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승부수 띄운 원더걸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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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가요계는 '소녀시대' '카라' '2NE1' '포미닛' 등 20대 초반의 '걸 그룹'이 좌지우지하는 구도가 됐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중요한 팀 하나가 빠져있다. '텔미' '소핫' 그리고 '노바디'란 세 곡의 히트곡으로 '국민 여성그룹' 지위에 오른 원더걸스다.

이들은 현재 한국 모처에서 앨범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들은 스승인 박진영과 함께 치열하게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아이 워너 노바디 노바디 벗유, 하우 캔 아이 비 위드 언아더…(I want Nobody Nobody but you, How can I be with another…)"

대한민국 사람 귀에 익숙한 노바디가 미국 진출의 서막을 열었다. "사랑해"라는 대목만 남겨두고 가사를 모두 영어로 바꿨다. 지난달 27일 미국에서 디지털 싱글이 발매됐고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노바디 영어버전은 이미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은 그동안 미국시장을 두드렸던 선배 비, 세븐, 혹은 보아보다 훨씬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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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는 유튜브와 트위터 등 미국의 대표적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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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는 20일 오전 10시(현시시각) 미국 전역에 생방송되는 공중파 토크쇼인 웬디 윌리엄스 쇼(The Wendy Williams Show)에 출연했다. 쇼의 진행자인 웬디가 원더걸스의 출연을 요청하자 JYP의 대표 박진영 씨는 "감격해서 울뻔 했다"고 외쳤다고 한다. 실제 한국 출신 가수가 미국 생방송 토크쇼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도 원더걸스는 미국판 '동방신기'로 불리는 '조너스 브라더스(Jonas Brothers)' 북미투어 오프닝 게스트로 참여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반응이 좋아 공연 계약도 14회에서 45회로 늘어났다. 2만석 규모의 공연이기 때문에 원더걸스는 100만 명에 가까운 북미지역 팬들과 직접 접촉하게 되는 셈이다.

●맨땅의 헤딩이다 vs 투자 가치 있다

"미국에서도 통할 것이라 100% 확신이 드네요. 원더걸스 노래의 중독성은 이미 한국에서도 입증됐잖아요. 미국 고등학생들도 텔미~텔미~ 노래할 날이 있겠죠."(누리꾼 alex)

이 같은 누리꾼들의 반응과는 달리 실제 원더걸스의 미국공략을 바라보는 시선은 비관론 쪽으로 기울어있다. 우선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 출신 가수가 미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한 전례가 없다. 원더걸스에 앞서 도전했던 보아, 세븐, 비도 보기 좋게 실패했다.

한국 가요시장의 양대 축인 SM엔터테인먼트과 YG엔터테인먼트의 대표주자격인 보아와 세븐은 철저한 어학준비는 물론 북미권 음악 소비자에 맞춘 뮤직비디오와 음악으로 미국 시장을 두드렸지만 '교포용 가수'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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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열린 조나스 브라더스 북미투어에서 원더걸스가 오프닝 공연을 펼치고 있다(사진 J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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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최고 대우를 받았던 보아마저 "무대에서 아이가 뛰어노는 것 같다"는 평을 들었고 섹시스타로 분류됐던 세븐과 비마저도 미국 거주 아시아출신 여성을 빼고는 시장에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문화평론가 조희제 씨는 "미국에서 성공하는 여성가수들은 기본적으로 '섹시' 코드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는 데 원더걸스는 여전히 '소녀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흑인음악을 앞세운 동양의 어린 여자들을 신기한 눈으로 보긴 하겠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온라인 음악서비스 회사인 Qbox.com의 권도혁 부대표도 "천하의 원더걸스도 미국 시장에선 인디밴드에 가깝기 때문에 지명도를 높이는 일만도 쉽지 않다. 외국 음반 기획자들도 외국인이 영어로 노래하는 것 보다는 오히려 연주 쪽이나 국악기반 음악에 호기심을 보이곤 한다"고 비관론에 힘을 더했다.

● "능숙한 영어로는 충분치 않다"

미국 시장은 그간 한류의 마지막 미개척지로 불렸다. 한국 가수들이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제3세계에서도 지명도가 높지만 유독 미국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없다. 미국은 전 세계 음악 시장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어 포기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미국 시장 진출 실패에 대해서는 진출 시도도 늦었지만 접근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지적되는 것이 영어 강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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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 대표는 줄기차게 미국 시장을 노려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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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일부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의 관건으로 유창한 영어 구사가 꼽혀 왔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대표는 "미국 진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그들의 관습을 이해하는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정의내리고 보아를 가장 유력한 성공 후보로 꼽았다.

무려 7년 가까이 일어와 영어를 공부한 보아의 미국 데뷔를 위해서 미국 최고의 프로듀서와 안무가들이 동원되기도 했다. '잇 유업(Eat You Up)'은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제니퍼 로페즈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한 '블러디샤이&아반트'가 함께 작업을 했다. 비욘세, 저스틴 팀버레이크, 어셔 등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했던 맥스 구스(Max Gousse)도 참여했다.

원더걸스 역시 미국 진출을 앞두고 영어 공부에 매진해왔다. 아예 숙소에 1명의 영어 회화 선생님을 두고 생활을 함께 하며 영어에 대한 감각을 익혀왔을 정도였다. 미국 현지에서 토크쇼를 비롯한 각종 무대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중상급 이상의 영어 실력은 필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 "아시안 소울 표방한 박진영의 한방 믿는다"

그렇다면 영어보다 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

미국 음악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들은 "미국적인 감수성과 동시에 아시아 가수만이 갖는 독특한 매력"을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그런 점에서 원더걸스가 갖고 있는 무기는 다름 아닌 '프로듀서 박진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한국에서 지난 16년 동안 31곡(본인 노래 포함)을 1위에 올린 저력을 갖고 있는 작곡가 겸 음반제작자인 박 대표의 존재 유무가 다른 도전자와의 결정적인 차이라는 얘기다.

실제 박 대표는 원더걸스의 로드매니저이자 프로듀서로 어린 소녀들의 미국 진출을 총괄지휘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사업기반을 대부분 미국으로 옮긴 JYP로서는 원더걸스의 미국 시장 성공 여부에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 특히 가수 비와 결별한 이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박 대표는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착실하게 바닥 생활을 거치며 미국 흑인 음악계와 적잖은 네트워크를 구축, 아시아를 대표하는 음반계 거물로 성장했다. 그가 미국 진출 초기 레코드사의 수위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친해진 일화나 기획사 고위 관계자들에게 갈비와 소주를 사며 자신의 곡을 세일즈했다는 얘기는 이미 업계의 '전설'이 됐다.

그는 또 어린시절 짧지 않은 미국거주 기간 동안 흑인과의 교류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안 소울'이라는 음악 세계를 구축했다. 원더걸스의 미국 데뷔곡인 노바디(nobody) 역시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흑인풍 훅(hook)을 사용해 미국인에게도 통하는 친숙성을 더했다는 평가다.

문화평론가 조희제 씨는 "기본적으로 노래든 춤이든 발음이든 몸매든 흑인들을 따라 갈 수가 없기 때문에 원더걸스는 실패하기가 쉽다"고 단정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그동안 아시아 가수들이 백인을 공략하는 우를 범했지만 자신은 한국인과 비슷한 감수성을 지닌 흑인을 먼저 겨냥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실제 원더걸스 멤버인 유빈은 미국 흑인 청소년들에게 적잖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 '올인'한 박진영. 그리고 그의 저력을 기대하는 한국 팬들. 과연 그가 거대한 미국 음악 시장에 미세한 균열을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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