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 6만5천여 김수환 추기경 조문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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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 속 애도 행렬..2시간 이상 기다리기도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선종 이틀째인 17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는 조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평생 사랑을 실천하면서 존경을 한몸에 받아온 고인의 행적을 실감케 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일반 시민의 조문이 허용되자 명동성당 본관 대성전에는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넓은 성당 안은 30분도 안 돼 자리가 꽉 찼고, 성당 밖에는 조문행렬에 동참하려는 시민들의 줄이 만들어졌다.

이 줄은 오후로 접어들면서 명동성당 들머리를 거쳐 남산 1호터널로 향하는 대로변까지 2㎞ 정도 이어졌다. 점심때를 전후해서는 2시간 이상 기다린 끝에 겨우 김 추기경의 주검이 안치된 유리관 앞에서 추모 기도를 할 수 있었다.
 
명동성당 측은 조문행렬이 너무 길어지자 대성전 입구에서 ‘매우 혼잡하오니 조문은 목례만 간단히 해주십시오’라는 안내문을 써서 당부하기도 했다.

성당 측은 오후 8시 현재 조문객 수를 6만5천명 정도로 추산했다.

그러나 일반인 조문은 자정까지 할 수 있어 이날 하루 동안의 전체 조문객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영하권에 머물렀고 옷깃을 파고드는 칼바람도 거셌지만, 우리 사회 ‘큰 어른’의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존경과 애도의 뜻을 표하려는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노민자(58.여.송파구 문정동)씨는 “몸은 많이 추웠지만 추기경님을 뵙고 싶은 마음에 견딜 만했다. 안 왔으면 매우 아쉬울 뻔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왔다는 박용순(49.여)씨도 “2시간을 기다렸는데 솔직히 추운 줄 몰랐다”며 “추기경님과 예수님이 축복을 내려주셨는지 어제보다 덜 추운 것 같다. 돌아가신 후에나마 만나뵈어서 너무 영광”이라고 전했다.

조문을 마친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명동성당 지하 소성당 등을 찾아 추모미사를 드리고 연도(煉禱.천주교식 위령기도)를 바치며 진심으로 김 추기경의 선종을 애도했다.

특히 불편한 몸을 이끌고 추모행렬에 동참한 시민들도 종종 눈에 띄어 애도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발목을 다쳐 목발을 짚고 명동성당 언덕에서 조문 차례를 기다리던 김철한(39)씨는 “어제 TV로 소식을 접하고 망설이다 꼭 나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어렸을 때부터 성당을 다니며 존경하던 분이고 바라만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힘들 때 안식을 주던 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성북구 돈암동에서 왔다는 이범명(84) 할머니는 “나는 가난해서 글도 모른다. 다리가 불편해서 구부리지도 못하고 여기 오는 동안 다리가 너무 아팠지만 추기경님께 너무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며 연신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 신자들도 ‘우리 사회 큰 어른’의 선종을 애도하기 위해 기꺼이 조문에 동참했다.

불교 신자라고 밝힌 장미은(48.여)씨는 “과연 이런 분이 모든 종교를 통틀어 또 나올까 싶다”며 “종교 이념을 떠나서 우리 사회에 공헌한 김 추기경의 업적이 참 고맙다는 생각에 나왔다. 꼭 한번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장로교회에 다닌다는 천경순(75) 할머니는 “마음 속으로 굉장히 존경하던 분이어서 몸이 안 좋은데도 나왔다”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김 추기경을 추모했다.
 
 

"길을 잃었나이다"…끝없는 조문 행렬

 

'종파 초월' 추모 물결…이 대통령 직접 조문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도 조문

 

“이제 누구에게 길을 물어야 합니까?”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에는 17일 이명박 대통령과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정ㆍ재계 인사와 종교인 등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하루종일 끊이지 않았다.

마지막 눈을 감을 때까지 ‘사랑’을 얘기했던 김 추기경이 우리 사회에 이념과 종교를 초월해 얼마나 커다란 족적을 남기고 떠났는지를 짐작케 하기에 한점 부족함이 없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50분께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등 수행인 10여 명과 함께 명동성당을 찾아 김 추기경의 주검이 안치된 본관 대성전 안에서 묵념을 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본관 옆 사제관에 들러 정진석 추기경과 잠시 대화를 나눈 이 대통령은 조문을 위해 줄을 서 있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얘기를 나눈 뒤 자리를 떴다.

앞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전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빈소를 찾아 야당 지도자 시절 김 추기경과의 각별한 인연을 회상하면서 “따뜻한 그분의 사랑을 직접 받은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슬픔에 젖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오후 1시50분께 조문을 한 뒤 “가난하고 소외받고 탄압받는 사람을 위해 일생을 바친 큰 어른이시다”라며 “특히 독재 시절에 모든 국민의 힘이 돼주신 추기경이 가셨다니 참 안타깝다”며 서글퍼했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빈소를 방문해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민족 양심을 일깨워주신 진정한 스승이자 신앙인의 표상이셨다”며 “우리 겨레와 민족을 굽이 살펴주시고 등불이 돼 영면하시길 기원한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빈소를 찾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최근 못 만나뵈었다. 병원에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문병을 가려 했는데 그전에 돌아가셔서 섭섭하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ㆍ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 각 당 대표와 국회의원들도 조문행렬에 속속 동참했고 이만섭 전 국회의장, 고건 전 통리 등 원로 정치인도 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이회창 총재는 “정치적으로도 남북관계가 어려울 때 탁월한 통찰력과 삶의 철학, 종교적 울타리를 넘어서는 사랑으로 국민의 앞길을 열어주셨다. 우리 마음에 빛을 비추고 앞을 열어주는 방향타가 되셨으면 한다”며 추모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도 조문에 동참한 뒤 “지난해 말 마지막으로 전화 통화를 했는데 나라 걱정이 많으셨다. 나라가 편안해지게 노력해달라고 당부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유언처럼 돼 버렸다”며 아쉬워하고서 “추기경님이 하늘에서 걱정 안 하시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는 빈소를 찾아 “민족의 등불같은 분이셨는데 이제 누구에게 길을 물을지 온 세상이 어두워진 느낌”이라며 “추기경이 밝히신 진리의 빛을 함께 지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한 법무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도 이날 조문행렬에 동참했다.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 대사도 빈소를 찾았다.

스티븐스 대사는 “미국과 나 자신을 대표해서 추모하러 왔다”며 “1980년대 한국에 있을 때 이 분이 보여주신 리더십을 기억한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평등, 정의를 위해 기여하신 분”이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종교와 종파를 초월한 조문행렬도 눈에 띄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엄신형 대표회장,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통일교의 문형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회장, 부천 석왕사 주지이자 불교방송 재단이사장인 영담 스님, 최근덕 성균관장, 김동환 천도교 교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장 등 종교계 인사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경제계 인사 중에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사장단 27명과 함께 성당을 찾아 “개인적으로는 불교를 믿는데 남의 종교도 중요하기에 조문을 왔다”며 “경제도 어려운데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 떠나셔서 애통하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 총수 자리에서 물러난 어청수 전 경찰청장도 조문을 와 “좋은 말씀을 주시며 바른 공직생활로 인도해주신 분”이라며 “정신적으로 큰 어른을 잃어 가톨릭 신자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너무 안타깝다”고 슬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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