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한 마을 1년 집세는 488년째 1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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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세기 독일의 부자 야곱 푸거가 빈민들을 위해 만든 공동주거 시설 푸거라이. 단지 내에 분수대와 작은 광장, 교회 등이 있다. 1520년에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1년 집세가 1길더(약 1600원)로 일정하다. /구글 닷컴
독일 남쪽 아우크스부르크 시내에 위치한 공동주거시설 '푸거라이(Fuggerei).' 가난한 주민 146명이 살고 있는,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곳의 가구당 1년 집세는 1520년 설립 이래 1 길더(독일 옛 금화로 약 1600원)로 변함이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대신 입주자들은 의무적으로 '기도'를 해야 한다. 매일마다 주기도문을 외우고, 성모마리아에게 기도하는 것은 기본이다. 현재 푸거라이 주민들은 금융위기로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이 시설을 세운 사람은 야곱 푸거(Fugger). 1459년 독일 부잣집에서 태어난 그는 바티칸 왕국과 베니스를 상대로 금융업을 해 거부(巨富)가 됐다. 당시 서유럽을 지배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와 신성로마제국을 세운 스페인의 왕인 찰스 5세의 재정 후견인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Luther)가 "한 사람에게 부(富)가 집중되는 것이 과연 신의 뜻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하자, 푸거는 빈민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의 이름을 딴 '푸거라이'이다. 입주 조건은 ▲아우크스부르크에 2년 이상 거주 ▲가톨릭 신자 ▲빚이 없는 빈민층이어야 한다는 점.
푸거는 후손에게 7t의 금을 남겼지만, 집안은 수세기를 지나면서 몰락했다. 하지만 푸거라이는 아직도 중세의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설립 당시처럼 7개의 성문과 성벽에 싸여 있고, 밤 10시면 성문을 닫는다. 늦게 들어오는 주민에겐 1유로의 벌금을 받는다. 소규모 아파트 형태이지만, 별도의 출입구와 안마당이 있어 주택 같은 느낌을 준다.

푸거라이 주민은 저축한 돈이 없는 과부가 많다고 WSJ는 보도했다. 그들은 수백 유로나 되는 시내 집세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두 차례 심장마비를 경험한 후 5년 전 푸거라이로 들어온 마리아 메이어(Mayer·66)는 "(이 마을에 들어오게 됐을 때) 복권에 당첨된 것 같았다"고 WSJ에 말했다.

 
 
입력 : 2008.12.2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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