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청정 에너지… 프랑스에 18兆 '인공 태양'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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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는 원전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많다.
핵융합 발전의 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또한 현재 가장 발전효율이 높은 원자력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뛰어나다.


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
박건형 기자 佛현장 르포
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엑상 프로방스에서 한적한 길을 따라 한 시간가량 차를 달리자 고압 전기 철조망과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인 전원마을 카다라슈(Cadarache)가 나타났다.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샤를 드골 대통령은 1959년 미국과 주변국의 눈을 피해 이곳에 프랑스 원자력청(CEA) 연구소를 세웠다. 원자탄과 원자력잠수함, 원자력항공모함 등이 모두 여기서 탄생했다.
마을에 들어서자 나지막한 CEA 단지 너머 초원에 60m 높이의 거대한 구조물 사이로 골리앗 크레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장관이 연출됐다.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 과학자들의 도전이 진행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건설 현장이다. 지구 상에 무한한 수소를 연료로 쓰는 ITER(이터)는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를 모방해 '인공(人工)태양'이라고 불린다. 원자력처럼 방사성 폐기물 걱정 없는 '꿈의 에너지'이다.
 
역사상 최대의 과학 프로젝트
2007년 한국·미국·러시아·일본·중국·인도 등 6개국과 유럽연합(EU)이 시작한 ITER는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과학 프로젝트이다. 2025년 첫 가동까지 최소 15조, 최대 18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독일 등 EU 국가들이 전체 예산의 45.5%, 나머지 참가국들이 9.1%씩을 부담한다.
한국은 주도적으로 ITER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장이었던 이경수 박사가 ITER 사무차장 겸 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고, 33명의 한국 과학자들이 현장에서 기술 개발과 건설에 참여 중이다. 이경수 박사는 4일(현지 시각)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데다 영원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모험이자 투자"라고 말했다.
숲을 개간해 만든 60만㎡ 부지 한복판에는 조립동이 이미 건설돼 있다. ITER 건설에 사용하는 특수 콘크리트를 생산하는 공장도 가동하고 있었다. 핵융합로에서 나올 수 있는 미량의 방사능까지 붙잡아두는 콘크리트이다. 현장 사진을 촬영하는 드론은 공사장 곳곳을 누볐다. 그 옆에서는 600여 명의 건설인력이 발전소동(棟) 공사에 매달리고 있었다. 
지하 3층, 지상 7층인 발전소동은 현재 지하 1층까지 지어졌다. 발전소동 한가운데는 원형으로 텅 빈 상태다. 높이 30m, 폭 30m에 무게가 2만3000t이나 되는 핵융합로가 장착될 부분이다. ITER 홍보책임자인 사비나 그리피스는 "지금부터는 핵융합로 조립 상황에 맞춰 건물이 함께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아주 세심한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2025년이면 이곳은 모두 39개 건물이 들어선 대형 단지로 탈바꿈한다"고 말했다.
 
이경수 ITER 사무차장
원자력발전소보다 4배 이상의 효율
ITER의 출력은 중형 원자력발전소와 비슷한 500㎿(메가와트)이다. 하지만 ITER는 원전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많다. 핵융합 발전의 원료인 중수소는 바닷물 속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또 바닷물 1리터(L) 속에 포함된 0.03g의 중수소로 무려 석유 300L에 해당하는 전기를 얻는다. 현재 가장 발전효율이 높은 원자력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뛰어나다.
ITER 완공을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다. ITER 공사는 참가국들이 내놓은 퍼즐을 끼워 맞추는 방식이다. 각국은 분담금 대부분을 부품이나 인력으로 제공한다. 또 설계도는 하나지만 각국이 맡은 부품은 자체적으로 만들어 한곳에서 조립한다. 특히 지구 상에 없던 시설을 만들기 때문에 안전 규제도 공사 진행에 맞춰 새롭게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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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사무국은 지난달 참가국 정부로 구성한 이사회에 당초 2020년 가동을 5년 늦추고, 비용을 5조원 이상 추가 투입하는 안을 보고했다. 한국도 5000억원 정도를 더 내야 한다. 이경수 사무차장은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종합해 내린 마지노선"이라며 "더 이상의 시간 연장이나 예산 증액은 가능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융합 발전 원리
핵융합 발전은 수소를 원료로 사용한다. 바닷물에 포함돼 있는 중수소를 1억도 이상 고온에서 충돌시켜 중성자가 튀어 나오게 한 뒤, 중성자의 에너지를 열로 바꿔 물을 데워 발전기를 돌리면 전기가 생긴다.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것도 수소 핵융합 반응 때문이다.

'미니 인공태양' 개발 경험 있는 한국, 핵심부품 납품 등 주도적 역할

한국이 ITER(이터)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2008년부터 ITER와 원리가 같은 핵융합로인 KSTAR(K스타·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건설·운영해온 경험 덕분이다.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 내에 있는 KSTAR는 ITER의 27분의 1 크기로 5000억원이 투입됐다. KSTAR 건설에 참여했던 한국 기업 110여 곳이 ITER에 부품을 납품한다. 현대중공업은 ITER의 핵심 부품인 진공 용기를 만들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과 텅스텐 소재로 용접 부위만 4만3000곳에 이른다.
공급 단가가 1500억원이다. 앞으로 ITER 사무국이 더 발주할 3000억원대 진공 용기도 현대중공업이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전기 업체인 다원시스는 전원 시스템을 700억원에 수주했고, 자동화 전문 업체인 SFA와 태경중공업은 ITER를 조립하는 자동화 기기를, 한전기술은 전원 케이블을 공급한다. 국내 업체들이 지금까지 ITER에서 벌어들인 돈만 3306억원에 이른다. ITER 기계 부문 책임자인 김병윤 박사는 "한국은 분담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ITER가 성공하면 한국 기업들이 핵융합 발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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