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원단 디자이너 김영성

샤넬의 심장에 한국 여인의 피가 흐른다
모든 신제품 옷감 조언·결정… 작년 상하이 컬렉션에서 천연 염색 한국산 처음 써
"한국 원단 아직 경쟁력 부족, 中보다 비싸고 日보단 평범"

전 세계에서 구매한 옷감을 늘어놓고 다양한 제품의 '밑그림'을 그리는 건 김씨가 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 가령 2007년 뉴욕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칼 라거펠트가 "역동적인 도시 이미지를 원단에 담아내라"고 주문하자, 김씨는 다채로운 색채의 트위드 천을 모으고 여기에 그라피티(graffiti·벽 낙서)를 조합하는 작업을 했다. 2009년 5월 베니스에서 열린 컬렉션을 위해선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를 본 뒤 해가 저무는 베니스의 모습을 담기 위해 금색과 레이스 천을 골랐다고. 작년 12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공방 컬렉션에서 자수가 가득한 옷감, 강렬한 붉은색과 금색 원단을 주로 사용한 것도 김씨의 아이디어. 김씨는 "천연 염색해서 만든 한국 원단도 이때 처음 사용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원단은 아직까진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중국보단 가격이 비싸고, 일본이나 이탈리아 제품보단 독창성이 부족하지요. 원단을 적극적으로 팔려는 노력도 부족해요. 외국에선 같은 원단도 화려하고 아름답게 포장해서 시장에 내놓는데 우리나라는 그저 상자에 넣어서 팔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 제품을 진열하고 포장할 때도 창의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씨는 "천 하나를 고를 때도 영감을 갖고 고르지 않으면 훌륭한 옷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상엔 수많은 검정 드레스가 있지만, 검정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가진 옷은 드물어요. 전 이 옷이 왜 검은색이어야만 하는지를 설명하고 디자인을 제안합니다. 명품으로 불리는 제품의 디자인은 바로 이렇게 출발부터 달라야 한다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