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12' 운영하는 탤런트 신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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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만 강요하는 현실 씁쓸… 부모 욕심보다 아이 재능 살렸으면"
 
"노후를 걱정하다가 남편과 돈을 모아 강남에 작은 빌딩을 세웠어요. 임대료를 받기 위해서였죠. 그러다 문득, 이 건물을 이롭게 사용할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게 됐어요. 교육이 가장 좋겠다 싶었는데 청담동 일대에는 입시학원 일색이었죠. 그보다는 내 아이도 다닐 수 있는, 아이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지금의 '키즈 12'죠."

탤런트 신애라씨는 영락없는 교육사업가로 보였다.

1989년 MBC 특채 탤런트로 뽑히고부터는 줄곧 트렌디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맡았다. 동료배우 차인표씨와 결혼한 뒤로는 컴패션(compassion·국제 어린이 양육단체) 홍보활동, 입양전도사 등 다양한 봉사활동가로 유명해졌다. 그런 그녀가 세 번째 변신을 했다. 서울 청담동에 교육건물 '키즈 12'를 세우고 교육사업가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하루 중 거의 대부분을 보낸다는 사무실 안. 서재에는 교육서적들로 빼곡했고, 책상에는 결제를 기다리는 서류들이 수북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조차 조심스러워 했지만, 교육사업에 대한 열정만큼은 읽을 수 있었다.

'키즈 12'는 신개념 놀이교육 공간. 12세 미만의 어린이를 위한 놀이교육 시설을 한 곳에 모았다 하여 이름 붙여졌다. 건물은 크게 에듀케이션존(3층부터 6층까지)과 플레이존(지하 1층, 1층, 2층, 옥상)으로 나뉜다. 지하 1층은 어린이 놀이터, 지상 1층은 카페와 야외 놀이터, 2층은 장난감 놀이터와 GYM, 3~4층은 미술·무용·체육 공간이며, 5층은 영어도서관, 6층은 음악교실이다.
 
에듀케이션존에는 48개월 미만의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부터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강의실이 여럿이다. 크게 언어, 미술, 음악, 무용과 연극, 창의력, 체육 등의 카테고리 안에는 다양한 커리큘럼이 채워졌다. 리더십, 역사 프로그램도 특강형식으로 진행되나 예체능 수업이 대부분이다. 현재 40여 가지의 커리큘럼이 준비돼 있으며 대학수업처럼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듣고 싶은 것을 골라 시간표에 따라 들으면 된다.

"MEPI 시스템이라 지었어요. '모자이크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의 약자에요. 교육과 놀이 공간을 만들어 모자이크처럼 이것 저것 다 할 수 있도록 했어요. 마치 백화점 문화센터와 같은 개념이에요. 커리큘럼만 좋다면 누구든 이 곳에서 수업을 할 수 있죠. 월세나 보증금을 받는 대신 매출을 나누는 형태입니다"

커리큘럼은 모두 그녀의 손을 거쳤다. "내 아이가 배우길 원하면, 다른 사람들도 원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괜찮은 프로그램이 한 건물 안에 있어 이 학원 저 학원에 옮겨 다니지 않아도 돼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예체능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신씨는 "아동기는 공부보다 감성을 키우는 예체능 활동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공여부에 따라 다른 지역에 분점도 낼 계획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학생이 1등을 할 필요는 없는데, 주위에서는 너무 '공부'만 강요하잖아요. 조기교육, 선행학습이 좋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현실이 좀 씁쓸해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엄마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엄마들의 욕구를 조금이나마 충족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래요"

인터뷰가 어느 정도 무르익을 즈음,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들 차정민(11)군이었다. 달려오는 아들을 와락 끌어안는 모습은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의 진지함은 금세 사라지고 따뜻한 엄마의 표정을 지었다. 정민이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이곳에 들러 예체능 활동을 하고 놀이터에서 실컷 뛰놀다 집에 간다고 했다.

"아무리 바빠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이를 먼저 챙기고 상냥하게 대하자고 스스로 약속을 했지요. 엄마 품이 가장 필요한 나이잖아요."

그녀는 어떤 엄마일까. 스스로를 '공부하는 엄마'라고 말한다. "별다른 준비 없이 엄마가 돼 처음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아이의 생각은 존중하지 않고 엄마가 원하는 것을 시켰고 어떻게 대화할지 몰라 허둥댔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했다.

몇 년 전 EBS 육아일기 프로그램 진행을 맡게 된 것이 좋은 기회가 됐다. "교육전문가들과 고민을 나누며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고 자신을 고쳐나갔다"며 "부모의 욕심을 채우기보다 아이의 재능을 찾아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때부터 신씨는 교육에 관심을 갖고, 수시로 교육서를 읽으며 공부했다. 현재 부모 멘토 프로그램 수업도 듣고 있다.

"우리(정민이가 만든 점토인형을 가리키며) 아이는 손재주가 있어서 요리나 만들기를 잘하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격한 체육을 시켰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한테 너무 미안해요. 앞으로는 아이가 무엇을 잘하는지 찾는 데 중점을 둘 생각이에요."

그녀에게는 34명의 아이들이 있다. 직접 낳아 기른 아이가 한 명, 가슴으로 기르고 있는 아이가 두 명(예은·예진), 그리고 세계 각국에 컴패션으로 인연을 맺은 아이가 서른한 명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것이, 신이 주신 저의 재능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아이와 함께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거든요. 입양이라는 쉽지 않은 선택 때문에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예은이와 예진이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지금이 좋아요."

낳은 정과 기른 정에 차이가 있을 것 같다는 세상의 시선에 대해선 "물론 세 아이를 대하는 태도는 달라요. 그렇지만 그것은 아이들 각자의 타고난 기질이 달라서 대하는 방식을 달리 하는 것이지, 낳고 안 낳고 차이는 아니죠"라고 잘라 말했다.

그녀는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길 바랄까.

"커서 뭐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직업에는 귀천이 없으니까요. 단지 아이들이 각자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해서 그 재능을 살렸으면 하고 바랄 뿐이에요."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연기자로 성공? 아니면, 남부럽지 않게 자녀 키우기일까? 그러나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교육에 관해 더 열심히 배우고 싶어요. 교육대학원에 진학할 뜻도 있어요. 또 모든 사람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대안학교를 세우는 꿈도 가져봅니다."
입력 : 2008.11.17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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