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는 어떤 혁명을 꿈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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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15-08-07 15:21 조회6,1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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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상황을 감지해 스스로 주행하는 자율주행차 기술이 자동차 혁명을 예고하고 있다. 유튜브 '혼다 센싱' 영상 갈무리.
스스로 주행하는 기술이 판을 흔든다
자동차는 현대 자본주의 산업의 총아다. 자동차가 구현한 이동성의 혁신은 인류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는 무려 2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관련 산업에 끼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국제컨설팅업체 맥킨지와 OECD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이 전 세계 GDP(2014년 기준 약 77조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지만, 이런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로 인해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 3배에 이른다고 한다. 자동차산업 비중이 3%대인 미국, 한국 등에선 전체 경제의 10% 남짓을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다. 세계 경제의 성장과 함께 자동차 시장도 커져, 2014년 세계 각국에서 팔려나간 자동차는 모두 8800만여대에 이른다. 2017년이면 연간 1억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방대한 자동차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으려 하고 있다. 사람의 조작 없이도 스스로 주행하는 자동차 기술의 등장 때문이다.
5단계로 구분되는 자율주행차 기술
어떤 차를 자율주행차로 부를 수 있을까? 미국 교통부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동 운전 시스템 단계를 레벨 0~4까지 5단계로 구분한다. 이 분류에 따르면, '레벨 0'은 운전 지원 시스템이 없는 차이다. '레벨 1'은 미끄러짐 방지 장치, 자동 브레이크 등 한 종류의 운전 지원 시스템을 갖춘 차, '레벨 2'는 두 종류 이상의 운전 지원 시스템을 갖춘 차이다. 레벨 2 사례로는 폴크크스바겐이 2014년 말 발표한 '파사트(Passat)'에 채용한 'Traffic Jam Assist'(TJA) 등을 들 수 있다. TJA는 앞서 달리는 차를 따라 주행하는 오토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기능을 조합한 시스템이다. '레벨 3'은 주차장이나 고속도로 등 특정 조건 아래서의 자동 운전 시스템을 갖춘 차를 말한다. '레벨 4'는 말 그대로 사람이 운전 조작을 할 필요가 전혀 없는 완전 자동 운전 시스템을 갖춘 차이다. 자율주행차를 개발중인 구글의 최종 목표는 '레벨 4'이다. 하지만 현재 도로 주행 시험을 시행하고 있는 것은 레벨 3에 해당한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의 자율주행차 단계별 시장규모 예측. 야노경제연구소
레벨 3는 2020년, 레벨 4는 2030년 이후 시장 형성
일본 야노(矢野)경제연구소는 최근 이 기준을 토대로 한, 자율주행 시스템 보급 전망을 발표했다. 대상은 승용차와 3.5톤 이하 상용차이다. 이에 따르면 레벨 1은 최근 들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혼다가 지난해 내놓은 신형 '레전드'에 장착한, 보행자 감지 시스템 '혼다 센싱'이 레벨 1의 사례이다. 2015~2017년에는 레벨 2, 2018년에는 레벨 3가 실용화할 전망이다. 2020년 레벨 1 탑재 대수는 4985만대, 레벨 2는 36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레벨 3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 수는 미국,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약 14만대로 시작해 2025년 362만대, 2030년 980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레벨 4는 기술적 문제점, 사고 발생시의 책임 소재 등을 고려할 때 2030년 이후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율주행차가 자동차 산업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에 대해서는, 아직 어느 것도 뚜렷하게 잡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자동차가 어떻게 변해가느냐에 따라 지구촌 경제와 사회, 그리고 우리의 생활도 바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재 자율주행차 개발 경쟁은 2개의 축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먼저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다. 메르세데스와 도요타는 이미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고 속도를 조절하고, 주차하는 시스템을 갖춘 차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계획은 2020년대 중반까지 단계적으로 주행기능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이들의 강점은 무엇보다 수십년간의 연구개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운전자의 습관이나 다양한 욕구도 익히 알고 있다. 구글 이전에 이미 몇몇 반자동 주행 기술도 개발했다. 예컨대 메르세데스 벤츠는 1999년에 자동감응 정속주행 시스템(adaptive cruise control)을 개발했고, 닛산은 2001년 차선유지 기능을 도입했다. 이들에겐 또 강력한 글로벌 판매망도 있다.
앞으로 5~10년이 결정적 시기다
다른 쪽에는 구글, 알리바바, 애플 같은 IT기업들이 있다. 구글을 선두로 이들은 각기 자율주행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겐 '선무당'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IT업계의 대표주자들답체 이들의 도전은 자못 과감하다. 구글은 올 여름부터 캘리포니아 도로에서 정식 시험주행을 시작했다. 2020년 이전에 명실상부한 무인차를 시판한다는 목표다. 구글은 점진적 변화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기술을 계속 업데이트해가는 제조업체들과 달리, 구글은 단박에 완벽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추려 한다. 일단 이들은 일반 소비자용보다는 도심 택시용에 좀 더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확실한 방향이 정해진 건 아니다.
확실한 건 기존 제조업체든, IT기업들이든 예외없이 다음 5~10년을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컨설팅 업체 맥킨지가 아시아, 유럽, 미국 지역의 전문가 30여명과 인터뷰한 것을 토대로 전망한 내용을 보면,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초래할 자동차혁명은 3단계로 진행된다.
맥킨지가 내다본 자율주행차 혁명 3단계 진행도. 맥진지 보고서
하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준비가 안돼 있다
1단계는 소비자들이 아직 자율주행차에 불안감을 느끼는 단계이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 구내에 자율주행차 전용 시험주행장이 개설된 것을 계기로, 미시간대가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4%가 운전 자동화에 거부감을 표시했다. 완전 자율주행차에 대해 긍정 답변을 한 사람은 26%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 예컨대 2020~2022년까지는 일반 도로에서 완전 자동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차량이 달리는 모습을 볼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탄광, 농지 등 특정 산업의 작업 공간에서는 자동주행이 일정 부분 현실화했다. 이들 부문에서 자동화를 채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절감이다. 최적 주행을 실현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잘만 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60%나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또 건설, 창고 영역에서도 차세대 자동화 장비를 갖춘 굴착기, 지게차, 화물적재기가 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지만 이는 다른 한쪽에선 기존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진다. 양날의 칼이다.
미 네바다주 고속도로 운행 허가증을 받은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트럭. 다임러 제공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의 첫 주인공은 트럭
2040년공공도로에서 완전 자율주행을 하는 자동차가 등장하려면 2040년까지 좀 더 길게 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들은 첫번째 완전자율주행차의 주인공으로 고속도로 주행 트럭을 꼽았다. 시제품은 이미 나와 있다. 특히 독일의 다임러는 지난 5월 미국 네바다주 정부로부터 자율주행 시스템을 갖춘 대형 트럭의 고속도로 주행 허가증을 받았다(http://plug.hani.co.kr/futures/2235758). 시제품 단계를 넘어서려면, 복잡하기 그지 없는 주행 상황과 조건들을 실수 없이 처리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개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택배용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 된다면 현재 아마존 같은 유통업계에서 개발중인 택배용 드론과 한판 승부가 벌어질 것이다. 손수운전 애호가들은 다른 차원에서 자율주행차의 등장을 반길 수 있다. 자신이 난폭운전을 하더라도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갖춘 자율주행차들이 알아서 비켜줄 것이기 때문이다.
선택은 네 가지...2~3년 안에 확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2~3년 안에 자율주행차에 대한 자사의 전략을 확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이다. 맥킨지는 자동차 메이커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적 입장을 네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는 현직 프리미엄(Premium incumbents) 전략이다. 기존 업체들은 광범위한 고객 기반과 강력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이는 자율주행차 접근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한다. 이는 업체들이 점차 차량에 장착하는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VAS) 단계를 높이는 것을 뜻한다. 둘째는 공격자 전략이다. 새로운 도전자들은 새로운 기술로 손쉬운 이동성 소비자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추고 보조적인 사업모델을 유지시켜 나갈 것이다. 셋째는 재빠른 추격자(Fast followers) 전략이다. 이는 자율주행 연구개발을 나름대로 진행하면서, 핵심기술 비용이 떨어질 때까지 사업 기회를 엿보는 전략이다. 넷째는 후발주자 전략이다. 말 그대로 확실한 시장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자율주행차 시장에 뛰어들려 하지 않는다는 전략이다.
자동차업체들이 미래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 와중에도 새로운 이동성 사업모델은 끊임없이 시장을 두드릴 것이다. 예컨대 전통적인 카풀이나 최근 들어 확산되는 카 셰어링, 카카오택시 같은 전자호출 택시과 함께, 다양한 형태의 개인간 렌탈 사업모델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율주행차의 가장 큰 이점은 운전자의 눈과 팔이 자유로와진다는 점이다. 사진은 벤츠가 선보인 자율주행 콘셉트카 `f015 럭셔리 인 모션' 내부.
차보험 주고객은 소비자가 아닌 제조업체
자율주행차 시장이 형성되는 2단계에 진입하면, 자동차 보험업의 사업모델이 바뀌게 될 전망이다. 자동차 보험업체의 사업 모델은 현재 운전자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그런데 자율주행차 시대엔 운전자가 2선으로 물러난다. 대신 자율주행 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소비자인 운전자보다 생산자인 자동차 제조업체가 보험 설계의 전면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업체들은 교통사고 발생시 인간의 실수와 관련한 위험으로부터 개인 고객을 보호하던 데서 벗어나, 자동차의 기술적 실패 가능성에 대해 보험을 제공하는 쪽에 초점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구매 고객들도 보험에 들기는 하겠지만 보험료는 대폭 내려갈 것이다. 미국 운전자들의 경우, 연간 평균 1000달러의 보험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율주행차, 하루 50분의 여유시간을 준다
자율주행차가 시장의 주류로 올라서는 3단계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운전자는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갖게 된다. 맥킨지는 미국을 기준으로 볼 때,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평균 하루 50분씩 더 많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의 자율주행차 통근자들이 하루에 절약하는 시간을 모두 합치면 10억시간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2개나 지을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한다. 맥킨지는 "차 안에 있는 동안 모바일 인터넷을 할 경우, 1분마다 연간 50억유로의 디지털미디어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우디의 자동주차 시스템 동영상
주차공간을 줄이고 치사율을 낮춘다
자율주행차는 주차공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맥킨지는 미국의 경우 주차공간을 57억제곱미터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추산한다. 주차한 뒤 탑승객이 하차를 위해 문을 열 공간이 필요없기 때문이다. 이는 주차공간을 15% 더 좁혀준다. 사고율도 크게 낮아질 것이다. 21세기 중반까지 자율주행차는 미국의 사고유형별 치사율에서 자동차 충돌사고의 순위를 2위에서 9위로 떨어뜨릴 것이라고 맥킨지는 전망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도로교통 사고의 연간 비용은 2120억달러(2012년 기준)에 이른다. 맥킨지 계산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사고를 90%까지 줄여줄 수 있다. 19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미시간대에 문을 연 자율주행차 전용 주행시험장. 실제 도심 거리를 재현해 놓았다. 미시간대 제공
최대 복병은 주행 시스템의 오류나 악용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운전 방식의 혁명을 통해 자동차를 전자장치로 탈바꿈시키고, 인간을 운전에서 해방시켜 갈 것이다. 이는 산업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촉매이다. 여기 묘사된 전문가들의 예상은 앞으로 숱하게 일어날 변화의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업체들이 설정하고 있는 로드맵이나, 전문가들의 예상과 실제 현실이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자동차 운행과 관련한 법규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사회적 태도, 초연결사회의 위험성 등 사회적 이슈들이 어떤 논란을 부르고 어떤 타협점을 찾느냐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미래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큰 복병은 주행 시스템의 오류나 악용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누군가 악의적으로 조작할 경우, 자율주행차는 달리는 살인흉기가 될 수 있다. 최근 자율주행차의 잠재적 위험을 경고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의 해커 2명이 처음으로 자동차 해킹에 성공한 사례가 정보기술잡지 <와이어드>에 소개된 것. 두 사람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와이어드> 기자의 '체로키 지프'를, 자동차로부터 10여㎞ 떨어진 집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운전대는 물론 브레이크, 에어컨, 워시 브러시 등 차 안의 모든 것을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깜짝 놀란 제조사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지난 24일(현지시각) 이 차를 포함한 자사 차량 140만대에 대해 리콜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와이어드>가 공개한 자동차 해킹 동영상
익숙한 안정감이냐, 낯선 편리함이냐
2000년을 전후로 한 닷컴 버블 당시, 일부 사람들은 오프라인 시대가 곧 종말을 맞고 온라인 천지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당시의 IT 기술은 사람들의 복잡하고 다양한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에는 실력이 모자랐다. 거품이란 게 드러나자 닷컴들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온라인 세상 속으로 빠지게 한 건 IT 기업들의 부침이 몇차례 거듭된 뒤 등장한 아이폰이었다. 기술이 제 멋에 겨워, 현실을 무시한 채 앞서나가기만 하려 해서는 제 풀에 넘어지기 십상이다. 자율주행차도 전철을 밟지 말란 법이 없다. 기술의 편리함만을 강조한 나머지, 기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신호들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다. 더구나 자동차는 손 안에서 만지작거리는 기기가 아니라, 자신의 온몸을 내맡기는 제품이다. 작은 실패 사례들이라도 사람들의 기억에 뿌리깊게 각인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선 온라인의 편리함(자율주행차)보다 오프라인의 안정감(손수운전차)이 사람들에게 더 먹혀든다. 낯설지만 새로운 편리함의 유혹이 강력하겠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성급한 실패는 천천히 감만 못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라는 거대한 기회의 길목에서, 자동차업체들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임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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