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하는 美공화… "러시아의 美대선 개입 초당적 조사"

라이언 하원의장·매코널 상원대표, 親러 인선 등 독주에 불만 쌓여 대선 과정의 불협화음 재연 조짐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 흔들렸다" 클린턴 진영·백악관 목소리 높여
트럼프 "패배한 민주당의 변명"

트럼프가 속해 있는 공화당의 상·하원 수뇌부는 이날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미치 매코널(공화·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갖고 "상원 정보위원회가 조사 주체가 돼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초당적 진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폴 라이언(공화·위스콘신) 하원의장도 "하원 정보위가 이 사안을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과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 공화당 주류(主流) 인사들도 의회 차원의 조사를 적극 주장하고 있어, 대선 과정에서 불거졌던 트럼프와 공화당의 불협화음이 재연될 전망이다.

민주당 척 슈머(민주·뉴욕) 차기 상원 원내대표도 "상원 정보위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했다. 벤저민 카르딘(메릴랜드)·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패트릭 리하이(버몬트) 등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3명은 '별도 특위를 만들어 조사하자'는 입장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은 지난 9일 워싱턴포스트(WP)가 "이번 대선에서 러시아와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가 트럼프의 승리를 돕기 위해 협력한 정황을 미 CIA가 확인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웃기는 얘기"라며 "패배한 민주당 측의 또 다른 변명"이라고 일축했다. 의혹이 확산된 이날엔 트위터에 글을 올려 "만약 선거 결과가 반대로 나오고, 우리 쪽에서 러시아와 CIA 카드를 꺼냈다면 아마 '음모론'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진상 조사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직접 비판을 자제해온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의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으로 누가 이익을 얻었는지는 지적할 필요도 없다"며 "트럼프는 러시아에게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을 해킹해달라고 하지 않았나. 이 활동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잘 알 것"이라고 했다.

일부 선거인단도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 소속 9명과 공화당 소속 1명 등 선거인단 10명은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선거인단 대선 투표가 있는 19일 이전에 트럼프와 측근들이 러시아의 선거 개입에 연관됐는지 관련 정보를 브리핑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의회전문지 더 힐이 이날 보도했다.

클린턴 캠프 선거운동본부장이자 이메일을 해킹당한 피해 당사자인 존 포데스타도 "역사상 이처럼 우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려 했던 시도를 본 적이 없다"며 "의회의 초당파적 조사를 지지하며 정부는 관련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정치권은 이번 의회 조사가 트럼프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트럼프와 공화당의 순탄치 않을 관계를 예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조사 과정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간 균열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와 정보 당국에 대한 양쪽의 생각이 너무 다르다"고 지적했다. WP는 "러시아를 둘러싼 논란이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의원들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친러 성향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 거부, 납세 내역 공개를 피하고 있는 트럼프에 대한 공개 압박 등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