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생얼 화장법’ 일본 달군다

 

 

한국산 화장품이 일본에서 한류(韓流)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생얼 화장(맨얼굴처럼 보이는 화장법)’ 바람을 몰고 온 비비크림이다. 4월에 일본에 상륙한 이 제품은 8개월 사이에 줄잡아 250만 개가 팔린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독일산 제품을 우리에 맞게 발 빠르게 업그레이드시킨 제품이다. 요즘 한국 쇼핑가에 몰려오는 일본인 관광객들로 인해 서울 명동도 비비크림 특수를 맞았다.

◆일본 대륙 달궜다=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행하는 유행정보지 ‘닛케이 트렌드’ 12월호는 올해 30대 히트상품 가운데 한국산 비비크림을 7위로 꼽았다. ‘한국에서 지난해 큰 인기를 끈 데 이어 일본에서도 몇 달간 품귀 현상을 빚을 정도로 붐을 일으켰다’는 설명이 따랐다. 이 열풍엔 한국 연예인에 대한 동경 심리가 깔려있다고 업계는 풀이한다. 이현석 한스킨 대표는 “올 초 한류 스타 윤손하가 일본 방송에서 비비크림을 소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 연예인들이 쓴다는 입소문 덕분에 날개 돋친 듯이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4월 일본에 진출한 이후 지금까지 100여만 개를 팔았다.

중소 화장품 업체의 일본 진출이 이어졌다. 스킨79·미샤·잇츠스킨 등의 브랜드가 잇따라 홈쇼핑 등을 통해 비비크림을 선보였다. 미샤 홍보팀의 김선아씨는 “잡티는 잘 가려 주면서 화장한 티가 별로 나지 않는 신개념 제품이 일본 여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한국산 화장품이 이렇게 일본의 주목을 받은 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명동 일대도 비비크림 특수를 누린다. 한 개 1만~2만원대의 상대적으로 부담 없는 가격에, 엔화 강세까지 더해 저렴하면서 특색 있는 한국 방문 선물로 꼽힌다. 에뛰드하우스의 명동 네 군데 매장에선 하루 평균 2000여 개의 비비크림이 팔린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의 한스킨 매장은 요즘 하루 평균 3만 달러(4200여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에뛰드하우스의 김찬수 대리는 “일본 친지에게 선물하겠다고 비비크림을 찾는 일본 손님이 많다. 한 번에 5개 이상씩 사간다”고 말했다.

◆발 빠른 국산화가 비결=비비크림은 피부과 시술 후 울긋불긋해진 얼굴을 가리고 피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바르던 독일제 ‘결점커버연고(Blemish Balm)’가 원조다. 잡티를 가려 주면서도 피부가 자연스럽게 보여 피부관리숍 등에서 색조 화장품 대용으로 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제품화된 건 2006년 말부터다. 한스킨·스킨79 등 국내 중소업체들을 중심으로 반 년 새 20여 종이 쏟아져 나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파운데이션과 메이크업 베이스·자외선 차단제의 기능을 합친 다기능 색조화장품으로 진화했다.

비비크림은 일본의 메이크업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뽀얗고 보송보송하게 화장하던 일본 여성들이 자연스러운 톤의 반질반질한 화장을 선호하게 됐다는 것이다. 한스킨 일본영업팀의 김창환씨는 “비비크림 하나로 피부색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유행하면서 눈썹·아이섀도·입술 색깔도 차분해지는 경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