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가전업체 다이슨의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은 2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제품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발표회에서 신제품으로 머리를 말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헤어드라이어는 어머니 세대가 쓰던 것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며 “(수십년 간 겪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신제품을 개발했다”고 말했다./다이슨 제공
“왜 헤어드라이어냐고요? 생각해보세요. 수십년 전 우리 어머니 세대가 쓰던 게 전혀 변하지 않았습니다. 쉽게 뜨거워지고 시끄럽기만 한 그대로 말이죠.”
영국 가전 기업 다이슨(Dyson)의 창업자 겸 최고기술자(chief engineer) 제임스 다이슨(69)이 손으로 자신의 백발(白髮)을 가볍게 헝클어뜨리며 말했다. 그는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 등 상식을 깨는 가전제품을 내놓으며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인물. 그가 새로 들고 온 제품은 ‘다이슨 수퍼소닉’ 헤어드라이어. 백색 가전 분야에서 연달아 히트작을 낸 다이슨의 차기작치고는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26일 도쿄 지요다(千代田)의 다이슨 일본 지사에서 만난 다이슨은 “수퍼소닉은 소음이 작고 쉽게 뜨거워지지 않는 게 차별화 포인트”라며 “창업 때부터 그랬듯이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불편을 해결하는 데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제품 역시 가족들을 보면서 “헤어드라이어는 왜 시끄럽고 쉽게 뜨거워지는 걸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다이슨은 우선 소음을 줄이기 위해 ‘날개 없는 선풍기’에 쓴 기술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바람을 내뿜는 모터를 손잡이 부분으로 옮기고, 회전 날개의 크기를 줄이는 대신 모터의 회전 속도를 최대 8배 끌어올렸다. 또 헤어드라이어 내부엔 초당 20번씩 온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장착, 뜨거운 바람의 온도가 120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고, 바람이 나오는 노즐의 구조를 이중(二重)으로 만들어 직접 바람에 닿지 않는 바깥 부분은 항상 차갑게 유지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다이슨은 신제품 헤어드라이어를 개발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제품을 만들어 성능 시험을 하고 문제점을 해결하는 자신만의 개발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 다이슨은 “4년간 총 600여개의 시제품을 만들었고, 7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성능 테스트를 했다”면서 “테스트에 쓴 모발을 다 이으면 1625㎞에 이른다”고 했다.
다이슨의 새 헤어드라이어는 27일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에선 올여름쯤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 판매 가격은 4만5000엔(약 46만원). 일반 제품의 10배다. 다이슨은 “가격이 너무 비싸 성공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나는 포기하는 걸 싫어한다”며 “다이슨은 돈을 좇는 기업이 아니라 남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걸 만드는 기업”이라고 응수했다.
다이슨은 1993년 창업 이후 계속 일본에서 신제품을 공개해왔다. 1984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의 라이선스를 일본 기업이 사들여 청소기를 출시해준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2년 넘게 미국과 유럽의 진공청소기 회사를 찾아다녔지만 모두 거절당했다”고 했다.
다이슨 창업자는 일흔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국 맘스버리의 본사 연구실에서 20대 엔지니어들과 함께 하루종일 개발에 매달린다고 한다. 직함도 최고경영자가 아닌 최고기술자다. 그는 27일 도쿄 시부야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도 20대 청년처럼 짙은 남색 면바지에 흰색 운동화 차림으로 나서 ‘기술(technology)’ ‘혁신(innovation)’이라는 단어를 힘줘 말했다. 그는 “내 성공은 다이슨에 있는 모든 사람의 독창적인 정신과 노력 덕분”이라며 “우리는 신나는 모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