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칼럼]얼싸안은 인종·문화… 관용과 도전이 美역사 창조

페이지 정보

관리자 작성일09-01-20 08:59 조회6,123회 댓글0건

본문

워싱턴 취임식 현장
"미국이 진정 위대해질 수 있는가"
46년전 킹목사의 물음에 대답한 날
55번의 취임식중 이런 취임식은 없었다
 
불과 40여 년 전, 버스에서 흑인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법을 갖고 있던 나라,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던 흑인 여성을 감옥에 보냈던 그 나라가 2009년 1월 20일 흑인을 대통령으로 맞아들였다. 40여 년 전까지도 온갖 방법으로 흑인의 투표를 막았던 나라가, 이 차별에 항의했던 흑인 목사를 암살하고 인종차별 금지법을 추진했던 대통령을 암살하고 그 동생까지 암살했던 그 나라가 오늘 흑인을 국가 최고사령관으로 맞아들였다. 불과 40여 년 전 백화점에서 흑인 여자 아이는 옷을 입어보지도 못하게 했던 나라가 오늘 흑인 여성을 나라의 퍼스트 레이디로 맞아들였다. 주립대학에 합격한 흑인 여학생을 오물 투척과 욕설, 퇴학으로 짓밟았던 그 나라가 이 흑인 부부의 어린 두 딸을 수도(首都)의 가장 유명한 학생들로 맞아들였다.


 
암살된 흑인 목사는 워싱턴 광장에서 "나에게는 꿈이 있다"고 절규했었다. 그때 두 살이었던 흑인 아이가 46년 뒤 오늘, 바로 이곳 워싱턴 광장에서 노예 해방자 링컨의 성경에 손을 얹고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를 맹세했다.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은 암살당한 마틴 루터 킹 목사도 아니고,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한 오바마도 아니고, 인구의 13%밖에 안 되는 흑인 표도 아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흑인을 자신들의 지도자로 받아들인 절대 다수 백인 유권자들의 선택과 그 선택을 대세로 만들어 간 이 나라의 관용과 포용력이고,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 않는 용기이고, 언제나 새 시대로 과감하게 걸어 들어간 개척 정신이다.


 
이 나라는 지금 전쟁에서 상처받고 불황 속에서 허덕이고 있다. 이 나라의 치세(治世)는 끝났다는 얘기가 세계를 떠돌고 있다. 이 나라가 지난 대선에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적을 행하지 못하고, 지친 나라에 새로운 기풍을 불어넣지 못했다면 실제로 이 나라는 무너지는 길로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세계 GDP의 5분의 1을 혼자서 생산하는 이 나라의 경제력 때문도 아니고, 세계 주요국들의 군사력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큰 이 나라의 군사력 때문도 아니다. 그것은 이 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날과 같은 역사를 만들 수 있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광장에 모인 수백만 명이 세계에 보여준 것처럼 남, 녀, 노, 소, 흑, 백, 아시안, 라티노, 크리스천, 이슬람, 게이, 진보, 보수, 무당파, 부자, 빈자(貧者)가 모두 모여 "우리는 하나"라고 외칠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나라만큼 인종과 문화의 다양성이 가진 가치를 알고, 존중하는 나라가 없는 것은 사실이자 세계의 현실이다. 이 나라만큼 민주와 법치를 끈질기게 추구하는 나라를 찾기 어려운 것 역시 그렇다. 관타나모 수용소와 이라크 포로 학대는 이 나라의 도덕성에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9·11 테러와 같은 공격을 당하고서도 그 혐의자들의 인권 보장 문제를 놓고 이토록 치열하게 논쟁하고, 전쟁 중에 자기 나라 군대의 치부를 이렇게 백일하에 드러낼 수 있는 나라는 이 나라밖에는 없다. 오바마가 취임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의 하나가 대법원에 나가 미국에 잠입한 명백한 테러혐의자를 구금한 조치가 합법적이었는지 여부를 증언하는 일이다. 이 나라가 가진 너무나 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되는 나라가 유럽과 중국·러시아·일본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흘 전 오바마를 태운 워싱턴행 열차가 볼티모어에 도착했을 때 흑·백 두 여성이 머리를 맞대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취임식에 가느냐"를 인사로 삼았다. 이틀 전 75만 명이 모인 취임 축하 콘서트에선 흑인보다 더 많은 백인, 라티노, 아시아인들이 환호했다. 아무나 열 명, 스무 명씩 모여 "오늘 우리가 여기에 있었다"고 사진을 찍었다. 어린 자식을 무동 태운 아버지는 헤아릴 수도 없었다. 여성 교통경찰관은 길 건너는 인파에 몸을 던져 사람들과 손을 맞부딪쳤다. 55번의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으나 이런 취임식은 없었다. 46년 전 킹 목사는 "미국이 진정 위대해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오늘은 미국이 그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한 날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역사는 미국의 편이었다. 미국인들이 이날 새로이 만든 역사를 보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역사는 이 나라의 편일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역사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서로 관용하고 하나의 깃발 아래 단결하는 나라의 편이었다. 워싱턴 광장에 서서 눈으로는 미국을 보면서도 가슴 속에선 우리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Korea in US Articles 목록

Total 1,152건 58 페이지
Korea in US Articles 목록
  • 방송통신위원회 ‘IPTV 실태’ 보고서  
  • 관리자   2009-05-02 12:19:00   4033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방송통신위원회 ‘IPTV 실태’ 보고서 IPTV 장밋빛 홍보만 요란… 서비스 불만 해지자 급증● 최근 석 달 새 29만6313명 끊었다 ● 해지가 가입보다 많아 이용자 줄어 ● 요금 고가, 품질 불만, 사용 불편 ● “신성장 동력” …
  • "링컨을 존경한다더니, 이게 뭡니까?" 김동길의 직설  댓글1
  • 관리자   2009-04-18 07:50:25   3389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친인척 비리에 연루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링컨을 존경한다더니, 이게 뭡니까”라며 직격탄을 날렸다.김 명예교수는 월간조선 5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자격도, 자질도 없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얼결에 그 …
  • [아침논단] 노무현은 박연차를 과소평가하고 있다 [펌글]  
  • 관리자   2009-04-15 20:19:01   3485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노(盧)는 박(朴)에게 검찰에서 진술할 내용을 교묘하게 지시했다그러나 박(朴)이 누구인가 '악당의 의리'를 믿는것보다 더 큰 어리석음이 있을까 오래전, 어떤 문사가 우리나라에는 이제 깡패세계에밖에는 의리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개탄하는 칼럼을 읽은 일이 있다. 그때부…
  • 김 추기경 `오, 펠릭스 꿀빠!`  
  • 관리자   2009-02-16 09:48:02   5842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오, 펠릭스 꿀빠!(Oh, Felix Culpa! 오, 복된 탓이여!).” 김수환 추기경은 지난 2007년 7월 ‘인생을 돌아보며’라는 글을 평화신문에 기고했었다. 그는 “내 나이 85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연히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며 “66년 전 …
  • `하느님과 모든 이를 위하여` 목자 김수환  
  • 관리자   2009-02-16 09:45:36   5653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18세 소년 김수환은 속이 탔다. 1940년 동성상업학교(현 동성고등학교) 졸업반 수신(修身 지금의 윤리)시험 시간. '천황의 칙유(勅諭)를 받은 황국신민으로서의 소감을 쓰라'는 시험문제 때문이었다. 한 시간 동안 꼼짝 않고 고민하던 김수환은 종료 종이 울리기 직전…
  • [펌][칼럼]얼싸안은 인종·문화… 관용과 도전이 美역사 창조  
  • 관리자   2009-01-20 08:59:03   6124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워싱턴 취임식 현장"미국이 진정 위대해질 수 있는가"46년전 킹목사의 물음에 대답한 날55번의 취임식중 이런 취임식은 없었다   불과 40여 년 전, 버스에서 흑인은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는 법을 갖고 있던 나라,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던 흑인 …
  • [펌][사설] ‘말문 막기’ 나선 검찰,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댓글1
  • 나그네   2009-01-09 11:24:31   2993회  첨부파일   추천    비추천
  • 검찰이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부의 외환 관련 긴급 업무명령에 대한 거짓 글을 인터넷 포털에 올리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통신’을 한 혐의라고 한다. 검찰의 이런 조처는 지나칠 뿐만 아니라 매우 위험하다. 지금껏 미네르바는 경제위…
  • [펌] 강기갑 의원, 딱 걸렸다?  
  • 나그네   2009-01-07 12:52:40   3123회     추천    비추천
  • 강기갑 의원이 국회에서 난동을 부렸다. 그 동안 벼르고 별렀는데 드디어 건수를 잡았다. 드디어 딱 걸렸다. 법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을 박탈해주리라고 철석같이 믿었는데 물거품이 되어 시름하던 차에 이게 웬 횡재인가? 한나라당은 서슬이 퍼래 강 의원을 제명…
  • 어지러운 세상에 서서...  
  • 나그네   2009-01-06 11:38:01   6496회     추천    비추천
  • 2009년 기축년 새해가 밝았지만 세상엔 아틀란타의 흐린 하늘처럼 온통 어두운 것 같다.   각종 매체의 뉴스나 주윗분들의 요즘 형편 이야기를 들을때면, 어느 한구석 밝은대가 없다. 중동에서는 또다시 전쟁과 테러가 끊이질 않아, 많은 민간인과 어린생명…
  • 2008년을 보내며...  
  • 나그네   2008-12-02 13:46:14   5390회     추천    비추천
  • 하루 하루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민생활 때문일까, 미국에서 시간은 더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대공황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한해 동안, 먹고 사는 문제로 여유롭게 주위한번 못 둘러 본것 같다.   늦은 퇴근 시간에 문득 본 까만 하늘에 초생달…
  • 미국 여행 무비자 시대에 대한 혼자 생각  
  • 관리자   2008-10-21 12:06:11   5768회     추천    비추천
  • 얼마전 공식적으로 한국에 대한 무비자 미국여행이 발표됐다. 미국 이민오기 전, 20세 이상이라는 이유로 부모님과 동생들은 미국으로 떠났고 비자가 나오기까지 혼자 한국에서 살아야 했다. 그러던중 어머님의 위독한 병환소식에도 미국비자를 주지 않아서 발을 동동굴렀던…
  • 한인 교포사회에 대한 혼자 생각.  댓글4
  • 나그네   2008-10-10 10:20:42   6156회     추천    비추천
  • 매일 출퇴근 시간에 아틀란타 한인 라디오를 듣는다.어떤 토론 프로그램에서 한인사회의 발전에 관한 얘기를 하는것을 들었다.사회자는 미국내의 이스라엘 공동체의 성공에 대해 말하면서 한인사회도 많은 점을 본받았으면 하는 얘기를 했다.나 또한 교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 공동체의…
게시물 검색
2024년 11월 우수회원 순위 (1위~10위)
순위 닉네임 11월 적립
포인트
총 적립
포인트
korea999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0 48,800
글쓰기, 댓글달기, 코멘트,
로그인만 하셔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글이 없습니다.
글이 없습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지금 투자하세요!
광고를 이용해 주시면 싸이트 운영에 도움이 됩니다.


Poll
결과

New Ser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