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자이언트’가 그야말로 월화극 전쟁에 거인이었던 경쟁작 MBC ‘동이’를 꺾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10일 방송된 ‘자이언트’는 전국시청률 22.9%를 기록, 21.3%를 기록한 ‘동이’를 넘어섰다.
‘자이언트’의 이러한 반전은 단순한 역전이 아니다. 어쩌면 시청률 40%에 버금가는 값진 결과라 할 수 있다. 경쟁작이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시점에서 후발주자였던 ‘자이언트’가 26회만에 ‘동이’를 따라잡은 것은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다.
지난 5월 10일 막을 올린 ‘자이언트’는 시청률 10%로 스타트를 끊었다. 같은 날 ‘동이’는 25.1%를 기록해 무려 15.1%포인트 차로 앞서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꼭 3개월 만에 ‘자이언트’가 ‘동이’를 꺾은 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자이언트’ 자체의 재미와 작품성에 있다. 1970~80년대 도시태동기를 배경으로 한 ‘자이언트’는 세 남매와 그들에 얽힌 권력과 암투, 복수 등을 다루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세 남매의 부모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는 내용 같지만 실상은 더욱 복잡하고 교묘히 얽혀있다.
도시개발기 건설업으로 성공해 복수하려고 하는 강모(이범수)나 정치인이 되겠다는 조필연(정보석)을 보좌하면서 그를 궁지에 몰아넣는 성모(박상민),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원수의 아들과 사랑에 빠진 미주(황정음) 삼남매의 이야기는 풍성하며 탄탄하다.
특히 매회 새로운 사건들이(예를 들어 강모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에프소드 같은) 전개돼 지루할 수 있는 50부작 시대극에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반면 ‘동이’는 연장이 논의되면서 늘어난 전개 탓인지 점점 스피드를 잃으며 단순해지고 있다. 주인공 동이(한효주) 자체 역시 전형적인 사극형 인물, 즉 지나치게 의협심 강하지만 위험에 빠지고 결국은 이를 극복하는 것만을 반복하다보니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자이언트’의 역전은 앞서던 승자의 자만으로 인해 빌미를 제공했으며 쫓는 자의 절심함이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