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을 흔든 미륵사 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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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석탑의 조성내력을 적은 금판인 금제 사리봉안기(金製舍利奉安記).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이를 토대로 베일에 쌓인 미륵사지의 조성연대를 밝힐 수 있었다고 19일 말했다
서동설화 도시 익산이 흔들렸다. 그 진원지는 익산시가 보석과 함께 상징물로 내세워온 미륵사.

삼국유사에 의하면 미륵사는 '서동왕자'인 백제 무왕과 신라 진평왕 셋째 딸인 선화공주가 합작해 지은 사찰이다.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서동요'는 삼국유사에 수록돼 전하며, 얼마 전에는 '서동요'를 소재로 하는 TV드라마가 방영되기도 했다.

'익산 서동축제'를 매년 개최해 온 익산시는 드라마 세트장을 유치하는가 하면, 도시 곳곳에 서동왕자와 선화공주 캐릭터를 내걸 정도로 서동요를 내세운 각종 문화콘텐츠를 개발해 각 분야에서 활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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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김봉건)가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 보수정비를 위한 해체조사 과정에서 백제 왕실의 안녕을 위해 조성한 사리장엄을 발견했다. 【서울=뉴시스】
이런 마당에 미륵사 석탑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사리장엄구가 출토되고, 거기에서 미륵사(혹은 석탑)를 창건한 주체가 '백제왕후'(百濟王后)이기는 해도, 그가 신라 출신 선화공주가 아니라, '좌평 사탁적덕의 딸'이라는 기록을 담은 사리(舍利) 봉안기가 공개된 것이다.

석탑 해체보수단인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이들 사리장엄구 관련 유물과 해체 현장을 공개하기 하루 전인 18일만 해도, 익산시는 물론이고 시가 추진하는 '서동요' 문화콘텐츠 사업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상당한 기대감을 보였다.

이들은 특히 익산이 백제의 도읍이었다는 증거가 이 유물들에 포함돼 있을지를 주목했다.

하지만 막상 이튿날 공개된 사리 봉안기에는 그런 내용은 보이지 않고, 전혀 생각지도 않은 "우리 백제왕후는 좌평인 사탁적덕의 따님이시니"라는 구절을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런 명문 내용을 접한 원광대 마한백제연구소장 최완규 교수는 "솔직히 당혹스럽다"는 말을 숨기지 않았다. 또 다른 익산 지역 학계 인사는 "패닉 상태"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

익산시 반응 또한 비슷하다.

시 문화관광 담당 직원은 "각종 언론매체에서 미륵사 창건 주체가 선화공주가 아니라고 단정 보도하고 있어 매우 당황스럽다"면서 "벌써부터 서동설화와 관련한 축제와 행사를 일부 수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명문의 해석과 이를 토대로 한 주장에 반론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백제사 전공인 계명대 노중국 교수는 "이제 사리 봉안기가 막 공개됐을 뿐"이라며 "지금 상태에서는 그 어떠한 것도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최완규 교수도 당혹스런 기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듯 21일에는 "사리 봉안기가 미륵사 사찰 창건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면서 "미륵사가 639년이라는 한 시점에 모두 창건됐다는 생각은 오산이며, 무왕에게 여러 명의 왕비가 동시에, 혹은 시기를 달리 해서 있었을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하고, 따라서 선화공주가 왕비가 아니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최 교수는 이어 "설혹 서동과 선화공주를 얼개로 하는 설화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설화를 역사로만 치환해 생각할 수는 없으며 설화는 설화 그 자체로 역사성을 갖는다"고 덧붙였다.

'서동축제'의 남정숙 총감독도 "산타 할아버지가 아빠였다는 사실을 알아버렸던 그 때만큼이나 (이번 사리봉안기 발견에) 억울하고 배신감을 느꼈을지 모르지만, 설화는 역사와 달라 실망할 필요는 없으며, 진위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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