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명 07=리얼 버라이어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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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리얼 버라이어티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사진)의 대본 공개 파장이 크다. 일부 시청자들은 멤버 간 대화, 사소한 리액션 등이 상세하게 적힌 대본을 두고 “실제인 줄 알았는데 시트콤이었다니 속았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반면 제작진은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해서 대본과 연출이 전혀 없을 수 없다”며 “실제 제작은 애드리브에 더 많이 의존하고, 공개된 사전 대본은 보조장치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사실 TV 스스로가 ‘100% 리얼’을 표방했다 해서, 연출과 개입이 전혀 없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다. 제작진의 말대로, TV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온 과잉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패떴’ 논란은, TV가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시청자의 믿음이 얼마나 굳건한지 잘 보여준다. 또 진짜·가짜의 경계가 모호한 가운데 리얼리티 자체에 대한 대중의 욕망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국내 오락프로의 대세로 자리잡은 리얼 버라이어티는 이미 가공의 드라마, 가공의 캐릭터쇼로 구성, 소비되고 있다. 리얼 상황이라고 하나 출연자들은 부여된 캐릭터(‘허당승기’ ‘은초딩’ 등)를 ‘연기’하며, 연출자는 ‘자막’이라는 형식을 통해 이 캐릭터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가령 ‘패떴’에서 이천희가 실수만발인 모습은 곧 ‘엉성천희’라는 자막을 통해 의미고정된다. ‘무한도전’ 정형돈이 얼마나 상대를 어색하게 하는지, ‘우리 결혼했어요’(이하 우결) 쌍추커플이 얼마나 대단한 승부욕의 화신인지, 의미부여하고, 스토리를 만들며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는 것 또한 자막이다.

시청자는 생으로 리얼한 것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출연자들은 여러 대의 카메라 앞에서 특정한 이미지나 캐릭터를 연기하고, 연출자는 자막을 통해 자신이 창조한 TV리얼리티를 더욱 일관되고 현실감 있게 꾸며내는 것이다.

‘우결’의 이휘재·조여정 커플이 방송 2달 만에 중도하차할 때 담당 PD는 인터뷰에서 “둘이 상당히 리얼했는데 리얼함이 연기처럼 보여 실감이 안 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진짜보다 ‘진짜처럼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한, 리얼리티쇼의 핵심을 드러내는 말이다.

2006년 시사주간지 ‘타임’은 미국의 대표적인 리얼리티쇼 ‘백만장자와 결혼하기’‘심플라이프’ 등이 교묘한 편집을 통한 짜깁기물이라고 보도해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진실을 폭로한 것은 이들 프로의 작가들. 미국작가조합이, 리얼리티쇼는 ‘창작’물로 볼 수 없다며 해당 작가들의 조합 가입을 불허하자, 작가들은 “등장 인물들의 사소한 갈등부터 짝짓기에 이르는 모든 상황이 창작해낸 것”이라며 조합 가입을 허락해달라는 소송까지 냈다.

물론 국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가 그런 수준의 조작과 연출을 일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TV의 리얼리티 기법이 만들어내는 것은 100% 사실도 100% 허구도 아닌, 그 사이의 ‘TV적 진실’이라는 말도 있다.

그러나 ‘리얼’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종종 리얼리티를 훼손하며, 전부를 ‘리얼’로 받아들이는 시청자의 오해를 방치해왔다는 지적만큼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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