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일까?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30일 2008 SBS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 직후 유재석이 강호동을 향해 남긴 한마디다.
이날 유재석은 2번의 고배를 딛고 당당히 SBS 방송연예대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4년 연속 연예대상 대상 및 방송3사 연예대상 석권이라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27, 29일 각각 열린 KBS, MBC 연예대상에서 강호동에게 대상을 양보한 그의 빛나는 설욕전이었다.
언론에 의해 형성된 라이벌 구도 속에서 실제로 선의의 라이벌로 예능 최강자 자리를 둔 경쟁을 펼치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이들의 경쟁은 타 배우, 가수들의 경쟁보다 왠지 눈부시다. 상대가 대상을 수상할 때 누구보다 기뻐하고 축하해주는, 고배를 마신 이를 격려해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훈훈함을 자아낸다.
지난 27일 KBS 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강호동은 유재석을 향해 "재석아, 오늘은 내가 받아오 되나~"였다. 이에 유재석은 "당연하지!"라고 말하는 듯 엄지손가락으로 '최고'를 그려 보이는 흐뭇한 장면을 연출했다.
29일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이와 유사한 장면이 또한번 연출된 데 이어 30일에는 사람만 바뀐 채 또한번 훈훈한 "내가 받아도 되나" 릴레이가 이어졌다. 유재석은 대상 수상 직후 감격에 떨리는 목소리로 "형님, 오늘은 제가 받게 됐습니다"며 "오늘은 내가 받아도 되나~?"라는 전날 강호동의 멘트를 그의 성대모사와 함께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재석은 이날 대상 수상 전 "오늘 대상 수상을 할 것 같은가?" 묻는 붐의 질문에 "어제도 기대했다가 그렇게 됐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한해를 종횡무진 달려온 그로서 어찌 대상 욕심이 나지 않았겠는가. 하지만 막상 강호동의 대상 호명으로 고배를 마셨을 때에도 유재석은 아낌없이 동료에게 박수를 보내 '진정한 승자'라는 호칭을 받기도 했다.
두 사람의 우정은 장외에서 빛났다. 강호동은 "강호동에게 유재석은 어떤 인물?"이라는 질문에 "아름다운 청년이고 제 인생의 영원한 동반자, 존경하는 동생이자 영원히 같이 가고 싶은 친구"라고 말했다. 유재석 역시 같은 질문에 "강호동은 내게 많이 먹는 형"이라고 재치있게 응수했지만 강호동과 같은 마음이었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만 하다.
최고의 친구이자 라이벌 유재석과 강호동은 올 연말 방송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그랜드슬램의 쾌거를 일궈내며 2008년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특히 유재석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최고가 되고 싶어 했었고, 늘 주변 상황을 탓했던 것을 반성했다"는 1인자다운 소감으로 장내를 뭉클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