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뜨거웠던 인기' 영화 '원스' 주인공들 내한 공연
자기 목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사람들 말엔 귀 막으세요
창문을 열어두면 언젠간 새가 날아 들어오듯이
인기와 성공도 그렇답니다
- 조용하고 대단했던 음악영화 '원스(Once)'의 남녀 주인공이 내년 1월 17,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첫 내한무대에 오른다. 글렌 한사드(38)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여·20)가 주인공. 지난해 개봉한 영화 OST는 그해 국내 발매된 외국 음반 중 판매 2위에 올랐다. 두 사람은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이란 팀으로 활동 중이다.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의 어머니 집에 머물고 있던 글렌 한사드와 지난 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한국 첫 공연이 거의 매진됐답니다.
"정말 대단해요. 한국은 처음 가보는 곳이고, 그곳에서의 공연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공연이 무척 기다려져요."
―영화 '원스' OST는 한국에서 6만장이나 팔렸어요.
"세상에. 그건 정말 엄청난 숫자예요. 나는 북한은 들어봤지만 한국은 전혀 몰랐어요. 어떻게 한국에서 그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는지 지금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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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이후 당신의 삶도 많이 바뀌었지요.
"물론이죠.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나는 오랫동안 음악을 만들고 열심히 노래했어요. 내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오길 바랐죠. 그런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그렇지만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은행잔고가 조금 생겼고 인기(fame)를 얻었죠. 인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인기가 중요한 경우는 식당에 예약이 모두 차 있을 때죠. 하하."
―사람들이 영화 이야기만 하는 게 싫지는 않습니까.
"아니오. 괜찮아요. 내 음악이 한 영화를 통해 세계로 문을 열었어요. 사람들이 영화 이야기만 하는 데는 내 책임도 있죠. 내가 그 노래들을 모두 썼으니까요."
―'스웰 시즌'은 무슨 뜻인가요.
"체코 작가 조제프 스크보레츠키(Skvorecky)의 소설 제목이에요. 재즈 연주하는 소년 이야기죠. 마르케타와 함께 첫 음반을 만들 때 그 책을 읽었어요. 생각해보면 우리도 점점 커지고 있으니(swelling) 잘 지은 이름이네요. 하하."
―열세 살 때 길거리 연주를 시작했다면서요.
"그때 학교 선생님이 저에게 '네가 하고 싶은 걸 지금 하라'고 했죠. 거리에 나가 밑바닥에서 시작하라고 용기를 줬어요. 1년간 해보고 성과가 없으면 학교로 돌아오라고요. 그 분 충고를 받아들인 거죠. 물론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학교 다니지 않은 걸 후회하진 않습니까.
"후회가 없지는 않았죠. 아직도 수학은 잘 못해요. 하하. 그렇지만 시인과 뮤지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어요. 책도 무척 많이 읽었지요."
―영화 속 버스 안에서 '상심한 청소기 수리공(Broken Hearted Hoover Fixer Sucker Guy)'이란 노래를 즉석 연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의 상심한 뮤지션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세요. 미디어에 귀 기울이지 말고요. 이 인터뷰 기사도 읽지 마세요. 하하하. 정말 자신의 목소리를 갖고 싶다면 다른 모든 것을 꺼버려야 해요. 물론 저는 남의 음악을 듣지만 어떤 음악이 인기 있고 또 안 그런지 알려고 하지 않아요. 인기와 성공 같은 환상을 좇는 건, 매일 창문 앞에서 새를 기다리는 것과 같아요. 창문을 그저 열어두면 새는 언젠가 방 안으로 들어오지요."
―당신과 마르케타는 여전히 연인 사이인가요(그는 이미 '그녀를 사랑한다'고 고백한 바 있다).
"아니오. 우린 그냥 친구예요. 그러니까… 그냥 친구예요.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한국 팬들에게 한마디.
"고맙다는 말 외에는…. 그 작은 영화를 좋아해주고 소문 내주고, 음악을 좋아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