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교 한글날 선포..즉석 한글배우기 화제

 

 

“너무 신기해요. 영어하고 다른 말이지만 쉽네요.”

7일(현지시간) 뉴욕주 웨스트체스터 카운티의 답스페리 하이스쿨. 전형적인 미국 학교인 이곳에서 때아닌 한글열풍이 불었다.(뉴시스 2009년 10월 6일 송고기사 참조)

이날을 한글날로 선포한 답스페리 고교 건물 곳곳에는 ‘한글(Hangul)’이라는 제목과 함께 ‘Korean Alphabet Day’라고 쓰인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인터내셔널 클럽에서 진행하는 한글 관련 이벤트 안내였다.

맨해튼 북쪽 허드슨 강변에 위치한 답스페리 고교는 한국학생들이 10명도 안되고 소수계도 별로 없는 전형적인 백인학교이다. 답스페리 하이스쿨은 일주일 전부터 한글날을 선포하고 전날에는 교내방송을 통해 한글날 행사때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며 즐겨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인터내셔널 클럽에선 한글에 관한 주제발표를 하는 등 흥미로운 학습 이벤트를 벌였다. 10학년생 새라는 “한국의 문자를 오늘 처음 배웠지만 아주 쉽다. 너무 재미있다”고 즐거워했다.

교실 안에는 한국 돈 5000원과 1만원 지폐와 함께 한글의 원리를 소개하는 브로셔도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한국하고는 거의 인연이 없어 보이는 미국 학교가 한글날 행사를 하게 된 것은 이 학교 교장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4년 전 아시안으로는 뉴욕주 업스테이트 공립학교 사상 첫 교장으로 부임한 이기동 교장(46 미국명 Keith Yi)이 한글날을 앞두고 인터내셔널 클럽을 운영하는 교사 할버그 씨와 함께 행사를 제안한 것.

2주에 한번 모임을 갖는 인터내셔널 클럽은 이날 ‘답스페리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원리를 이해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첨단 수업시설인 스마트보드를 활용, ‘자동차’와 ‘카메라’ 등 단어들의 발음을 청취하며 따라 하면서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할버그 교사는 “인터넷에서 한글 자료를 다운로드 받아서 스마트보드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 오늘 이런 행사처럼 외국어를 배워보는 시간을 통해 세계각국의 다른 문화를 공유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기동 교장은 이날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함께 “영어는 하나의 스펠링이 두 개의 발음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글은 정확하게 한가지 발음을 할 수 있다”며 “한글의 모음은 발음할 때 만들어지는 구강의 구조를 본따 만든 것”이라며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또한 “한문이 어려워 문자를 쓰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이처럼 훌륭한 문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세종대왕은 조선왕조에서 ‘위대하다(Great)’는 뜻이 붙는 두 명의 왕 중 하나”라고 설명하자 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었다.

인터내셔널 클럽 회장인 인도 출신의 스쉬 군(11학년)은 “내 이름을 한글로 써보니가 재미있다. 인터내셔널 클럽은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배우는게 많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클럽에는 3명의 한국 학생들이 있었다. 채진선(11학년), 박요셉(11학년), 박시므온(8학년) 군 등이 차례로 나와 자신들의 한글 이름과 영문 이름을 스마트 보드에 쓰고 급우들과 함께 발음하고 배워보는 시간을 진행했다.

미국 온지 1년 반이 됐다는 채진선 양은 “한국에서도 경험하기 힘든 행사라 정말 신이 난다. 미국 학교에서 우리나라의 우수한 한글을 알리는 기회를 갖게 될 줄은 몰랐다”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답스페리 고교는 다음주 중에 한인라디오방송 KRB(대표 권영대)가 진행하는 한글날 한글옷입기 운동에 동참하는 뜻에서 한글 티셔츠를 나눠주고 또다른 한글관련 이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기동 교장은 “이번 한글날 행사를 통해 미국 학생들이 우리나라 한글이 얼마나 아름답고 과학적인지 아는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열한살 때 가족과 함께 이민 온 이기동 교장은 최초의 아시아계 교장이라는 주변의 관심속에서 교사들과 학생들의 자질향상을 유도, 답스페리 하이스쿨이 미 전역 3만여개 공립고교중 뉴스위크 선정 톱 100 학교에 4년 연속 포함되는데 공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