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 공자는 재즈 아티스트 - 도올 김용옥 『논어 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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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올 김용옥
“조선왕조는 공자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논어를 제대로 읽지 않아서 망했다.”

동양철학자 도올 김용옥(61)씨가 『논어 한글역주』(전3권, 통나무)를 내놓으며 일갈했다. 권마다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도올은 ‘유자(儒者)의 나라’ 조선이 실제로는 ‘논어’를 읽은 바 없다고 말한다. 조선 유학자들은 주자를 통해 논어를 읽었다. 『논어집주』가 조선의 경전이었다. 도올의 논어 읽기가 ‘파격’이라면 교조화된 유교의 도덕적 엄숙주의를 격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맹자에 의해, 또 주자에 의해 박제화된 공자를 그 생전의 자유분방함으로 되살려 내자는 뜻이다. 그것이 21세기 동아시아 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도올은 “공자는 공자를 옹호하려는 자들 속엔 존재하지 않는다. 공자는 공자의 비판자들 속에서 그 모습을 선명히 드러낸다”고 말한다. “공자,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하면 『논어』는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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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누구인가. 아비는 천민에 가까운 평민 족속의 이름 없는 무사였고, 그의 셋째 부인인 어미는 무녀(巫女)였다. 이 부부가 니구산(尼丘山)에서 기도해 얻은 아들, 공자의 이름은 ‘구(丘·언덕)’였다. 공자의 머리 정수리 생김새가 펑퍼짐한 니구산의 언덕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사마천은 기록한다. 도올은 이 기록을 들어 ‘짱구머리 공자’라고 부른다. 가난하고 변변치 못한 집안에 이름조차 되는 대로 지은 이 ‘무당집 짱구’가 인류 문명사의 거대한 도약을 이끈 것이다.

도올은 성서 해석학, 텍스트 비평, 문자학 등의 방법을 동원해 공자의 삶과 논어의 구조를 파헤쳤다. 이런 ‘탈 신화화’의 방법론 속에서 2500년 전의 사상적 거인이 오늘의 삶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것이다.

도올은 “공자는 ‘재즈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른 즉흥성, 파격적인 감수성이 그의 개방적 사상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제자들이 같은 질문을 여러 번 던져도 동일한 대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변주된다. 따라서 공자가 말하는 바의 그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 논어 이해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도올의 방대한 역주는 이러한 생생한 ‘상황’에 대한 복원 작업인 셈이다.

이 책은 사서삼경을 비롯한 중국 ‘고경 13경’ 전체에 대한 역주 작업의 첫 단추다. 도올은 올해 안에 『대학』 『중용』 등에 대한 역주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12세기에 주자가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의 ‘사서집주’를 만들었다면, 도올은 『예기』 속에서 ‘학기(學記)’와 ‘악기(樂記)’를 더 뽑아 내 ‘육서집주’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도올의 고전 번역론이 뜻깊다. “한문을 알아야 이해되는 한글 번역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한국 사람이 한글로 읽어서 이해될 수 있는 고전 번역이 돼야 한다. 우리말로, 자기의 삶 속에서 공자를 살려내야 한다.” 책 속에서 쟁쟁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기(史記)』는 공자의 키를 9척 6촌이라고 기록했다. 2m10cm가 넘는 장신이다. 공자의 아버지는 장대한 기골의 무인이었고, 어머니는 신과 소통하던 무녀였다. 공자는 무(武)와 무(巫)의 핏줄을 받아 문(文)의 세계를 연 문명사의 거인이 됐다. 그림은 명나라 때 제작된 ‘공자포의상(孔子布衣像)’. [통나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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