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가 된 중국 일곱 번째 부자

하늘을 흔드는 사람
레비야 카디르·알렉산드라 카벨리우스 지음
이덕임 옮김, 열음사, 552쪽, 1만8000원

　‘한때 중국의 최고 갑부였고 11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인 그녀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위험한 국가의 적(敵)이 되었다.’ 2005년, 독일의 알렉산드라 카벨리우스 기자는 이 짧은 기사에 매료됐다. 중국 정부의 탄압에 맞서 싸우기 위해 모든 부귀영화를 뒤로하고, 5년 반이 넘는 세월을 감옥에서 처참하게 보낸 ‘그녀’가 대단한 사람임을 기자는 직감했다. 그때 카벨리우스 기자가 한달음에 달려가 ‘그녀’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또 그녀의 60년 인생을 헤집으며 집요하게 인터뷰하지 않았더라면 독자들은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위구르족 투쟁의 상징’으로 불리는 레비야 카디르(60)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카디르는 ‘난민’이었다. 1948년 동투르키스탄(신장)의 산악지대에서 태어났다. 마오쩌둥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이 신장을 점령하고 한족들을 그곳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그의 가족들은 사막으로 추방됐다. 열다섯 살에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결혼했고, 1960년대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서 ‘흑색분자’ 로 낙인찍혀 고초를 겪었다. 여섯 아이를 낳고 남편으로부터 구타당하다가 이혼했다. 아이도, 남편도, 돈도 한 푼 없이 홀로 섰을 때, 그녀 나이 스물 여덟살이었다. 그는 무너지지 않았다. 자신을 버린 남편에게 “나는 어머니로서 자존심을 지킬 것이고, 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내 마음을 지키고, 마지막으로 나 자신을 위해 품위를 지킬 거예요”(158쪽) 라고 말했다.

빨래통 한 개, 빨래판 세 개, 비누 다섯 개로 시작한 세탁업이 그의 첫 비즈니스였다. 양가죽·목재·부동산·음식 등 사업에서 차례로 성공, 1990년대 그녀는 중국 13억 인구 중에서 일곱 번째 갑부로 올라섰다. 그러나 그는 일개 부자로만 살 수 없었다. “내가 부양해야 하는 건 비단 내 아이들만이 아니고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한순간 깨달았다.”(175쪽) 위구르인들의 인권을 대변하면서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가 된 그녀는 99년 체포돼 징역 8년을 선고 받고 감옥생활을 하다가 2005년 3월 콘돌리자 라이스의 베이징 방문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풀려났다.

현재 카디르는미국 워싱턴에 망명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2006년 뮌헨에서 열린 세계위구르인대회(WUC)에서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녀는 지금도 인권운동가로 활약하며 “언젠가 조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엔 ‘변방의 한 여성’의 삶이 그닥 흥미로워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위구르인의 신산한 삶이 ‘핫’한 주제로 여겨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선입견과 편견을 부끄러움으로 바꿔놓을 정도로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감옥은 나를 강하게 단련시켰다. 매일 나는 조금씩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하는 카디르의 의지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카디르는 2007년부터 유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됐다. 올 연말엔 마음 속으로 ‘레비야 카디르’에게 지지를 보낼 이들이 더 늘어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