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순회 콘서트 열고 라디오DJ 맡은 이루마씨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32·사진) 씨는 7개월 된 딸 로운이에게 푹 빠져 있었다. “제 핏줄인 아이에게서 음악적인 영감을 많이 받고 있어요. 솔로 때엔 느낄 수 없었던 감성을 음악으로 따뜻하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해 7월 딸을 얻은 그는 그 다음달 군(해군 군악대·홍보단)에서 만기 제대한 뒤 음악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해 10월 6집 앨범 ‘P.N.O.N.I’를 발표한 데 이어 11~12월 전국일주 콘서트를 열었다. 22개 도시를 돌며 직접 청중과 만났다. 이달 초부터 KBS 1FM ‘세상의 모든 음악’ DJ를 맡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클래식뿐 아니라 크로스오버와 영화음악, 라틴 아메리카·러시아·아프리카·북유럽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혼자 부스 안에 들어가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니 처음 며칠 동안은 마구 떨리더군요. 긴장해서 곡 제목이 제대로 안보이거나 외국 사람 이름을 잘못 소개하기도 했죠. 물론,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어요. 청취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보노라면 진행자인 제가 되레 위로 받는 느낌도 들어요.”

25개월간 군에 다녀왔는데, 제대하자마자 적응기간도 없이 바로 활발하게 활동을 재개해 조금 의외라는 느낌이다.

“군 복무를 하면서 선후배 관계와 사람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여럿이 어울려서 공동 생활을 하다 보니 제 자신을 조금 낮추게 되더군요. 처음엔 어색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것이 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삶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11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대 킹스 칼리지에서 작곡을 공부한 그는 2001년 한국에서 1집 앨범 ‘러브 신(Love Scene)’을 내고 이듬해 ‘키스 더 레인(kiss the rain)’을 히트시키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왕성하게 활동하던 2006년에는 해군에 입대했다. 군에서도 피아노를 쳤다고 한다. “아버지께서는 ‘늘 떳떳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조금의 흠도 없는 사람이 되라고요. ‘서른 살이 되기 전에는 군대에 가야 하겠다’라고 생각했고 군에서도 음악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풀렸던 것 같아요.”

아내인 미스코리아 출신 손혜임 씨와는 2006년 입대하기 전에 만났다고 했다. “입대 전에 프러포즈를 미리 했는데 군에 있다 보니 조바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일병 때 결혼했지요.”

지난해 9월엔 처제인 탤런트 손태영씨가 톱스타 권상우씨와 결혼하면서 함께 화제에 올랐다. 손아랫 처남 권상우는 두 살 아래인 그에게 깍듯이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태영이 부부가 집에 자주 놀러 와요. 이제 저도 이모부가 된다니 설레네요. 동서(권상우)는 ‘아들 낳으면 축구 선수 시키겠다’라며 ‘영국에 보낼 테니 잘 부탁한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음악을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음악을 만들지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대중 음악도 해보고 싶고요. 다시 머릿속을 깨끗이 비우고 백지 상태로 출발할 겁니다. 피아니스트보다는 곡을 만드는 ‘작곡가’로 남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