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 전기차

최고관리자 0 14,258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 페달을 밟자 차는 화살처럼 내달렸다. 등과 머리가 좌석에 달라붙었다. 요란한 엔진 소리도 없다. 조수석에 앉은 테슬라 직원이 씩 웃으며 말했다. "경찰이 시속 80마일(128㎞)까지는 잡지 않아요. 더 밟아봐요." 추월 차로로 갈아타 속도를 내니 순식간에 다른 차들이 백미러 뒤편으로 사라졌다. 2년 전 미국에서 테슬라의 모델S 전기차를 몰아봤다. 테슬라는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무료 시승을 시켜준다. 가장 놀라웠던 건 가솔린 차 뺨치는 가속력이었다.

 

▶직원은 시속 100㎞에 다다르는 데 5초밖에 안 걸린다고 했다. 차 안엔 장비 조작, 내비게이션, 인터넷, 동영상, 음악 재생을 하는 17인치 만능 터치 스크린이 있었다. 엔진이 없어 차량 앞머리가 트렁크였다. 직원에게 "값이 비싸다"고 했더니 무료 고속 충전소가 표시된 미국 지도를 펼쳐 보였다. "기름값 한 푼 안 들이고 미국 일주를 한다 생각해봐요. 차값이 비싸도 나중엔 이득이라니까요.


▶엊그제 테슬라가 모델S 중에 최고급 'P100D'를 공개했다. 값이 1억5000만원으로 이전 모델보다 5000만원 이상 비싸지만 한 번 충전하면 500㎞ 넘게 달린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초가 안 걸린다. 가속력만 따지면 10억원 넘는 포르셰 918스파이더와 비슷하고 페라리나 BMW 최고급 모델보다 빠르다. 수퍼카 뺨치는 '수퍼 전기차'의 등장이다.

 

▶테슬라를 비롯한 세계 전기차 회사들이 성능 개량에 사활을 걸지만 아직도 해결할 부분이 많다. 가장 큰 문제가 배터리다. 테슬라는 소형 리튬전지를 차량 바닥에 수천 개 이어 붙여 승차감을 개선하고 가속력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충전을 반복하면 성능이 급속히 떨어지곤 한다. 배터리 교체비가 웬만한 중형차 한 대 값이어서 기름값 부담이 없다고 전기차가 낫다 말하긴 어렵다. 게다가 전기차가 불편 없이 다니려면 주유소만큼 많은 충전소를 세워야 한다. 아직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1%에도 못 미치는 이유다.

 

▶미국은 5조원 이상을 들여 5년 안에 고속 충전소 1만6000곳을 짓겠다고 한다. 뒤질세라 중국은 전기차 한 대에 보조금 2000만원을 주고 있다. 당장 적자나 손해는 안중에도 없다. 일본과 독일이 장악한 기존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려는 행보다. 6년 전 시속 30~40㎞의 서울대공원 코끼리 열차를 차세대 전기차로 홍보했던 정부는 뒤늦게 충전소를 만들고 보조금을 늘린다며 법석이다. '수퍼 전기차'를 보니 이번에도 우리가 몇 걸음 늦은 것 같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Hot
코로나19 실시간 사이트
최고관리자 12174회    0
Hot
더 편하고 저렴해진 '국제전화 앱'
최고관리자 11481회    0
2024년 11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11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0 48,8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