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인 병사들의 막사를 검열하던 미군 장교가 사물함 문을 여는 순간 이슬람 경전인 코란이 바닥에 떨어졌다. 단순한 실수였다.
그러나 아프간 병사들 사이에선 미군 장교가 코란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는 소문으로 번졌다. 미군 장교의 사과에도 아프간의 무슬림 병사들 사이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결국 미군은 그날 남은 훈련을 취소해야 했다.
이슬람의 경전 코란이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에게 얼마나 신성하게 여겨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한 교회가 9·11테러 9주년을 맞아 코란을 불사르는 행사를 하겠다고 밝혀 아프간 등지에서 이슬람교도들의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게인스빌에 있는 ‘월드 도브 아웃리치 센터(World Dove Outreach Center)’라는 교회의 테리 존스(Jones) 목사는 최근 9·11테러 기념일을 ‘국제 코란 소각의 날(International Burn A Quran Day)’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신도도 50명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코란을 불태우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존스 목사의 계획이 알려지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6일 수백명이 참가한 가운데 존스 목사를 비난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가한 아프간 시민들은 “미국에 죽음을(Death to America)”라는 구호를 외쳤다. 군중 앞에서 연설에 나선 사람들은 미군 철수를 요구하기도 했다. 존스 목사의 인형을 불태우고 미군 차량의 행렬에 돌을 던지는 참석자들도 있었다.
반미 감정이 고조되자 아프간 주둔 미군 사령관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 장군은 코란을 불사르는 행동이 미군들의 목숨을 위협하고 전쟁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트레이어스 장군은 “탈레반이 폭탄 테러를 일으켜 미국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드러내면 아프간 민간인들을 보호해야 하는 연합군의 임무 수행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존스 목사는 “페트레이어스 장군이 염려하는 것을 이해한다”면서도 “우리는 극단적 이슬람 종파에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 관계자들은 반미 시위 장면이 담긴 영상이 인터넷을 타고 퍼질 경우, 시위가 아프간의 다른 도시로 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또, 코란을 불태우는 장면이 아프간에서 공개돼 아프간에 주둔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과 아프간 군경 사이의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