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가 컴백 원로 영어강사 조지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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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스크린 영어’를 처음 도입한 원로 강사 조지 윤이 ‘엘리트 잉글리쉬 아카데미’ 원장으로 컴백했다.
“돈만 쏟아버리는 엉터리 영어교육 더 못 참아 연수 안 가도 얼마든지 영어도사 될 수 있다”
 
회색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맨 노인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잘 찾아오셨네요. 여기올시다. 이리로 내려오세요.” 힘겹게 계단을 내려가는 뒷모습을 보고 다시 한번 ‘엘리트 잉글리쉬 아카데미’라는 간판을 올려다 봤다. 과연 잘 찾아온 것인지 의심하며 따라 내려간 학원은 응접실과 사무실 그리고 강의실 하나가 전부였다. 벽면에는 ‘무료 대강연! George Yun(조지 윤) 선생 직강’이라는 포스터가 열 맞춰 붙어있었다.   

1970~1980년대 초반 영어학원가에 ‘스크린 영어’를 최초로 도입한 1세대 스타 강사이자, 지난 2000년 ‘선무당들이 판치는 한반도 영어 굿판’이라는 책으로 영어 공교육과 사교육의 문제점을 싸잡아 비판해 화제가 됐던 조지 윤(65·본명 윤광옥)씨. 최근 그가 ‘엘리트 잉글리쉬 아카데미’ 원장으로 컴백했다. 지난 12월 8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조그만 학원에서 만난 그는 “작정하고 독설을 할 참”이라며 넥타이를 고쳐 맸다. 한 시간 남짓 쉴새 없이 국내 영어교육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는 그의 옆자리에 ‘조지윤식(式) 영어’의 수혜자인 제자 로뎀나무 교회 진기영(48) 담임목사도 함께 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이 나라가 온통 영어 노이로제에 빠져있습니다. 애들은 조기유학 가고 대학생들은 어학연수를 필수코스처럼 여기지 않습니까? 영어에 그렇게 돈을 들이고도 이만큼밖에 못하는 건 우리 민족이 유일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수학·과학은 영재 소리를 듣는데 영어는 안 되는 이유, 방법이 잘못돼 그렇습니다.”

윤씨는 “영어 말하기에 집중된 교육 방법이 오히려 ‘영어 말 벙어리’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말하기가 안 되는 근본 원인은 독해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들은 말을 먼저 배운 다음 글을 익히지만 외국인인 우리는 글부터 배워서 말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게 윤씨의 설명이다. 그는 “영문을 이리저리 뜯어보며 해석하는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술술 읽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진짜 독해 실력이 쌓인 것”이라며 “독해가 완벽히 되면 큰소리로 읽으면서 말과 글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옆자리를 지키던 진기영 목사는 “선생님께 영어를 배운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됐다”면서 “국내 대학만을 나왔는데도 영국에 유학 가서 5년 만에 신학 석·박사학위(에든버러대)를 딸 수 있었던 것은 다 선생님의 독해 훈련 덕분”이라고 거들었다.

“선생님은 타임지 기사를 독해한 다음 크게 읽으라고 하셨어요. 계속 반복해서요. 우스갯소리로 ‘드럼통으로 3통 정도 침을 흘려야 한다”고 하셨죠. 그렇게 읽고 또 읽은 다음 똑같은 기사를 원어민이 낭독한 걸로 듣습니다. 그러면 정말 내용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무식한 방법처럼 보이겠지만 머릿속에 영어를 집어넣는 데 아주 효과적이었어요.”

진 목사는 “문법을 지식으로만 아는 건 큰 의미가 없더라”고 말했다. 완전 몸에 익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조지윤식으로 공부했더니 머릿속에 떠다니던 영어가 필요한 순간 자연스럽게 툭툭 튀어나왔다”고 강조했다.

문법과 독해력을 강조하는 조지윤식 영어는 영어회화를 강조하는 요즘 영어와 너무 동떨어진 것은 아닐까? 윤씨는 “고지식해 보이는 방법을 고수하는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해석이 필요 없을 만큼 바로 이해되는 문장은 들리고, 해석이 필요한 문장은 안 들린다”는 지론 때문이다. “외국인의 말을 들을 때는 해석할 시간이 따로 없고, 영어로 말하기는 쉴새 없는 영작 과정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외국인을 만나 말문이 막혀본 사람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질 법하다.   

윤씨는 특히 ‘외국인과 회화를 해야 영어실력이 는다’는 고정관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영어마을에 대해 성토하면서 “어린 학생들에게 ‘영어회화=원어민’이라는 공식을 심어줘 원어민에 대한 의존도만 높인다”고 꼬집었다.

“영어마을 한번 가보십시오. 영어로 물건 값 치르고 편지 보내고….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여주는 덴 효과적일지도 모르지만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만 하루 종일 되풀이합니다. 외국사람은 영어를 연습하는 상대일 뿐입니다. 학습은 책상에서 혼자 하는 것이죠.

머릿속에 영문법과 독해력이 완벽하게 탑재되면 회화는 저절로 따라옵니다. 요즘 사람들은 해외연수 안 가고 영어마을 안 가면 영어 못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영어교육에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현상이 나타나고 외국에 못 가는 학생들은 소외감을 느끼게 되죠. 외국인이 절대로 영어를 머리에 집어넣어주진 않습니다. 차라리 연수 가고 영어마을 짓는 돈으로 영어에 도통한 중·고교 영어선생님들을 육성하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윤씨는 “회화는 영화로 익히면 된다”는 주장도 폈다. 문법과 독해 훈련을 하고 난 뒤, 영어권 영화 한 편을 지겹도록 반복해서 보고 대사를 따라하라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고전적 ‘스크린 영어’의 장점을 설명하면서 “‘영어회화’ ‘실용영어’ ‘생활영어’라는 틀에 사로잡혀 학원가에는 온갖 비법과 상술만 득실거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학생들에게 문법과 독해를 가르친 다음 “회화는 영화를 보며 각자 연습하라”고 주문해 왔다.

지켜보던 진기영 목사가 거들었다. “영문법에 대한 이해와 완벽한 독해력 없이 외국인과 간단한 영어회화만 반복하는 것은 ‘까까’ ‘쉬하자’는 식의 유아 용어를 반복해서 배우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다들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배우자고 하지만 남의 나라 말 배우기가 어디 쉽습니까.” 진 목사는 “윤 선생님께 배우던 학생들 중에 혹독한 훈련과정이 지겹고 힘들어서 뛰쳐나간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면서 “나를 포함해 그때 살아남은 학생들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게 됐고 선생님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찾아온다”면서 씩 웃었다.

인터뷰 말미에 윤씨는 “왜 우리는 전국민이 영어를 잘하길 원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영어철학을 얘기했다. 

“모두 다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영어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제대로 해볼 생각이 아니라면 그 노력을 딴 곳에 쏟아붓는 게 나아요. 만약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영어 그까짓 거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로 덤벼야지요.”

윤 선생은 “그동안 저술활동만 하다가 이상한 방향으로 과열된 영어사교육 시장을 보다 못해 제자들의 도움으로 다시 강단으로 돌아왔다”며 “연수 가지 않고 원어민에게 배우지 않아도 ‘토종 영어도사’들이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 조지 윤 |

1970~1980년대 초반 학원가에서 이름을 날리던 1세대 영어강사다. 1973년 광화문 엘리트 학원에서 국내 최초로 스크린 영어를 강의하면서 한 달 만에 700여명의 수강생을 모집할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치안본부 외사 담당 자문위원을 지냈고, 88서울올림픽 때는 미국 CIA 요원이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대(對) 테러방지 교육을 통역하기도 했다.

스스로 미국에 한번도 살아본 적 없는 ‘토종’이지만, 중학교 때부터 영어에 미쳐 지내 영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1962년 철도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카투사로 군생활을 했고, 제대 후 미 7사단 도서관 사서로 6년간 근무하면서 영어를 익혔다고 한다. 1980년대 초반 강단을 떠나 출판사를 운영하며 영어 교재 집필에 힘쓰다가 최근 ‘엘리트 잉글리쉬 아카데미’ 원장으로 현업에 복귀했다.     

| 조지윤식 영어학습법 |

- 탄탄한 독해력을 쌓아라.
- 수준 높은 읽을거리를 선택하라.
- 완벽히 독해한 문장을 따라 읽으며 글과 말을 일치시켜라.
- 발음에 집착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 장문의 기사나 에세이 50편·영화 30편·소설 5편에 3년간 투자하면 영어는 정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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