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의 美學인가, 오버의 종착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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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09-10-10 12:06 조회4,68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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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강호동의 '강심장'을 보는 초조함
그는 과연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될까?
'강호동-유재석 2MC 체제'
이 말은 어느새 대한민국 연예계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진부한 표현이 됐다. 고작 예능 MC 두 명의 대활약에 '체제(體制)'라는 정치경제학 용어까지 동원하는 것이 오버일 수도 있지만 예능계 실상을 아는 이들에겐 절대 과잉수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말이다.
이 두 MC의 입담에 따라 대한민국 시청률 1,2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아니 정확히 말해 3,4,5,6위도 이들의 몫이다). 그 결과 방송사의 광고수주 액수도 달라지니, PD와 CP의 생사여탈권은 이들이 쥐고 있다 할 수 있다. 심지어 소속 연예인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부침하는 기획사들의 미래 역시 이 두 MC와의 친밀도, 혹은 호흡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이들은 신이자 구세주이고 문화평론가 진중권의 표현대로 'TV만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 연예인'인 셈이다.
누리꾼들에게 '호동좌'로 통하는 강호동은 화요일 SBS<강심장> 수요일은 MBC<무릎팍 도사> 토요일 SBS<스타킹> 일요일 KBS<1박2일>로 일주일에 4번 시청자를 찾아온다.
그의 유일한 경쟁자이자 사실상 국내 최고의 MC로 통하는 유재석은 월요일 MBC<놀러와> 목요일 KBS<해피투게더> 토요일 MBC<무한도전> 일요일 SBS<패밀리가 떴다>로 정확하게 4:4의 균형을 맞춘 형국이다. 유재석이 덜 자극적인 이들에게 강호동은 유일한 대안이고, 그 반대의 설명도 물론 가능하다.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물고물리는 상보적 관계 아래 대한민국 연예계는 이 2MC 체제의 행복한 노예가 된 셈이다.
극심한 시청률 경쟁 속에 방송 한편의 제작이 1박2일로 연장된 상황에서 이들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극단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2009년 10월 우리는 2MC 체제의 최고 전성기를 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 강호동 독주의 다양한 함의
10월 6일 첫 방송을 탄 SBS의 야심작 <강심장>이 안정된 형태로 3~4년을 이어온 강-유 체제에 균열을 낼 것인지가 호사가들의 안줏거리가 되고 있다.
<강심장>이 뚜껑을 열자마자 동시간대 시청률 1위(17%)로 등극했다는 점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만일 <강심장>의 선전이 한동안 이어질 경우 누구든 MC 강호동의 정상 등극에 이의를 달 수 없게 된다. 바야흐로 확고한 '강호동 천하'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방송계의 지각 변동까지 예상할 수 있다. 지난 십 수 년간 스포츠, 드라마와 예능의 강자로는 MBC가 꼽혀왔지만 최근 이어진 침체로 그 타이틀이 SBS로 서서히 넘어가는 모양새이기 때문.
SBS는 최근 압도적인 투자로 스포츠에서 절대우위를 확보했고 드라마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간 <야심만만>만으로 위태롭게 예능의 명맥를 유지해온 SBS는 <스타킹>과 <패밀리>의 성장으로 MBC 극복의 실마리를 마련했고 결국 야심작 <강심장>을 바탕으로 MBC의 예능을 제압할 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때문에 강호동의 <강심장>의 성패는 그 자신의 미래는 물론 예능의 미래, 심지어 방송 시장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10시간 녹화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력적이지, 스포츠맨 특유의 성실함과 깍듯함, 경상도 남자 특유의 '싸나이다운' 의리, 게다가 개그맨 시절 닦아 놓은 탁월한 예능 감각까지 강호동은 최고의 개런티를 줘도 아깝지 않은 방송인이죠."
방송국 PD들이 말하는 예능인 강호동의 장점은 '천하장사'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극찬 일색이다. 실제 스포츠 선수 출신이 예능에서 성공한 사례가 희귀함에도 강호동은 보란 듯이 이를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는 주위에서 씨름꾼 출신의 특출난 '사회적 지능(SQ)'까지 거론될 정도로 능력 있는 예능인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강호동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모래판에 몸을 던지듯 방송에 몸을 던져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온 독특한 이력의 사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많은 예능인 가운데 하나였던 그는 씨름판에 등장한 다크호스처럼 자신의 MC 경쟁자들과 꽃미남 청춘스타들을 간단하게 완력으로 제압해버렸다.
가장 빛나는 성과가 바로 최초의 한국형 1인 토크쇼를 개척한 MBC<무릎팍 도사>다. 당초 집단 MC체제로 출범한 <황금어장>은 명절 특집으로 무릎팍을 기획했는데 강호동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MBC<무릎팍 도사>를 통해 그는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리라고 여겨졌던 토크쇼를 가뿐하게 개그맨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뚝심으로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1인자에 등극한 것.
당초 복잡한 사생활을 지닌 연예인들의 한풀이장소로 기능한 <무릎팍 도사>는 이제는 정치 사회 경제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초 '안철수 교수편'은 3년간 이어온 무릎팍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 직후 안 교수가 누리꾼들로부터 "이런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깜짝 놀랄만한 공감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향후 강호동의 진화가 어디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강호동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는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강호동은 거물로 성장했다
실제 미국의 '레터맨 쇼'나 '오프라 윈프리 쇼'는 사회 저명인사들, 이른바 연예인를 넘어선 셀레브리티(Celebrity)들의 잔치상이다. 한국에서 이런 위상에 가장 가까운 이는 현재 시점에서는 강호동밖에 없어 보인다. 얼마 전 KBS의 <박중훈 쇼>가 화려한 인맥을 바탕으로 강-유 체제에 도전했지만 보기 좋게 물을 먹었고, '천하의 유재석' 마저도 강고한 카리스마가 필요한 1인 토크쇼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일 정도다.
● "많이 컸다 강호동"
그러나 강호동의 내적인 장점보다도 그를 지금의 '문화권력'으로 끌어올린 요인으로 방송시장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한동안 '예능인의 정석'으로 불렸던 '이경규 라인(일종의 사단)'의 충실한 계승자가 바로 강호동이란 사실이다. 이경규는 어설프게 개그맨을 꿈꿨던 강호동의 방송진출과 개그맨으로의 성공적인 진화를 도왔을 뿐만 아니라 그의 충실한 멘토가 되어 그가 자신의 진화모델을 따라 최종적으로 MC까지 성장할 수 있는 백그라운가 됐다. 때문에 이경규의 노하우와 방송계 인맥이 강호동에게 그대로 전수됐을 뿐만 아니라 그도 자연스럽게 이경규 이후의 모델을 꿈꿀 수 있었다.
이른바 문화계 신(新)권력으로 부각된 'OOO 라인'은 변화된 방송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선 강호동은 이경규를 따라 <1박2일> 멤버들로 대표되는 자신의 라인을 형성함으로써 스스로 하나의 방송 시스템으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은 물론 10대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MC몽과 은지원, 그리고 20-30대 누나들의 귀염둥이인 이승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강호동과의 긴밀한 관계를 공언하고 나설 정도인데, 자연스레 이승기는 강호동과 함께 <강심장>의 동반 MC로 데뷔를 하며 강호동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상호보완적인 이미지를 갖춘 이 같은 '라인' 혹은 '연예군단'의 등장은 매체(TV), 제작, 매니지먼트, 배우의 영역이 구분됐던 기존 방송 시스템과의 결별을 의미한다. 스타 자신이 방송계 내에서 처신에 성공할 경우, 매체와 제작 매니지먼트까지 뒤흔들 정도의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PD 몫이 줄어들고 스타의 몫이 절대적으로 커진 시장의 수혜자는 다름아닌 강호동과 유재석이다. 이들은 <1박2일> <무한도전> 멤버들과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국내 예능계를 독식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또 한 가지 변화된 시장 배경은 방송포맷의 연성화 하이브리드화에 있다. 과거에는 작가와 PD를 중심으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던 데 반해 이제는 토크쇼, 버라이어티쇼, 서바이벌쇼 등 오버(과잉연기)를 하며 시청자를 웃기고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 MC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때문에 아나운서나 가수 출신의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아닌 '강-유', 이휘재 박수홍 박경림 등 '개그맨' 출신이 MC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주병진-서세원-이경규의 계보를 이은 적자MC 계보가 다름아닌 개그맨 출신인 유재석과 강호동인 셈이다.
● "오버스러움 윽박지리기, 소리지르기…싫어!"
"특유의 오버하기, 소리지르기, 윽박지르기, 대식가 표방하기…그 소리에 질려 <1박2일>, <스타킹>은 보려고 해도 절대 봐지지가 않습니다."(누리꾼 A씨)
2002년 <천생연분> 이후의 강호동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차근차근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노련미와 성실성을 보여왔다. 이제 관건은 이 성공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모아진다. 과연 그는 오프라윈프리 같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셀레브리티의 최고봉을 차지할 수 있을까.
가수 양희은은 언젠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강호동에 대해 "넘치는 에너지를 보는 것도 힘들다"며 "과한 에너지 탓인지 의사 전달이 잘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비판은 강호동의 장점이자 단점을 매우 적확하게 꼬집은 지적으로 비친다.
유재석의 장점이 세련된 매너에 안티팬이 적은 것이라고 한다면 강호동의 단점은 정확히 그 반대다. 강호동은 특유의 남성적인 진행과 호소력으로 시청자의 주위를 단박에 끌어들일 수 있지만 그처럼 강한 인상은 상대적으로 20-30대 남성들의 지지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지나치게 오버하는 그의 연기에 대한 반감도 늘고 있다.
그의 오버하는 연기는 모래판 시절부터 공인된 것이었다. 당시에도 모래판에 드러누워 기쁨을 표현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방송 세트장에서도 곧잘 드러눕는다.
조금 특별한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스타킹>에서는 물론이고 <강심장> 1회분에서도 그는 방송시작 불과 5분 만에 무대에 누워 깔깔거리고 웃음보를 터뜨린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속 시원하고 전달력 높은 행위예술이지만, 누군가에겐 천박하고 경망스러운 MC로 낙인찍힐만한 행동이다.
문화평론가 최영일은 "시청자들이 과연 '진지한' 강호동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면서 "화려한 성공만큼이나 강호동의 오버하는 캐릭터가 고착된 것은 굉장한 위험요소"라고 지적한다.
우려는 또 있다. 그가 자신의 성공방정식에 취한 나머지 지나치게 다작(多作)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 방송 3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모두 장악했을 뿐 아니라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한다.
● 단일한 이미지로는 장기 집권 불가능
물론 이는 유재석도 마찬가지지만 유재석은 1인 MC라는 이미지가 조금 덜하다. 조신하게 게스트를 띄우는 게 여성적인 MC 유재석의 장기라면 강호동은 특유의 기쎈 발언으로 시청자가 느끼는 자극이 더욱 세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인 NBC의 제이 레노나 CBS의 데이비드 레터맨이 1개의 프로그램으로 20년간 장수한 것에 비해 강호동의 4개 프로그램 장악은 조금 과하다는 지적이 합당한 셈이다.
게다가 강호동은 오버하는 단일 이미지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가 TV에서는 엽기형 독설가 코메디언이지만 영화영역 에서는 매우 진지한 주제를 던지는 연출가이자 배우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강심장>에 대해 강호동의 오버 액션에 대한 지적은 물론, MBC <세바퀴>의 아이돌 버전에 불과하다거나, 특정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의 게스트와 입담 좋은 보조MC, 게다가 이승기와의 호흡은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다'는 표현이 터져나올 정도지만, <강심장>이 패배할 경우 강호동의 전략에도 수정을 가해야 할 정도로 타격이 클지 모른다.
그러나 꼭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여전히 강호동은 전 국민들에게 '예의바르고, 스캔들 없고, 성실한 스포츠인 신 예능인'으로 마치 이웃집 형이나 동생 같은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심장>의 등장으로 막을 내린 SBS <야심만만2>에서 강호동은 마무리 멘트로 "내 인생의 전성기는 내일입니다"로 자신의 야심을 표현했다. 과연 강호동은 나이 40에 다시 한번 진화에 성공해 대한민국 예능계의 괴물이 될 것인가. 혹은 '강-유' 체제의 일원으로만 기억되는 건 아닐까. 대한민국 TV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그는 과연 한국의 오프라 윈프리가 될까?
'강호동-유재석 2MC 체제'
이 말은 어느새 대한민국 연예계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진부한 표현이 됐다. 고작 예능 MC 두 명의 대활약에 '체제(體制)'라는 정치경제학 용어까지 동원하는 것이 오버일 수도 있지만 예능계 실상을 아는 이들에겐 절대 과잉수사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말이다.
이 두 MC의 입담에 따라 대한민국 시청률 1,2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아니 정확히 말해 3,4,5,6위도 이들의 몫이다). 그 결과 방송사의 광고수주 액수도 달라지니, PD와 CP의 생사여탈권은 이들이 쥐고 있다 할 수 있다. 심지어 소속 연예인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부침하는 기획사들의 미래 역시 이 두 MC와의 친밀도, 혹은 호흡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누군가에게 이들은 신이자 구세주이고 문화평론가 진중권의 표현대로 'TV만 틀면 나오는 수도꼭지 연예인'인 셈이다.
누리꾼들에게 '호동좌'로 통하는 강호동은 화요일 SBS<강심장> 수요일은 MBC<무릎팍 도사> 토요일 SBS<스타킹> 일요일 KBS<1박2일>로 일주일에 4번 시청자를 찾아온다.
그의 유일한 경쟁자이자 사실상 국내 최고의 MC로 통하는 유재석은 월요일 MBC<놀러와> 목요일 KBS<해피투게더> 토요일 MBC<무한도전> 일요일 SBS<패밀리가 떴다>로 정확하게 4:4의 균형을 맞춘 형국이다. 유재석이 덜 자극적인 이들에게 강호동은 유일한 대안이고, 그 반대의 설명도 물론 가능하다.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물고물리는 상보적 관계 아래 대한민국 연예계는 이 2MC 체제의 행복한 노예가 된 셈이다.
극심한 시청률 경쟁 속에 방송 한편의 제작이 1박2일로 연장된 상황에서 이들은 '인간 능력의 한계를 시험한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극단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면 2009년 10월 우리는 2MC 체제의 최고 전성기를 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 강호동 독주의 다양한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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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 첫 방송을 탄 SBS의 야심작 <강심장>이 안정된 형태로 3~4년을 이어온 강-유 체제에 균열을 낼 것인지가 호사가들의 안줏거리가 되고 있다.
<강심장>이 뚜껑을 열자마자 동시간대 시청률 1위(17%)로 등극했다는 점은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만일 <강심장>의 선전이 한동안 이어질 경우 누구든 MC 강호동의 정상 등극에 이의를 달 수 없게 된다. 바야흐로 확고한 '강호동 천하'가 되는 셈이다. 게다가 방송계의 지각 변동까지 예상할 수 있다. 지난 십 수 년간 스포츠, 드라마와 예능의 강자로는 MBC가 꼽혀왔지만 최근 이어진 침체로 그 타이틀이 SBS로 서서히 넘어가는 모양새이기 때문.
SBS는 최근 압도적인 투자로 스포츠에서 절대우위를 확보했고 드라마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간 <야심만만>만으로 위태롭게 예능의 명맥를 유지해온 SBS는 <스타킹>과 <패밀리>의 성장으로 MBC 극복의 실마리를 마련했고 결국 야심작 <강심장>을 바탕으로 MBC의 예능을 제압할 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때문에 강호동의 <강심장>의 성패는 그 자신의 미래는 물론 예능의 미래, 심지어 방송 시장의 미래까지 예측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10시간 녹화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정력적이지, 스포츠맨 특유의 성실함과 깍듯함, 경상도 남자 특유의 '싸나이다운' 의리, 게다가 개그맨 시절 닦아 놓은 탁월한 예능 감각까지 강호동은 최고의 개런티를 줘도 아깝지 않은 방송인이죠."
방송국 PD들이 말하는 예능인 강호동의 장점은 '천하장사'란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의 극찬 일색이다. 실제 스포츠 선수 출신이 예능에서 성공한 사례가 희귀함에도 강호동은 보란 듯이 이를 극복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이제는 주위에서 씨름꾼 출신의 특출난 '사회적 지능(SQ)'까지 거론될 정도로 능력 있는 예능인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강호동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 능력을 발휘한 것이 아니라 모래판에 몸을 던지듯 방송에 몸을 던져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켜온 독특한 이력의 사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수많은 예능인 가운데 하나였던 그는 씨름판에 등장한 다크호스처럼 자신의 MC 경쟁자들과 꽃미남 청춘스타들을 간단하게 완력으로 제압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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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복잡한 사생활을 지닌 연예인들의 한풀이장소로 기능한 <무릎팍 도사>는 이제는 정치 사회 경제 분야로 그 영역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올해 초 '안철수 교수편'은 3년간 이어온 무릎팍의 정점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 직후 안 교수가 누리꾼들로부터 "이런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깜짝 놀랄만한 공감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향후 강호동의 진화가 어디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유력 대권주자들이 강호동 앞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고민을 상담하는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강호동은 거물로 성장했다
실제 미국의 '레터맨 쇼'나 '오프라 윈프리 쇼'는 사회 저명인사들, 이른바 연예인를 넘어선 셀레브리티(Celebrity)들의 잔치상이다. 한국에서 이런 위상에 가장 가까운 이는 현재 시점에서는 강호동밖에 없어 보인다. 얼마 전 KBS의 <박중훈 쇼>가 화려한 인맥을 바탕으로 강-유 체제에 도전했지만 보기 좋게 물을 먹었고, '천하의 유재석' 마저도 강고한 카리스마가 필요한 1인 토크쇼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일 정도다.
● "많이 컸다 강호동"
그러나 강호동의 내적인 장점보다도 그를 지금의 '문화권력'으로 끌어올린 요인으로 방송시장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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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한동안 '예능인의 정석'으로 불렸던 '이경규 라인(일종의 사단)'의 충실한 계승자가 바로 강호동이란 사실이다. 이경규는 어설프게 개그맨을 꿈꿨던 강호동의 방송진출과 개그맨으로의 성공적인 진화를 도왔을 뿐만 아니라 그의 충실한 멘토가 되어 그가 자신의 진화모델을 따라 최종적으로 MC까지 성장할 수 있는 백그라운가 됐다. 때문에 이경규의 노하우와 방송계 인맥이 강호동에게 그대로 전수됐을 뿐만 아니라 그도 자연스럽게 이경규 이후의 모델을 꿈꿀 수 있었다.
이른바 문화계 신(新)권력으로 부각된 'OOO 라인'은 변화된 방송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선 강호동은 이경규를 따라 <1박2일> 멤버들로 대표되는 자신의 라인을 형성함으로써 스스로 하나의 방송 시스템으로 자리를 굳혔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은 물론 10대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는 MC몽과 은지원, 그리고 20-30대 누나들의 귀염둥이인 이승기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강호동과의 긴밀한 관계를 공언하고 나설 정도인데, 자연스레 이승기는 강호동과 함께 <강심장>의 동반 MC로 데뷔를 하며 강호동의 영향력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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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 변화된 시장 배경은 방송포맷의 연성화 하이브리드화에 있다. 과거에는 작가와 PD를 중심으로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던 데 반해 이제는 토크쇼, 버라이어티쇼, 서바이벌쇼 등 오버(과잉연기)를 하며 시청자를 웃기고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 MC의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때문에 아나운서나 가수 출신의 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가 아닌 '강-유', 이휘재 박수홍 박경림 등 '개그맨' 출신이 MC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주병진-서세원-이경규의 계보를 이은 적자MC 계보가 다름아닌 개그맨 출신인 유재석과 강호동인 셈이다.
● "오버스러움 윽박지리기, 소리지르기…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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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오버하기, 소리지르기, 윽박지르기, 대식가 표방하기…그 소리에 질려 <1박2일>, <스타킹>은 보려고 해도 절대 봐지지가 않습니다."(누리꾼 A씨)
2002년 <천생연분> 이후의 강호동은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차근차근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는 노련미와 성실성을 보여왔다. 이제 관건은 이 성공이 어디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모아진다. 과연 그는 오프라윈프리 같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자 셀레브리티의 최고봉을 차지할 수 있을까.
가수 양희은은 언젠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강호동에 대해 "넘치는 에너지를 보는 것도 힘들다"며 "과한 에너지 탓인지 의사 전달이 잘 안 된다"고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비판은 강호동의 장점이자 단점을 매우 적확하게 꼬집은 지적으로 비친다.
유재석의 장점이 세련된 매너에 안티팬이 적은 것이라고 한다면 강호동의 단점은 정확히 그 반대다. 강호동은 특유의 남성적인 진행과 호소력으로 시청자의 주위를 단박에 끌어들일 수 있지만 그처럼 강한 인상은 상대적으로 20-30대 남성들의 지지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지나치게 오버하는 그의 연기에 대한 반감도 늘고 있다.
그의 오버하는 연기는 모래판 시절부터 공인된 것이었다. 당시에도 모래판에 드러누워 기쁨을 표현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방송 세트장에서도 곧잘 드러눕는다.
조금 특별한 일반인들이 등장하는 <스타킹>에서는 물론이고 <강심장> 1회분에서도 그는 방송시작 불과 5분 만에 무대에 누워 깔깔거리고 웃음보를 터뜨린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속 시원하고 전달력 높은 행위예술이지만, 누군가에겐 천박하고 경망스러운 MC로 낙인찍힐만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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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최영일은 "시청자들이 과연 '진지한' 강호동을 상상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면서 "화려한 성공만큼이나 강호동의 오버하는 캐릭터가 고착된 것은 굉장한 위험요소"라고 지적한다.
우려는 또 있다. 그가 자신의 성공방정식에 취한 나머지 지나치게 다작(多作)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현재 방송 3사의 예능 프로그램을 모두 장악했을 뿐 아니라 최고 인기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한다.
● 단일한 이미지로는 장기 집권 불가능
물론 이는 유재석도 마찬가지지만 유재석은 1인 MC라는 이미지가 조금 덜하다. 조신하게 게스트를 띄우는 게 여성적인 MC 유재석의 장기라면 강호동은 특유의 기쎈 발언으로 시청자가 느끼는 자극이 더욱 세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의 토크쇼 진행자인 NBC의 제이 레노나 CBS의 데이비드 레터맨이 1개의 프로그램으로 20년간 장수한 것에 비해 강호동의 4개 프로그램 장악은 조금 과하다는 지적이 합당한 셈이다.
게다가 강호동은 오버하는 단일 이미지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가 TV에서는 엽기형 독설가 코메디언이지만 영화영역 에서는 매우 진지한 주제를 던지는 연출가이자 배우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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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일각에서는 <강심장>에 대해 강호동의 오버 액션에 대한 지적은 물론, MBC <세바퀴>의 아이돌 버전에 불과하다거나, 특정 기획사 소속 연예인들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의 게스트와 입담 좋은 보조MC, 게다가 이승기와의 호흡은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다'는 표현이 터져나올 정도지만, <강심장>이 패배할 경우 강호동의 전략에도 수정을 가해야 할 정도로 타격이 클지 모른다.
그러나 꼭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여전히 강호동은 전 국민들에게 '예의바르고, 스캔들 없고, 성실한 스포츠인 신 예능인'으로 마치 이웃집 형이나 동생 같은 확고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심장>의 등장으로 막을 내린 SBS <야심만만2>에서 강호동은 마무리 멘트로 "내 인생의 전성기는 내일입니다"로 자신의 야심을 표현했다. 과연 강호동은 나이 40에 다시 한번 진화에 성공해 대한민국 예능계의 괴물이 될 것인가. 혹은 '강-유' 체제의 일원으로만 기억되는 건 아닐까. 대한민국 TV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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