한 김연아'와 '지금의 김연아' 중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그는 "어차피 대중의 관심을 끌든 그렇지 않든 운동선수의 삶은 평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못박는다. '다시 태어나도 김연아는 피겨선수'라는 말이다.

그는 "큰 관심과 인기 덕에 얻는 것이 많은 대신 포기해야할 것도 생긴다. 지금 삶에도 감사하고 만족하지만 만일 인기가 없었다 해도 나는 잘 살고 있었을 것 같다"고 '쿨'하게 말한다. '시크 연아'라는 그의 별명이 왜 생겼는지 알 것 같다.

▲"남자는 아직. 술도 선수 생활이 끝나는 날까지는 친해지지 않을래요."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고 있어서일까. 그의 이미지는 자로 잰 듯 반듯하고 완벽하다. 선하고, 뭐든지 다 잘 하는데다가 예쁘다.

그는 "예쁘게 봐주시는 점은 감사하지만, 그 이미지가 때론 큰 부담이 된다. 나는 결코 완벽하지 않다. 운동하는 것만 빼면 나도 평범한 여학생일 뿐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엽기 포즈, 새침한 표정의 셀카(셀프카메라) 등 개구쟁이 여고생의 모습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자신의 싸이월드 홈페이지를 예로 든다.

"홈페이지에 내 일상적 모습들이 일부 공개돼 있는데, 솔직한 모습을 그냥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한다. 특정 이미지는 빙판 위 연기할 대만 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의 생활은 그의 이미지와 똑같다. "남자 친구나 연애 감정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다. 어릴 때 맛이 어떨까 궁금해서 술을 혀 끝에 대 본 적은 있지만, 마셔본 적은 없고 최소한 선수생활을 그만 둘 때까지는 입에 대지 않을거다"고 밝혔다.

"버는 돈 모두 부모님이 관리한다"는 그는 "그렇기에 갑자기 사고싶은걸 막 산다거나 하는 변화는 없다. 그저 팬들로부터 선물이 많이 늘었을 뿐이다"고 한다.

'불황'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김연아도 경기 침체를 느끼고 있다. 그는 "최근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가 경제 상황에 대한 뉴스다. 주변에서도 그런 말씀들을 많이 하시고, 또 그런 상황에 내가 희망이 된다고들 하셔서 더 힘을 내고 있다"면서 "희망을 꺾지 않기 위해 나도 더 노력하겠다. 올해 남은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좋은 뉴스를 전해드리고 싶다"는 멋진 새해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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