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부호들, 한 상 2000만원짜리 滿漢全席 즐겨

관리자 0 6,709
하늘과 맞닿는 초고층 빌딩과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상하이. 그들에게도 ‘끼니는 거르지 않았느냐’고 인사하던 시절이 있었다. 1950년대 초 중국은 3년 연속 대흉년이 들어 식량과 채소가 턱없이 부족했다. 사람들은 허기진 배를 당근으로 채웠다. 이 때 생겨난 말이 ‘츠러마?(吃了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말이다.
 
개혁·개방 이전 중국에서 소비 물자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계획경제 시절 곡식·고기·식용유를 살 때는 양표(粮票)·육표(肉票)·유표(油票사진)가 있어야 했다. 직물을 살 때는 포표(布票)가 필요했다. 이런 표와 함께 돈을 내야 물건을 살 수 있었다. 식당에서는 채표(菜票)와 돈을 줘야 밥을 먹었다. 육표를 들고 가 고기를 사려 해도 1인당 월 500g밖에 살 수 없었고 그것도 고기가 아닌 비곗덩어리였다. 기름을 만들어 음식을 볶는 데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쑤이옌(隋岩·42)베이징어언대학 교수는 당시 추량(粗粮·거친 양식)이라 부르는 옥수수·고량 등으로 만든 몐바오(麵包: 앙금 없는 빵), 토란 등을 넣어 끓인 죽을 먹었다고 말했다. 쌀밥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는 게 고작이었다. 늦가을에는 배추를 가구당 600㎏가량 구입해 감자·무와 함께 겨우내 반찬으로 먹었다고 한다.

개혁·개방 이후 물자 표(票)는 기능을 잃고 사라졌다. 쉬아이핑(許愛萍·56)은 79년 춘제(음력 설)때 사과를 한 봉지 사다놓고 마음껏 먹으면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먹거리 상황이 금세 좋아지진 않았다. 시장에서 파는 물건도 생선과 닭·오리 등 가금류 몇 마리가 전부였다. 생선 한 마리를 사려면 아침부터 줄을 서도 못 사는 때가 더 많았다. 그래도 주식으로 옥수수·고량 같은 추량 대신 시량(細粮:먹기 부드러운 양식)이라고 하는 쌀·밀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는 횟수가 점점 많아졌다.

당시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여름에는 가지·오이·시금치 등이 전부였다. 겨울에는 시장에 가도 배추·감자·두부만 있을 뿐 녹색 채소를 볼 수 없었다. 재료가 단순하다 보니 만들어내는 요리 가짓수도 한계가 있었다. 영양가를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80년대 중반 이후 시민들은 처음으로 쌀로 끓인 흰죽을 먹기 시작했다. 겨울에도 풋마늘 등을 살 수 있었으나 품종이나 수량은 매우 적었다.

오늘날 중국에서 즐기는 음식들은 90년 이후에 가능해졌다. 시장 기능이 활성화되고 비닐하우스에서 채소 재배를 하게 돼 겨울철 베이징에서도 푸른 잎채소를 먹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양쯔강 이남의 채소와 식재료가 베이징에 올라오고 외국산 식품이 수입되기 시작했다.

요즘 채소 시장에선 100여 종의 채소가 팔린다. 닭을 팔 때 과거엔 한 마리씩 팔았지만 지금은 날개·가슴·목 등 부위별로 판매한다. 생선과 새우·게 등 해산물도 먹고 싶을 때 언제든지 살 수 있다.

요즘 중국인은 밥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더 좋아한다. 쌀을 살 때도 꼭 생산일자를 확인한다. 닭·오리를 사더라도 금방 잡아 신선한 것을 고른다.
수입식품의 제조일자·원산지·첨가물 등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영양가도 꼼꼼하게 따진다. 이제는 녹색식품, 즉 무공해 신선식품을 찾는 세상이다.

htm_2008111015492740004010-002.JPG
푸구이메이화루(富貴梅花鹿: 부귀사슴).
다양해진 먹거리만큼이나 음식 생활도 풍부해졌다. 정부에선 식탐(食貪)에 가까울 정도로 음식을 많이 시키는 풍속을 바로잡기 위해 식당에서 네 사람이 먹을 때는 요리 네 가지에 탕 한 가지, 여섯 명이 먹을 때는 요리 여섯 가지에 탕 한 가지만 시키면 좋다고 권한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중국에서 잘나가는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요리는 해산물이다. 상하이 지역에서 저녁을 먹으면 전통 방식으로 만든 냉채를 시키기 전에 먼저 팔뚝만 한 바닷가재 회부터 시킨다. 나머지 요리도 거의 해산물이다. 전복·새우·조개·생선 등을 시키고 정력에 좋다는 자라탕으로 마무리한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 가면 청나라 때 궁중요리 ‘만한전석(滿漢全席)’을 먹고 싶어한다. 만한전석은 만주족과 한족의 요리 가운데 진수만 모아 놓아 해삼·전복·제비집·샥스핀·사슴뒷다리 같은 고급요리가 망라돼있다. 보통사람들은 영화 속에서나 보는 음식이다. 그러나 신흥 부호들이 돈 자랑을 하고 싶을 때 만한전석만 한 게 없다. 보통 10명이 한 끼 식사를 하는 데 눈도 깜짝하지 않고 10만 위안(약 2000만원)을 쓴다. “그래 봐야 1인당 한 끼에 1만 위안인데 뭘 그러느냐”라며 으스댄다.

잘나가는 사람들은 또 멋스러운 곳을 찾아다니면서 먹고 마시고 즐긴다. 음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중국. 중국에서도 음식천국으로 불리는 광둥(廣東)에 가 특별요리를 찾고, 물 좋은 주바(酒술집)를 가기 위해 미녀가 많은 후난성 창사(長沙)행 비행기에 오른다. 중국인에게 먹는 일은 하늘(民以食爲天)이다. 21세기에 중국인의 음식관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신계숙 교수배화여대 중국어통번역과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Hot
태극소녀들 "와~우승이다"
관리자 6761회    0
Hot
요가하는 곰 화제
관리자 6894회    0
Hot
사람 삼킨 타이거 상어 잡혀
관리자 8205회    0
Hot
린제이, 이젠 '자유의 몸'
관리자 7694회    0
Hot
죽다 살아난 中 소방대원
관리자 6610회    0
Hot
기름오염, 모아서 태울수 밖에
관리자 11088회    0
2024년 07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07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0 35,7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