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대통령 재산 기부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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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07-17 12:56 조회2,29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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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사실상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키로 결정했다. 대선 직전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선언한 지 1년 7개월 만에 이행계획을 구체화한 것이다.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국가 원수가 재임기간 중 재산을 기부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통령이 출연키로 한 재산 331억 원은 '청계(淸溪)재단'을 통해 주로 장학사업에 쓰일 예정이다.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대기업의 CEO를 거쳐 서울시장,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꿋꿋하게 헤쳐온 삶의 역정을 되돌아보게 한다. "대한민국이 기적의 역사를 만들지 않았다면, 또 그 역동적인 과정에서 많은 분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지 못했다면 오늘 날의 자신은 없었을 것"이라는 소회에서 마음의 빚을 청산하고픈 선의가 읽혀진다. 가난했지만 자식들을 오롯이 키워냈고 남을 돕는 데도 선뜻 나섰던 모친 역시 '평범한 은인'들과 같은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재산환원 의사는 1995년 국회의원 시절 발간한 저서 '신화는 없다'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공언이 그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BK 의혹'으로 재산형성 과정에 곱잖은 시선이 쏠렸던 게 사실이다. 이번 결정을 자신과의 약속 실행이자 논란을 불식시키는 방점, 나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한 처방으로 보는 해석이 그래서 지배적이다. 이른바 강부자 내각과 부자 감세 등 정부 출범 이후 국민들에게 비춰진 정부의 색깔은 가난한 사람들과 무관해 보였다. 차제에 모두 처한 위치는 달라도 존엄하고 평등한 인간이므로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실천한다면, 이번 기부의 뜻과 맞물려 더욱 아름다운 선행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재단은 반드시 투명하게 운용돼 모범사례로 자리잡아야 한다. 돈이 없어서 공부를 포기하거나 가난을 대물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론대로면 그만이다. 우리 주변에는 부끄러운 부자들이 차고 넘친다. '나눔의 가치'와 '배려의 정신'에 극히 인색한 우리 사회의 가진 자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미학을 전파하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 사회는 한층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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