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학년도 입시에서 KAIST에 합격한 지승욱(20)씨. 지씨는 잠재력과 창의성, 그리고 인성을 중시하는 전형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KAIST의 대입 전형 방식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주인공이다. 2006년 11월 서류와 면접으로 실시된 신입생 1차 모집 최종 합격자 670명 가운데 상당수는 과학고와 명문 사립고 출신인 데 비해 지씨는 유일한 실업계 고교 출신이었다. 지씨는 게임 및 관련 콘텐트를 개발하는 회사인 ‘마인드폴(Mindpol)’의 대표 직함을 갖고 있다. 학교를 휴학하고 아케이드게임 프로그램과 캐릭터 상품 개발에 한창이었다.
- 왜 휴학했나. “지난해 7월 ‘마인드폴’을 설립하고 게임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학업과 일을 동시에 하기가 어려워 휴학을 했다. 이 일이 마무리되는 대로 복학할 계획이다.”
-어떤 프로젝트인가. “7명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액션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순수 국내 기술로 닌텐도 DS 전용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다.”
-실업계 고교(한국애니메이션고교) 출신으로 KAIST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뭔가. “서류평가 때 낸 자기소개서가 큰 점수를 땄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내 재능을 살려 최고의 프로그래머이자 전문경영인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자세히 밝혔다. 또 2006년 8월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대상을 탄 경력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서남표 총장님 취임 후 기존 입시 전형에서 탈피해 잠재력과 재능을 보고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식을 과감히 도입했기 때문에 내가 입학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지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익혔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컴퓨터게임은 물론 게임엔진까지 제작하는 등 이 분야에서 잠재력과 가능성이 남달랐다. 2006년 8월 ‘3D를 활용한 뮤직박스 스튜디오’로 한국정보올림피아드 대상을 비롯해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경력을 쌓았지만 수능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아 내신성적은 중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서류전형 과정에서 KAIST 학생선발위원회는 성적 등을 이유로 한때 입학 불허를 검토하기도 했으나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각종 과학경연대회 입상 실적, 동아리 및 봉사활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격론 끝에 합격을 결정했다. 서남표 총장의 평소 지론인 “성장가능성과 잠재력이 충분하면 성적과 관계없이 인재를 발굴하겠다”고 한 선발 방침이 적용된 사례다.
-왜 인문계 고교가 아닌 실업계를 선택했나. “초·중학교 때부터 뭔가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창작에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때 2D게임을 여러 개 만들어 보기도 했다.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컴퓨터에서 작동하는 것을 보고 너무 신기하고 멋졌다. 뭔가 창의적 공부를 할 수 있는 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는데, 어머니께서 마침 하남시에 있는 한국애니메이션고 진학을 권유하셨고 컴퓨터게임 제작과에 들어가 내 재능을 키울 수 있었다.”
-과학고 출신이 많은데 입학 후 적응하는 데 문제가 없었나. “KAIST에는 과학고 출신이 많다. 나 같은 실업계 고교 출신은 소외당할 게 뻔한 것이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입학 전 KAIST 동기 130여 명과 2개월 동안 다녀온 캐나다 연수 과정에서 조장을 맡아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있었는데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졸업 후 진로는. “학부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 보고 싶다. ‘퀘이크’ ‘둠’ 게임으로 유명한 이드소프트 창업자 존 카맥처럼 되고 싶다. 그는 기술적으로 뛰어난 게임 프로그래머이자 창의적 경영자로 성공한 사람이다.”
-중·고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는. “나는 처음부터 KAIST를 가기 위해 시험 준비를 한 것이 아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KAIST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간판을 얻기 위해 입시 공부에만 매달리지 말고 왜 대학에 가려고 하는지, 또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